▲'선덕여왕'에서 감초콤비를 이룬 '죽방고도' 이문식과 류담.
MBC
- 고도를 이야기하면서 이문식씨 이야기를 안 할 수 없겠다. "그럼요. 스탠바이도 똑같고, 거의 같이 하니까요. 촬영 들어가기 전에 선배님과 10번 정도는 맞춰봐요. 3번째 까지는 매끄럽지 않은데 그 이후로는 잘 맞는 편이죠. 충분히 맞추고 들어가기 때문에 연기가 자연스러워 보이는 것 같아요. 때로 이문식 선배님이 제가 너무 오버한다거나, 너무 얌전했다거나 하는 부분을 얘기해주세요. 개그맨들은 보통 호흡이 빠르고 꼭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은 그런 '강박'이 있거든요. 상황에 맞게 칠 수 있는 애드리브가 있고, 안 쳐야 하는 애드리브가 있다고 이야기 해주시죠."
- 사실 대본상 설정인지, 애드리브인지 구분이 안 가는 경우도 많다. "대사는 거의 대본처럼 하는데 상황이나 제스처는 애드리브 하는 경우가 많아요. 기본은 대본에 두고 조금씩 첨가를 해서 감독님들도 보시고, 이문식 선배님이 지시하세요. '컷' 들어가면서 안마를 하거나 하는 상황들은 다 그런 애드리브죠."
- 맞는 장면이 많은데, 그럼 그런 것도 애드리브인가."(다같이 월식을 보러 나가는 장면에서) 죽방이 고도가 나오지 않자 다시 들어와서 엉덩이를 때리는 장면이 있었어요. 그건 감독님이 지시하셨어요. 머리 맞는 거는 작가님들이 머리 세게 때린다고 써 놓은 부분이고요."
- 솔직히 많이 아파보이던데, 몸은 괜찮나. 달인에선 김병만씨를 때리는 역할만 했는데, 역할이 바뀌니 기분이 어떤가. "하도 맞아서 조감독님이 얼음 찜질을 해주신 적도 있어요. 병만이 형 심정을 알겠더라고요. 병만이 형 때릴 때 팬들이 너무 심하게 때린다고 저를 욕하더라고요. 반대로 지금은 이문식 선배님이 그렇게 항의를 받으세요. 그것때문에 스트레스 받으시기는 것 같기도 하고. '이런 게 아닌데…' 그런 반응을 보이셨어요.(웃음) 그래도 요즘엔 많이 안 맞아요. 처음엔 재밌는데 식상할 수도 있으니까요.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문식 선배님과 친해질 수 있는 계기는 때리고 맞는 거였어요. 친하지 않을 때는 때리고 나서 미안하시니까 '담아 괜찮니. 진짜 괜찮아?' 하시면서 말도 걸어주셨어요. 그 계기로 친해진 것 같아요."
"죽방과 고도는 극을 이끌어 가는 2인자"- 이문식씨와의 연기는 어떤가? "심지어 부를 때도 '죽방', '고도' 이렇게 안 부르잖아요. '죽방고도'라고 함께 부르지. 둘이 아니라 하나라고 생각해요. 지난 방송부터 죽방 형님의 러브 라인이 형성되기 시작했는데 그마저도 제가 뒤에서 지켜보는 역할을 하고 있거든요. 둘이 뭐든 같이 하는 설정이니까. 죽방과 고도가 <선덕여왕>에서 웃음을 주는 캐릭터이기도 하지만, 어찌보면 또 극을 이끌어가는 존재이기도 하거든요. 그런 부분에 있어서 막연하지만 꼭 필요한 존재인 것 같아요. '연골'처럼요. 실제로 어느 시대극에서나 주인공을 떠받드는 조연 2명이 함께 나오잖아요. <스타워즈>에서 로봇들(씨쓰리피오, 알투디투) 나오는 것처럼요. 아, 그리고 개인적으로 캐릭터상 궁금한 게 있는데 아직까지 죽방이랑 고도가 어떻게 만났는지 나온 적이 없어서 그게 좀 궁금하긴 해요."
- 두 분이 연기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면?"달인 팀 패러디했던 게 기억에 남아요. 그건 대본에 있던 거긴 한데 재밌었던 것 같아요."
- 이문식씨가 워낙 대선배라 어렵지 않았나."처음 뵌 게 승마장이었어요. 인사를 드렸더니 90도로 인사를 받으시더라고요. 참 훌륭한 연기자라고 생각했어요. 나이 차이도 띠동갑 이상 나거든요. 그러다가 어색하니까 제가 연락처를 먼저 물어봤어요. 선뜻 연락처도 주셨고요. 그래서 집에 갈 때 '드라마 처음이니까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라고 말씀드렸죠."
- 그랬더니 답장은 뭐라고 왔나? "'ㅎㅎ'라고 두 글자 왔어요. 처음엔 도와주지 않는다는 얘긴가 생각하기도 했어요. '예' 도 아니고 'ㅎㅎ'(웃음)"
- 평소 롤모델이 이문식씨라고 했다던데."굉장히 좋아했던 분이거든요. 열의가 있는 분이고요. 근데 이미지가 많이 달랐어요. 재미 있는 이미지인 줄 알았는데 점잖으시고 예의바르시고 해서요. 그래서 더 거리감이 있긴 했어요. 그러다가 제가 맞으면서 말도 많이 하게 됐고요. 그렇게 지내다보니까 생각하는 것도 비슷하고, 좋아하는 것도 비슷하고 성격이 비슷하더라고요. 말이 통하는 느낌이었어요.
지금은 촬영장에서도 말을 되게 많이 해요. 떠들다가 시간 다 갈 정도로요. 배우의 길이라든가 결혼관에 대해서도 생각이 일치하고요. 심지어 술도 좋아하고 음식 취향도 비슷해요. 둘 다 외모에 신경 잘 안 쓰는 것도요. 무엇이든 처음에 누구한테 배우느냐가 가장 중요한데, 저는 이문식 선배님을 만났기 때문에 '이게 다'라고 알고 있고, 이게 정답인 줄 알고 살아갈 거예요. 아마 끝까지 겸손한 배우가 되도록 노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이문식 선배님은 아직도 촬영장에서 혼자 박수 치고 분위기 띄우시고 하세요. 어린 후배들이 처져 있어도 농담 걸어주시고요. 아무튼 배울 점이 너무 많으세요."
- 그렇게 친하기 때문에 개그콘서트 10주년 공연에도 나오신 건가?"<개그콘서트> 감독님께서 섭외를 꼭 좀 해보라고 해서 야외촬영할 때 부탁드렸어요. 제가 어렵게 모셨죠. 선배님이 몸 사리지 않고 해주셔서 더 큰 재미가 있었던 것 같고요."
"고도, 실존인물이라 생각하고 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