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3] 여성 연령대별 취업자 분포
새사연
여기에는 몇 가지 추세적 원인이 있다. 특히 20대와 30대 여성들에게 큰 영향을 주는 '대학 진학', '최초 취업', '결혼', '출산' 등이 그것이다. 우선 대학진학률을 보자. 여성들의 대학 진학률은 1996년부터 50퍼센트를 넘기 시작해 2008년 현재 83.5퍼센트를 보였다. 84퍼센트 남성 대학진학률과 별반 차이가 없게 된 것이며, 현재 30대 전반기 직장 여성 이하의 절반 이상은 대학 진학을 했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또한 대학진학으로 20대 전반기 여성 취업률은 계속 낮아진다.
이어 청년취업난이 심화되면서 졸업 시기와 최초 취업 시기는 계속 늦어져 남성 기준으로 29세, 여성은 평균적으로 이보다 대략 2년 정도 빠른 27세 전후에 졸업 후 최초 취업을 할 가능성이 높게 되었다. 최초 취업이 20대 후반기에 집중되는 현상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1980년대만 해도 여성들의 대학 졸업 후 취업률은 1/3에 불과했다. 그러나 1995년부터 졸업 여학생의 절반 이상이 취업을 하게 되었고 2008년 현재는 여성 졸업생 취업률이 65.9퍼센트로서 지난 13년 동안 13퍼센트 이상 뛰어 올랐다. 이는 남성 졸업생의 취업률이 70퍼센트를 전후로 큰 변동 없이 지속되었던 것과 뚜렷이 비교되는 현상이다. 20대 후반의 여성 취업률 상승은 이런 결과다(통계청, <2008 한국의 사회지표>, 2009).
첫 취업 시기 지연과 비례하여 결혼 연령과 최초 출산 연령도 계속 뒤로 미뤄지고 있다. 2008년 기준으로 여성의 평균 결혼 연령은 28세(남성은 31세)로 10년 전에 비해 2년 정도 늦어졌다. 첫 아이 출산도 현재 20대 후반 대(對) 30대 전반이 5:4 정도의 비율을 보이고 있는데 10년 전의 9:2 비율과 비교하면 30대 첫 출산 여성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출산이나 보육 복지제도 개선이 더디게 진행되면서 30대 전반기에 결혼과 출산 등으로 인해 직장을 떠나야 하는 압박을 크게 받고 있다는 뜻이다. 30대 취업자 감소가 확대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리고 40대에 접어든 여성들은 외환위기 이후 남성 가장들의 구조적인 고용불안과 늘어나는 사교육비 부담으로 인해 다시금 취약한 일자리라도 찾아 나서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을 맞닥뜨렸고 이 때문에 중년 이후 여성 취업자들이 다시 늘어나게 된 것이다.
상황을 종합해보면, 외환위기 이후 한국의 고용지형은 구조적으로 여성으로 하여금 후진국형의 'M자형' 고용구조를 오히려 심화시키는 결과를 초래케 했다고 할 수 있으며, 2009년과 같은 경제위기 상황에서 이런 형태는 더욱 확대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2009년 경제위기는 여성의 일자리를 빼앗은 경제위기그러면 본격적으로 이번 경제위기를 전후하여 남성과 비교한 여성들의 일자리가 어떻게 나빠졌는가. 우선 확인할 수 있는 것은 2009년 들어 나타난 일자리 감소는 거의 대부분 여성 일자리의 감소였다는 사실이다. 이는 2009년 접어들면서 남성과 여성의 취업자 감소자 수를 비교해 보아도 뚜렷할 뿐만 아니라 통학, 가사, 육아, 취업준비, 쉬었음 등을 의미하는 비경제활동 인구 증가수를 비교해봐도 선명하게 드러난다(2009년 6월 이후에는 정부가 추진한 이른바 '희망근로' 효과 때문에 민간 부문의 일자리 추이가 상당히 왜곡되고 있으므로 2009년 5월까지로 한정해서 분석했다). 일자리 감소가 최악이었던 2009년 5월을 기준으로 볼 때, 전체 일자리 감소 수자 21만 9000개 가운데 21만 1000개가 여성 일자리였다. 줄어든 일자리 10개 가운데 9.5개는 여성일자리였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 같은 충격적인 결과가 왜 발생한 것일까. 쉽게 단정할 수는 없지만 남성에 비해 훨씬 취약한 여성의 취업구조가 중요한 이유가 되었을 개연성이 높다. 이번 경제위기는 상대적으로 안정된 '대기업 정규직'쪽 보다는 중소기업, 비정규직, 자영업 등 취약계층에게 고용충격이 집중되었기 때문이다(
새사연, "한국노동시장 2차 구조변동의 4대 징후 " 2009.9.16). 여성의 취업 구성은 안정된 상용직이 낮은 반면 임시직은 남성의 두 배가 훨씬 넘는 34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는 매우 불안정한 고용구조를 갖고 있다. 같은 자영업에 종사하더라도 고용인을 둔 상대적으로 안정된 자영업보다는 고용인 없는 영세한 자영자가 여성 쪽에 훨씬 더 많은 취약한 특성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