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 오른 '배'... 이동경로 알려드려요

경기도 '이력추적생산농가' 방문기

등록 2009.09.23 09:35수정 2009.09.24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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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기농산물을 재배하고 있다는 팻말이 배양농원 길목에 서 있다.

유기농산물을 재배하고 있다는 팻말이 배양농원 길목에 서 있다. ⓒ 한미숙

유기농산물을 재배하고 있다는 팻말이 배양농원 길목에 서 있다. ⓒ 한미숙

 

이력추적농산물이란...
농산물을 생산단계부터 판매단계까지 정보를 기록하고 관리하여 해당 농산물 안정성 등에 문제가 생길 경우, 농산물을 추적하여 원인규명과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도록 관리하는 것을 말합니다. 국내에서는 2006년 1월부터 자율등록방식으로 도입되었습니다.
추석을 보름 앞둔 19일(토) '이력추적생산농가'인 '배양농원'을 찾았다. 농원으로 가는 길목 한편으로 개울이 흐르면서 한적한 풍경 속에 물소리가 평온하게 들린다. 차 한 잔 생각나는 시간이다. 농촌에서는 새참 먹을 때다. 주말 하늘은 쪽빛바다처럼 파랗고 깨끗하다.

 

경기도 양주시 봉양동에 위치한 배양농원. 유기농재배로 배농사를 짓는 농원 주변엔 야생초들이 무성하다. 유기농으로 5년 째 농사짓는 이 농원에서는 코끝에 감도는 공기도 가을바람을 타고 상큼하다.

 

농원창고 밖은 햇살이 퍼져 따끈하지만 창고 안은 서늘했다. '행복배'를 재배하는 박관민(남, 배양농원 대표)씨는 여느 농사와 달리 유기재배로 '자연의 맛과 향기'를 살려내는 중이다. 그는 '행복배'에 대한 자부심과 열정이 넘쳤다. 그에게 이력추적 생산농가 소개와 운영관리 등을 물었다.

 

이력추적 생산농가 소개 : 생산현황

 

 탐스러운 '행복배'가 주렁주렁 보석처럼 달려 있다.

탐스러운 '행복배'가 주렁주렁 보석처럼 달려 있다. ⓒ 한미숙

탐스러운 '행복배'가 주렁주렁 보석처럼 달려 있다. ⓒ 한미숙

박관민씨는 배농사를 짓지만 작목이 다른 타 농가와도 적극적인 정보교류를 한다. 현재 그는 작목반장을 맡고 있다고 한다. 자재(자연농업소재) 쓰는 게 비슷해서 모임을 통해 정보를 주고받으며 자재를 공유한다.

 

- 농산물을 생산하고 판매와 경영을 하면서 어려웠던 부분은 무엇인가요?

"작업할 때 면적과 품종에 따라 맞춰서 일하기가 어려운 부분이 있어요. 판매는 홈페이지를 통해서 직거래를 합니다. 1997년 KBS에 저희 농원이 소개된 적이 있었어요. 그후 매출이 40~50% 정도 늘었지요. 방송 영향력을 실감했어요. 그 당시 우리 배를 찾았던 분들이 지금도 찾아오는 고객이기도 해요. 나중에 입소문을 듣고 찾는 고객이 있는가 하면 10년 이상된 단골고객도 있어요."

 

박관민씨는 70년대 배농사를 짓던 아버지로부터 91년에 농사를 물려받아 직접 배농사를 시작했다고 한다. 95년 '친환경'이란 단어조차 없던 분위기에서 교육을 받고 겁없이 무농약을 실시하며 온갖 실패를 겪었다. 부모님은 한때 '버린 자식'이라고 여기기도 했단다. 그러다가 천 평 배밭에서 배 세짝을 거뒀을 때 그는 '성공했다!'는 확신이 들었다. 여전히 주변 농가에서는 '무농약으로 농사를 짓더니 망했다'라는 말이 들렸다고 했다.

 

박관민씨는 농산물 우수인증 제도인 'GAP(우수농산물관리제도) 참여유무'에 대해서 묻자 '취지는 좋은데 아직 어렵다'고 말했다.

 

"포장 문제에 있어서 조건이 너무 부담스러워요. 농산물은 종류마다 특성이 다 다르기 때문에 포장시설 규제 조건도 달라야 한다고 생각해요. 큰 단체가 아닌 이상 당도선별기를 개인이 갖기엔 경제적으로 무리가 아닐 수 없지요."  

 

이력추적 생산농가 운영관리 : 유통판매현황

 

 행복배 앞에서 행복한 배양농원 부부. 박관민씨와 그의 아내 조명옥씨이다.

행복배 앞에서 행복한 배양농원 부부. 박관민씨와 그의 아내 조명옥씨이다. ⓒ 한미숙

행복배 앞에서 행복한 배양농원 부부. 박관민씨와 그의 아내 조명옥씨이다. ⓒ 한미숙

박관민씨가 이력추적관리제도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GAP인증을 받기 위해서였다. 참여하면서 새로운 것을 알게 되고 계속 더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게 좋았다고 한다. 유기재배를 하면서 함께 했던 이력추적관리제도는 초반엔 극과 극일 만큼 매출에 큰 차이가 있었지만, 현재는 안정적이라고 한다.

