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사 가는 길, 보물 한번 찾아볼까요?

마을 길섶 따라 아기자기한 조형물들 늘어서

등록 2009.09.21 14:16수정 2009.09.21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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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사 가는 길, 하대 삼거리 입구 ⓒ 심규상


공주 '갑사'를 가려면 입구에 있는 공주시 계룡면 중장리를 거쳐야 한다. 계룡산으로 보면 서쪽 기슭쯤에 있는 시골마을이다.

그동안 '갑사'를 가기 위해 주차장과 갑사의 존재를 알리는 일주문으로 곧장 향했다면 잠깐 하대리 삼거리쯤에서 멈춰 설 일이다.


갑사 들머리 하대리 삼거리부터 중장리 삼거리까지 약 1km 길섶을 따라 가슴으로 느낄 수 있는 보물이 늘어서 있기 때문이다. 대전지역 공공미술 작가들이 문화관광체육부가 시행한 '2009 마을 미술프로젝트 사업'으로 참여해 최근 마무리된 예술 작품들이 기다리고 있다.

마을 길섶을 따라 서 있지만 쓱 지나쳐서는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작품'으로 보이지 않을 만큼 마을 풍경들과 어우러져 자연미를 더하고 있다.

갑사 가는 길... 숨은 작품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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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초등학교 전경이 담긴 버스정류소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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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모양의 벤치 ⓒ 심규상


우선 하대리 삼거리에 들어서면 큼지막한 자연석 위에 모란꽃을 형상화한 조형물이 방문객들을 맞는다. 밝은 색감에 바람결에 흔들리는 꽃문양을 보고 있으면 생기가 솟아나는 듯하다.

삼거리 슈퍼마켓은 간판은 연꽃으로 탈바꿈했다. 건물 옥상 귀퉁이에는 새 한 마리가 갑사 방향을 보고서서 길손들을 기다리고 있다. 모두 버려진 폐품을 모아 만든 것인데 날개는 버려진 물통, 몸통은 바가지, 발 부분은 타이어 휠 등을 활용했단다.


잘 가꿔진 은행나무 가로수를 따라 갑사방향으로 걷다보면 하우스 입구에도 모란꽃 조형물이 서 있다. 을씨년스러운 비닐하우스가 확 달라 보인다. 길 따라 훵한 담벼락 빈 공간은 예쁜 그림으로 채워졌다.

초등학교 앞 늘씬한 버스 정류소는 주민들의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다. 학교종 모양의 버스정류소 안내판에다 초등학교 옛 모습이 담긴 추억의 사진까지 담겨 있다. 학교 안에 설치된 책 모양의 벤치는 앉아 있으면 절로 사색에 빠질 것만 같다. 어른 손바닥 모양의 앙증맞은 벤치는 아이들에게 펀안함과 포근함을 더불어 선사하고 있다.  

다시 길섶을 따라 걷다보면 나비가 날고 있는 배추포기 형상물과 만난다. 마을전체가 자연과 더불어 살고 있다는 느낌을 안겨주기 충분하다. 마을 회관 앞에 서 있는 대나무로 만든 아름드리나무는 조형미를 갖춘 또 하나의 그늘막이다. 왼쪽에 서 있는 정자나무와 균형까지 맞춰 원래 서 있던 것처럼 자연스럽다.
                 
"주민 배려하는 마음 먼저 담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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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회관 대나무그늘, 왼쪽에 서 있는 정자나무와 잘 어울려 보인다.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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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 벤치 ⓒ 심규상


하대리 삼거리에서 슈퍼마켓, 딸기 하우스, 방앗간, 초등학교, 마을회관 등을 따라 걸으며 '예술 보물'을 접하다보면 누구든 '갑사 가는 길'의 새로운 묘미에 빠져 들게 된다.    

이처럼 마을 길섶을 점과 선으로 이어놓은 작품들로 시골마을이 환해지고 생기가 돋아났지만 작품에 참여한 작가들은 지역 주민들이 참여로 가능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예술 감독을 맡은 이 섭씨는 "과도한 상징을 피하고 작품의 심미적 부분보다 기능에 치중했다"며 "작가의 예술적 재능에 이를 사용할 주민들을 배려하는 마음을 먼저 담아내는 것이 예술행위의 근본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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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입구에 서 있는 조형물 ⓒ 심규상


단순히 보여주기식 작품이 아닌 주민들이 원하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 애썼다는 얘기다.

실제 작품 하나하나는 5개월동안 주민들과 의견을 주고받으며 탄생했다. 처음에는 쓸데없는 일에 왜 돈을 쓰느냐고 타박하던 주민들도 단순한 조각품이 아닌 실생활에 유용한 작품들이 만들어지자 고개를 끄덕이며 작품 제작에 팔을 걷어붙였다.

오늘공공미술연구소 임재일 교수는 "작품 제작에 참여한 9명의 작가를 선정하는 과정에서부터 지역주민과 호흡을 맞추는 공공미술에 참여한 경험여부를 우선시 했다"며 "지역주민들이 요구하는 기능을 작품마다 받아 담았다"고 말했다.   

주민들의 반응이 뜨겁자 공주시에서도 갑사길 벽화 작업 등 마을가꾸기 미술 활동을 추가 지원하기로 했다. 
     
이번 갑사 가는 길 '길 섶 미술로 가꾸기 사업'에는 강나루, 김진희, 박건규, 서희화, 이인희, 임재일, 전수현, 정하응, 최평곤 등 모두 9명의 작가들이 참여했다.
#갑사 #공공미술 #길섶 #마을가꾸기 #계룡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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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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