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하늘과 어울린 다도해가 보고 싶다면...

아기자기한 바다 풍경과 산행을 즐길 수 있는 여수 개도 봉화산

등록 2009.09.24 10:17수정 2009.09.24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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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야도에서 개도 가는 여객선에서 ⓒ 전용호


백야도에서 여객선을 타고서

바다는 항상 해무가 있어 하늘이 쨍하게 맑은 날을 만나기 힘들다. 어제 바람이 거칠게 불더니 아침 날씨가 맑다. 파란하늘과 점점이 떠있는 섬들이 어우러진 바다를 보기 위해 개도로 가야겠다. 모처럼 섬에 간다니 애들도 따라 나선다. 흐흐흐. 섬에도 산이 있는데….


백야도로 향한다. 개도 가는 배가 오전 11시30분에 출발한다. 구불거리는 시골길을 따라 한참을 달린다. 백야대교를 지난다. 백야 포구에는 많은 사람들이 배를 기다리고 있다. 아직 배는 들어오지 않았다. 선창에 앉아 바다를 바라본다. 바다는 물을 가득 담고 있다.

여객선이 들어오고 사람들이 서둘러 올라탄다. 물살을 가르며 나아가는 배. 배를 타고 간다는 것은 항상 즐겁다. 건너편으로 보이는 갯바위에서 낚시를 하던 분들이 손을 흔든다. 작은 손짓 하나가 서로를 즐겁게 한다. 애들은 바다에 떠다니는 해파리를 찾느라 열심이다. 배 옆으로 해파리들이 떠가고 있다. 마치 투명한 갈색 비닐봉지가 떠다니고 있는 듯하다. 해파리는 자신이 어디로 가는지 알고 있을까?

우연의 일치일까? 개를 닮은 섬

백야도를 출발한지 25분 만에 개도 여석 선착장에 도착했다. 짧은 시간이지만 바다위의 즐거움 탓인지 발걸음도 가볍다. 선착장에는 멸치를 삶는 움막이 몇 군데 있을 뿐 조용하기만 하다. 걸어가는 사람은 우리뿐. 선창에서 그물을 손질하는 할아버지에게 길을 묻는다. 도로를 따라가다 삼거리에서 올라서면 등산안내판이 보인다고 자세하게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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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도 여석 선창에서 걸어가는 길. 올망졸망한 논에는 가을이 익어간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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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도 등산로 표지판. 오른쪽으로 돌출된 부분이 영락없이 개가 서있는 모양이다. ⓒ 전용호


섬 이름이 개도라니. 개를 닮은 섬? 아니다. 여수시 화정면은 크지 않은 섬들로 이루어진 면이다. 그 섬들 가운데 우뚝 솟은 섬이 개도다. 그래서 주위에 작은 섬들을 거느리고 있다는 뜻에서 덮을 개(蓋)를 써서 개도(蓋島)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우연의 일치인지 몰라도 최근 인터넷에 개를 닮은 섬으로 관심을 받았는데, 그 섬이 바로 개도다.


섬 정상을 향하여

시멘트포장도로를 따라 걷는다. 기분이 좋다. 작은 논에는 벼들이 가을 색으로 익어간다. 구불거리며 올라가다 뒤돌아보면 바다가 보인다. 산길은 샘골에서 올라선다. 한창 등산로 정비중인지 바닥이 정리되지 않아 미끄럽다. 조금 올라서니 나무계단도 만들어 놓고 반듯한 돌로 잘 다듬어 놓았다. 따사로운 햇살을 적당히 가린 산길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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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곳에 팔각정이 있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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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각정에서 바라본 바다. 앞에 보이는 섬이 하화도, 상화도, 낭도가 이어진다. ⓒ 전용호


작은 산이라 쉽게 생각했는데 가파르게 올라간다. 첫 번째 봉우리 올라서는데 한참 올라간다. 기껏 해발 191m 봉우리 하나 올라서는데…. 봉우리 정상에는 팔각정이 자리 잡았다. 팔각정에서 보이는 경치가 너무나 아름답다. 하화도와 상화도, 추도, 사도, 낭도로 이어지며 고흥반도와 고돌산반도가 다 보인다. 뭍으로 향하는 바다는 반도사이를 뚫고 간다. 그사이로 구름이 하얗게 흘러간다.

팔각정은 등산로 정비사업으로 만들었는지 깨끗하다. 아마 우리가 첫손님인 것 같다. 자리를 펴고 않아 바다를 보면서 점심을 먹는다.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고 있으니 신선이 따로 없는 듯. 일어나기 싫다.