 

-시중에서 이력추적농산품과 일반 상품간 가격차이가 있나요?

"아직 소비자들 인식이 부족한 편입니다. 이력추적농산품에 대해 정착이 안되어 있어요. 소비자들은 아직 잘 몰라요. 법인농가쪽 이상은 모임이나 교육을 통해 홍보가 되겠지만 개인농가는 별로 공감을 못합니다. 실적 위주와 불필요하게 형식을 내세우는 것도 문제예요. 저희 같은 경우 이력추적농산품에 대해 홈페이지나 블로그에서 확인할 수 있고 소포장이라도 전부 공개를 하고 있습니다."

 

-재배품목에 대한 주요 출하처와 출하물량은 어느 정도 되나요?

"출하물량은 40여 톤 됩니다. 고장(배양농원이 있는 경기도 양주)에서 나는 '행복배'는 정작 우리가 사는 양주에서는 팔 수 없어요."

 

무농약으로 재배되는 물량이 그만큼 직거래로 이뤄지며 남을 만큼 많지 않다는 얘기다. 직거래는 전국 생협이나 친환경농산물 단체, 그리고 개인이 주소비자라고 한다.

 

 깜빡 봉지 씌우는 것을 잊어 맨 얼굴로 자란 '행복배'이다.

깜빡 봉지 씌우는 것을 잊어 맨 얼굴로 자란 '행복배'이다. ⓒ 한미숙

깜빡 봉지 씌우는 것을 잊어 맨 얼굴로 자란 '행복배'이다. ⓒ 한미숙

- 상품 관리는 어떻게 이뤄지나요?

"인공수정을 하거나 배 봉지를 씌울 때 일손이 많이 필요하지요. 우리는 일사일촌을 통해 인연이 된 분들이 와서 도와줘요. 그 분들은 5년 전부터 왔는데 보통 금요일 야유회 겸해서 와요. 봄 가을에 한 번씩, 올 때마다 20여 명이 오는데 많은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봄에는 배꽃 타가수분을 해줘야 하기 때문에 9~10시 사이에 인공수정을 해요. 보통 '배꽃을 찍는다'라고 말하는 인공수정 시간은 민들레가 피는 시간에 맞춰 하면 돼요. 그 때 온도가 수정하기에 적절한 온도거든요."

 

- 농산물 이력추적관리제도가 소비자와 소통에 도움이 되나요?

"이력추적관리제도 때문에 소통이 되는 게 아니라, 농장을 공개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에게 신뢰와 확신을 준다고 생각해요."

 

독초를 활용한 효소로 자재를 직접 만들고 뿌리는 과정 등을 통한 그런 믿음이 소비자와 관계형성을 더욱 다져지는 계기가 된다는 것이다.

 

- 앞으로 추진하고자 하는 계획과 포부가 있으시다면?

"저는 전업농업인으로 나이가 젊은 편에 속해요. 나이 드신 분들보다는 '용기'를 낼 수 있기도 해요. 소망이 있다면 동네를 유기농단지로 만들고 싶어요. 배 농사를 짓고 있지만 작년에 시작해서 올해 첫 수확을 한 영지버섯도 어떻게 제대로 홍보할까 고민 중입니다."

 

"이곳은 하얀민들레 군락지이기도 해요. 봄이면 하얀 동전을 군데군데 뿌려놓은 것처럼 민들레가 확 피었다가 한꺼번에 집니다. 또 밭에는 50여 가지 다양한 야생풀들이 자라요. 우리농원에 오는 분들은 3년전부터 이곳에 항아리를 갖다놓고 산에 올라갈 때마다 야생초(산야초)들을 따서 효소를 만들어요. 산야초를 자재로 쓰는 방법은 꾸준히 실험중이예요."

 

'행복배'가 자라는 농원에는 이곳저곳에 거미가 거미줄을 쳐 놓았다. 거미들은 먹잇감이 나타나기를 느긋하게 기다린다. "나는 때 맞춰 자재를 뿌려주고 일은 미생물들이 다 한다"는 박관민씨의 여유있는 마음이 서두르거나 조급해 하지 않은 모습으로 농원 풍경속에  스며있다.

 

 자재로 쓰일 산에서 퍼온 흙

자재로 쓰일 산에서 퍼온 흙 ⓒ 한미숙

자재로 쓰일 산에서 퍼온 흙 ⓒ 한미숙

그는 산에서 퍼온 산흙을 이용해 물과 바닷물을 섞는다. 그리고 미생물 먹이가 되는 당밀을 적당한 비율로 배합해서 자재를 만든다. 농약이나 비료 대신 자연재료 그대로를 쓰는 것이다. 산흙은 낙엽이 썩은 부엽토와 자연 그대로의 흙 등이 한데 어우러져 손에 닿는 촉감이 푹신하고 부드럽다. 산흙에 섞어진 자재위에 야생초를 덮어주고 일주일 정도 지나면 미생물이 영양분을 분해시켜 물 위에 허옇게 뜨게 된다. 여기에 물을 섞어서 배나무에 뿌려주는 것이다.

