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열린 이주노동자 건강센터 희망세상 개소식 후 오후 1시가 지나자 이주노동자들이 삼삼오오 방문하기 시작했다.
한만송
현재 한국 내 이주노동자는 대략 100만 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2050년에는 600만 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코리아 드림'을 안고 한국에 발을 내딛은 이들은 피부색과 언어는 다르지만 우리의 이웃으로,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고 있다. 이들의 가장 큰 걱정 중 하나는 건강문제이다. 사실상 의료 사각지대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인천의 경우 적십자병원, 인천의료원 등 몇 군데에서 이주노동자를 위한 진료를 하고 있지만, 4만 명 정도 되는 지역 이주노동자들의 의료를 모두 책임지지는 못하고 있다.
이주노동자들은 병가를 내기도 부담이지만, 치료비를 부담하기 힘들어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고, 체류기간이 만료돼 불법 이주노동자도 상당해 치료를 받기가 여의치 않다. 이로 인해 이주노동자들의 의료 접근성이 현저히 낮은 상태다.
이들이 낯선 이국땅에서 혼자 아파하는 일이 없도록 하자는 뜻으로 의사·한의사·약사·간호사들이 모였다. 이들은 인천에서 지난 20일 이주노동자를 위한 건강센터를 열었다.
이주노동자들이 '희망세상'을 찾는 이유 그 이름은 바로, 이주노동자를 위한 건강센터 '희망세상'이다. 인천 부평구 부개1동 상가건물 3층에 문을 연 '희망세상'엔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건치) 인천지부'와 '참의료실천단', '행동하는 의사회', '인천약사회 여약사위원회', '인도주의 실천 의사 협의회' 소속 의료인 등이 함께 하고 있다.
매주 일요일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4시간 동안 치과·내과·외과·한방 등을 진료한다. 진료와 처방은 무료로 이뤄지며, 2차 진료가 필요한 환자는 인천의료원과 한림병원 등 이주노동자들이 무료로 진료 받을 수 있는 병원과 연계시켜준다.
건치 인천지부를 비롯한 5개 단체들은 진료와 처방에 들어가는 비용을 자체적으로 부담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사무실 운영 경비 등도 소속 단체 회원들의 후원으로 마련한다.
최근에는 김포·안산·시흥·의정부 등지의 이주노동자들도 '희망세상'을 찾아온다. 동료들의 입소문을 통해서다. 또한 한국이주노동자인권센터와 선교회 등을 통해 알게 된 이주노동자들이 이곳 문을 두드린다.
'희망세상'을 이용하는 이주노동자들의 주요 연령대는 20~30대이지만, 10세 미만 어린이와 10대 청소년, 40대 후반도 있다. 이주노동자들의 가족들도 '희망세상'을 찾는 것이다.
20일 '희망세상'에서 만난 한 이주노동자는 "필리핀에서 4년 전 일자리를 찾아왔다"고 소개하고, "한방진료를 받고 몸이 많이 좋아져 좋다. 오늘은 잇몸이 아파서 힘들어하는 회사 동료와 같이 안산에서 왔다"고 말했다.
김포에서 왔다는 우즈베키스탄 출신의 다른 노동자는 "이주노동자인권센터를 통해 3년째 '희망세상'에서 치과진료를 받고 있고 진료에 만족해 동료들에게도 종종 소개해주고 있다"면서 만족감을 표했다.
'희망세상'은 2004년 건치 인천지부를 중심으로 진행한 무료진료를 시작으로 출발했다. 매주 1회씩 5년 동안 2400여 명의 이주노동자들을 진료했다. 한국이주노동자인권센터 활동가들의 제안으로 2004년 시작된 이주노동자 치과 진료가 이제는 치과·내과·외과·한방에 약 처방이 가능한 건강센터로 확대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