그래도 山은 힘들다

산길은 아래로 내려간다. 섬 내 가장 큰 마을인 화산마을이 보인다. 반듯하게 정리된 논들이 섬이지만 부유하게 느껴진다. 바짝 마른 가을 날씨를 즐기며 산길을 내려서니 넉넉한 초지(草地)를 만난다. 야트막한 돌담들도 가지런히 쌓여있다. 옛날 말을 키우던 방목장 흔적일까? 조선시대에는 말을 키웠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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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도 화산마을과 잘 정리된 논. 넉넉하게 보인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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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막아서고 있는 소. 덩치가 큰게 무섭다. ⓒ 전용호


소들이 몇 마리 누워있다. 누런 빛깔이 아주 건강하게 보인다. 길을 막아선 소는 비껴주지 않는다. 앞서가던 애들은 소를 피해가느라 잔뜩 힘들어 한다. 소는 순한 동물인데도 큰 덩치와 뾰족하게 솟은 뿔이 무섭게만 보이는가 보다. 가까이 가니 큰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경계의 눈빛을 보낸다. 풀밭에서 애들은 방아깨비를 잡는다. 방아깨비들은 살이 잔뜩 올라 통통하다. 애들은 뒷다리를 잡고서 방아 찧기를 한다.

옹달샘을 지난다. 물은 먹지 못하겠다. 천제봉으로 다시 올라간다. 가파른 길은 지그재그로 올라간다. 힘들다. 쉬어가기를 몇 번. 반가운 등산리본도 만난다. 리본에는 '그래도 山이다 힘들다'라고 써 놓았다. 똑같은 심정이다.

저 구름 흘러가는 곳

천제봉에 올라서니 바다가 사방으로 보인다. 예전에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곳이라는데 흔적은 없다. 섬 반대편 금오도도 보이고 섬 서쪽으로 월호도도 보인다. 여수의 섬들 한 가운데 선 기분이다. 멀리 수평선에서부터 올라선 하늘은 머리 위에서 더욱 파랗게 빛나고 있다. 하얀 구름은 시샘하듯 하늘에 이리저리 흩어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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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산에서 바라본 바다. 앞에 보이는 산이 천제봉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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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산에서 바라본 남쪽 바다. 앞에 보이는 섬이 금오도. ⓒ 전용호


봉화산을 향해 다시 산을 내려선다. 아! 능선을 타고 가는 게 아니구나. 섬 정상인 봉화산으로 가는 길, 힘들게 올라선 산을 그만큼 내려서야 한다. 비슷한 풍경인 초지를 만나고 한가롭게 풀을 뜯는 소들도 만난다. 산 사이로 비치는 바다를 즐기며 다시 산으로 들어선다. 섬 산에 군락으로 자라는 소사나무가 빽빽한 숲을 이루고 있다. 그 사이로 비치는 하늘이 간절한 그리움처럼 스쳐 지나간다.

그렇게 다시 오른 산 정상에는 봉화대로 사용했던 돌무더기가 있고 천제봉과 봉화산 정상 표지판 두 개가 나란히 서있다. 표지판을 천제봉까지 가져가기 싫었을까? 몇 백 년 동안 그 자리에서 햇살을 받았을 반반한 돌을 찾아 앉았다. 바다를 바라본다. 금호도를 지나 아득한 수평선이 이어진다.

학창시절 불렀던 가곡이 입가에서 흘러나온다. '저 구름 흘러가는 곳 아득한 먼 그곳~ 그리움도 흘러가라~' 저 너머로 한없이 가면 제주도가 나올까?

주위는 금빛으로 물들어 가고

내려오는 길. 애들과 함께 쉬엄쉬엄 간지라 계획했던 것보다 시간이 많이 지났다. 여객선을 타려면 서둘러야겠다. 서둘러 산을 내려섰다. 큰 길로 나왔지만 걸어서 선창까지는 너무나 멀 것 같다. 마침 트럭이 한 대 온다. 여객선을 타야 한다며 부탁했더니 흔쾌히 태워준다.

화물칸에 탄 애들은 무척 즐거워한다. 섬에서나 즐길 수 있는 색다른 경험이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돌아가는 길. 소와 송아지를 몰고 도로를 걸어가는 아저씨가 지나간다. "저 사람은 무척 부자겠네요" 큰애는 소가 많은 게 부러운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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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에는 소들이 많다. 옛날 말을 키우던 곳에는 소들이 커가고 있는가 보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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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 햇살을 받고 들어오는 여객선 ⓒ 전용호


다시 선창. 해는 서산 마루를 향해 내려가고 있다. 바다는 금빛으로 물들어간다. 조마조마하며 왔는데 배는 늦는다. 여기저기 들렀다 오느라 늦는가 보다. 오후 5시25분 출발인데 18시가 다 돼간다. 저 멀리 섬 사이로 배가 보인다. 떨어지는 해를 닮아 금빛으로 물든 배가 선창으로 들어온다.

교통정보

백야도에서 개도 가는 여객선은 하루에 세번(08:00, 11:30, 14:50) 운행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선사 홈페이지(http://www.sa-do.co.kr)와 태평양해운(061-662-5454)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개도 #봉화산 #여수 #백야도 #다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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