 

배밭 아래는 무성한 풀들이 자란다. 그 속에 새끼를 업은 메뚜기가 톡, 톡 튀고 가을달래의 알싸한 향내가 퍼진다. 유기재배로 키운 '행복배'를 먹으니 자연 그대로의 힘이 느껴진다.

 

 황토 초벌로 염색한 옷가지가 배밭 줄에 걸려 있다. 농원에서는 조명옥씨가 찾아오는 이웃들과 때 맞춰 황토체험을 하기도 한다.

황토 초벌로 염색한 옷가지가 배밭 줄에 걸려 있다. 농원에서는 조명옥씨가 찾아오는 이웃들과 때 맞춰 황토체험을 하기도 한다. ⓒ 한미숙

황토 초벌로 염색한 옷가지가 배밭 줄에 걸려 있다. 농원에서는 조명옥씨가 찾아오는 이웃들과 때 맞춰 황토체험을 하기도 한다. ⓒ 한미숙
 조명옥씨가 황토염색에 쓰는 황토를 직접 만지며 얘기하고 있다. 거칠게 느껴지는 황토물 옆에는 찰흙처럼 고운 황토물이 있다.

조명옥씨가 황토염색에 쓰는 황토를 직접 만지며 얘기하고 있다. 거칠게 느껴지는 황토물 옆에는 찰흙처럼 고운 황토물이 있다. ⓒ 한미숙

조명옥씨가 황토염색에 쓰는 황토를 직접 만지며 얘기하고 있다. 거칠게 느껴지는 황토물 옆에는 찰흙처럼 고운 황토물이 있다. ⓒ 한미숙

진딧물은 농약을 뿌리면 금방 없어진다. 아니 없어지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살아남은 진딧물들은 다시 농약을 뿌릴 만큼 또 많아진다. 진딧물을 사라지게 하려면 그냥 보름 정도 가만히 기다리면 된다고 한다. 비가 한 번 내릴 때마다 진딧물이 아래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농약을 치면 진딧물의 천적인 무당벌레, 거미 등은 모두 죽는다. 그 뿐인가. 그 영향은 사람에게도 미친다. 농원 배밭에는 아직 봉지에 싸인 배들이 주렁주렁 달려 있다. 추석명절을 앞두고 상품을 만들기 위해 배를 서둘러 딸 만한데, 맛이 다 들어서 따야 제 맛이 난다며 서두르지 않는다.

 

배 밭 아래로 자라는 김장배추의 연둣빛과 가을무의 초록이 풍성하다. 손가락 한 마디쯤 올라온 갓을 군데군데 짓뭉개 놓은 것이 보였다. 궁금해서 묻자 안주인 되는 조명옥(박관민씨의 아내)씨는 언제부턴가 멧돼지가 와서 먹을 것을 찾는 것 같다고 했다.

 

조명옥씨는 배농사를 하는 틈틈이 글쓰기를 하는 방송대학교 국문학과 학생이기도 하다. 유기재배를 하면서 수많은 고비를 함께 넘어 온 두 부부의 모습은 온화하고 소박해 보인다. 배양농원의 오늘이 있기까지의 과정과 경험, 실패와 성공의 실타래가 안주인의 글로 풀려나오는 날을 기대해본다.

 

 배밭 아래 역시 유기농으로 자라는 무와 약배추. 연두와 초록으로 싱그럽다.

배밭 아래 역시 유기농으로 자라는 무와 약배추. 연두와 초록으로 싱그럽다. ⓒ 한미숙

배밭 아래 역시 유기농으로 자라는 무와 약배추. 연두와 초록으로 싱그럽다. ⓒ 한미숙

 배밭 아래에서 자라는 가을달래. 봄달래와 달리 매콤한 향기가 진하게 퍼진다.

배밭 아래에서 자라는 가을달래. 봄달래와 달리 매콤한 향기가 진하게 퍼진다. ⓒ 한미숙

배밭 아래에서 자라는 가을달래. 봄달래와 달리 매콤한 향기가 진하게 퍼진다. ⓒ 한미숙

덧붙이는 글 | 이글은 '아피스' sbs u포터에도 송고합니다.

배양농원: 유기재배인증(농산물품질관리원): 제 10-22-1-10호
경기도 양주시 봉양동 145. 전화: (031)858-1069 휴대폰: 010-8720-10
http://www.happypear.co.kr 
blog.daum.net/pkm818 : 행복배
blog.naver.com/cmok818

2009.09.23 09:35ⓒ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글은 '아피스' sbs u포터에도 송고합니다.

배양농원: 유기재배인증(농산물품질관리원): 제 10-22-1-10호
경기도 양주시 봉양동 145. 전화: (031)858-1069 휴대폰: 010-87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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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배 #이력추적농산물 #배양농원 #유기재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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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 가면을 줘보게, 그럼 진실을 말하게 될 테니까. 오스카와일드<거짓의 쇠락>p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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