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철 대법관 버티기, 이번에도 성공하나?

등록 2009.09.24 13:46수정 2009.09.24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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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시국재판 개입혐의로 자진사퇴 직전까지 몰렸다가 노무현 대통령 서거라는 국민적 비극과 시국의 대반전에 묻혀서 사퇴위기를 모면했던 신영철 대법관이 이번 문국현 대표 대법원 상고심과정에서 예의 그 '역할'에도 불구하고 언론의 침묵 속에서 다시 한 번 묻혀져 가는 느낌이다. 이를테면 신영철대법관 사퇴문제는 전임대통령 서거직전 시기 가장 화두가 됐었고 처음에는 그를 두둔하던 이용훈 대법원장도 태도를 바꾸었으며, 신영철 대법관 스스로도 사퇴시기만을 저울질하는 중이라는 보도가 언론에 보도되던 때였다.

 

우리는 간혹 '역설'이 일상을 지배할 때를 접할 수 있는데 신영철 대법관의 '기사회생'의 경우가 그렇고, 쉽게 기억할 수 있는 또 다른 사례는 이동관 전 청와대 대변인이다. 그는 춘천지역에 땅투기 혐의와 관련 '농지법 위반'으로 여론의 악화속에 거의 사퇴를 눈앞에 둔 시점에서 '촛불시위'가 터졌고 덕분에 그를 향하던 수많은 시선과 논란은 사그라들 수 밖에 없었으며 이명박정권의 최대 위기였던 그 시기가 개인적으로는 '소생의 계기'였던 것이다.

 

왜 신영철 대법관이 사퇴하지 않으면 안되는가는 너무 분명하다. 그는 '촛불재판'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판사를 배당하는 일과 특정방향으로 판결하도록 외압을 넣은 사실이 밝혀졌으며 이는 사법부의 존재이유 자체를 스스로 부정하고 사법부의 위상을 집권세력의 '안위'에 종속시켜서 국헌인 '삼권분립'을 스스로 부정했다. 하지만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정국의 파랑'이 그를 살려낸 것이다. 이것이 '복지부동'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신영철 대법관은 한동안 여론에서 비켜나 있었던 것만큼은 분명하다.

 

그랬던 신영철 대법관이 다시 여론의 주목을 받았던 계기는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에 대한 대법원 상고심의 '주심대법관'을 맡게 되면서 벌어졌던 일련의 과정 속에 존재한다. 이번에 그가 안건에 붙여 개최된 대법원 전원합의체 회의는 10월 재보선을 통해 부활을 노렸던 이재오씨와 권력핵심부, 문국현 대표 유죄선고시를 대비하지 않으면 안되는 야당지도부의 처지 등을 감안해 볼 때 그 정치적 비중과 관심에 비해 언론 보도는 소극적이었다.

 

만일 신영철 대법관이 주도하여 9월24일 '문국현 의원직 상실'이 선고되었더라면 8월말부터 출마준비를 했던 것으로 확인되는 이재오 전 의원의 승리와, 이를 토대로 한 이명박 정권의 '친정체제 강화'라는 시나리오는 현실화 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이틀간에 걸쳐 이례적 격론을 벌였다고 알려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결국 신영철 대법관이 주장했던 것으로 알려진 9월24일 선고를 동의하지 않았고, 문 대표에 대한 사건심리를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다루기로 결론을 내렸으며 차기 선고일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 없다.

 

문 대표에 대한 전원합의체 회의가 열리던 당일, 자유선진당을 포함하는 야4당대표도 '이례적'으로 합동기자회견을 열어 '문국현 사법살인 중단'을 촉구했으며 그 동기를 제공했던 결정적 이유가 바로 대법원 선고기일은 최소한 2주 전에 공시한다는 사법부 60년 전통을 깨가면서까지 무리하게 9월 24일의 '조기 선고'를 주도했던 신영철 주심대법관의 '악명높은 전력' 때문이었다.

 

현재 대법관은 그 임명시기와 임명권자의 정치성향에 따라 진보개혁/보수 성향 판사들이 고루 분포되어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 신영철 대법관이 문대표 조기선고를 기도한 행위는 진보와 보수의 문제가 아니다. 문국현 대표에 대한 사건심리와 법리적 판단과 별개로 정권의 무리한 요구에 맞춰 마치 바늘 허리에 실을 꿰려 시도했던 행동은 오히려 보수성향 대법관의 질타대상이 되었을 것이다. 변화보다는 '관례의 보존성향'과 '원칙'을 중시하는 것이 보수의 의미라면 신영철 대법관의 '목적의식적 파격기도'는 지탄의 대상이 되고도 남는다. 

 

결론적으로 신영철 대법관은 지난 촛불재판 개입에 따른 사법부 신뢰추락의 주인공으로서 자숙하고 반성의 기회를 가져도 용서되기 어려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자신이 가지고 있는 대법관이라는 지위를 통해서 '10월 이재오 복귀'의 선봉에 서서 자신이 몸담고 있는 대법원의 판결관례를 깨고 집권측의 요구에 복종하는 행위를 했다는 측면에서 '가중처벌 대상'이 되어 마땅하다. 명백히 밝혀진 분식회계혐의를 끝까지 부인하다가 동료경영인이 40년형, 혹은 감형을 선고받았던 데 반해 노령의 나이에 160년이라는 '종신형'으로 가중처벌받았던 엔론사의 레이회장의 사례는 이 대목에서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 하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아고라 '네티즌과의 대화'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9.09.24 13:46 ⓒ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아고라 '네티즌과의 대화'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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