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진 이사 "MBC <2580> <뉴스 후> 'PD수첩' 통폐합"

김광동 "큰 차이 없는 프로그램 과감한 조치해야"

등록 2009.09.24 12:52수정 2009.09.24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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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매거진 2580>, <뉴스 후>, <PD수첩>은 큰 차이가 없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프로그램의 통폐합이나 또는 다른 차원의 상징적, 과감한 조치가 있어야 국민들이 (MBC를) 신뢰할 계기 또는 모멘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김광동 이사가 대표적인 시사고발 프로그램들에 대해 통폐합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혀 사회적 논란이 예상된다. 방문진 이사가 개별 프로그램에 대해 언급한 것 자체도 사실상 편성권 침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무엇보다 KBS가 이병순 사장 취임 이후 신뢰도가 급락해 MBC가 신뢰도 1위를 굳히고 있는 와중에, '시사고발 프로그램 통폐합을 통한 신뢰회복'을 거론한 점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광동 이사는 23일 열린 제12차 방송문화진흥회 임시이사회에서 엄기영 사장으로부터 '뉴MBC 플랜'의 추진현황을 보고받던 중 "공정하지 못한 방송이 전파를 타는 일이 없도록 공건하는 것이 큰 기대를 걸고 있다"며 "앞으로 MBC가 큰 스케일의 조치,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이사는 "엄 사장이 내건 뉴 이노베이션플랜의 상징적 변화가 필요하다"며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언급하면 정상모 이사가 의사진행발언을 하겠지만 <2580> <뉴스 후> <PD수첩> 등은 큰 차이가 없어 프로그램의 통폐합 등 과감한 조치가 있어야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는 모멘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김 이사의 발언에 엄기영 사장이 특별히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향후 엄 사장이 뉴MBC플랜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어떤 조치를 내릴지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MBC 리뷰보드, 프리뷰로 변질 우려"

이뿐 아니라 최홍재 이사는 "<100분토론> 시청자의견 조작의혹 사건에 대한 재조사와 <PD수첩>에 대한 이사회 재논의에 대해 아무런 보고가 없다"며 "10월초 정지민 작가('PD수첩' 번역자 가운데 하나)가 책을 낸다고 하는데 (재조사 문제는) 미룬다고 해결되거나 없어질 성격이 아니"라고 못 박았다. 또한 "MBC의 신뢰회복을 위해서도 이 문제들에 대해 내부적인 확인과 결론이 필요하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달 초 엄기영 사장이 방문진 이사회에 제출한 뉴MBC플랜에 포함된 '리뷰보드'도 입도마에 올랐다.

한상혁 이사는 이날 "엄기영 사장이 시사보도 프로그램에 대해 리뷰하겠다고 했으나 프리뷰 기능을 하는 것으로 변질될까 우려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엄 사장은 "데일리 뉴스와 달리 3주 또는 한 달 전에 제작하는 프로그램의 경우 방영 직전 데스크 기능을 위해 체크하는 경우 방송에 차질을 빚게 될 우려가 있다"며 "데스크 기능을 위해 하는 것일 뿐이고 내용에 대한 사전검열을 하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엄 사장은 다만 검찰이 기소했으나 무죄판결이 날 가능성이 높은 사안에 대해 보도할 경우 검찰의 반론을 충분히 다뤄야 한다는 것이고 특정 결론을 유도하려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김우룡 이사장은 "방송의 기본은 극좌 또는 극우가 아니라 중도를 지향하는 것"이라며 "리뷰보드가 편집이나 편성의 자율성을 훼손하는 것이 아니라 데스크 기능을 해달라는 요청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이사는 야당 측 이사들을 향해 "반독재 민주화 투쟁의 산물로 생긴 단체협약도 경영진이 문제점이 있다고 인정했으므로 이를 변경할 수 있고 변경하기로 한 것"이라고 쐐기를 박았다.

엄기영 사장 "사전검열은 없다"

차기환 이사도 "단체협약과 관련해 ▲편성, 보도권의 본부장 귀속방침 ▲상향평가제 폐지만 언급돼 있다"며 "단체협약 제23조의 정책 발표회, 정책간담회, 공방협 조항에 대한 중간 신임평가 등 인사권 제한조항이 포괄적으로 다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최근 검찰과 경찰, 국세청 등 사정기관이 총동원된 SK건설 비리 의혹 수사의 최종 목표가 MBC가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점과 관련해 김영 감사는 "MBC 일산센터에 대한 비리고발이 있었다"며 "회사 내부에서 검토했는지, 문제가 없었는지 확인해보았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엄 사장은 "검찰에서 현재 경찰로 넘어가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최문순 사장 시절 내부 감사를 진행했으나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김우룡 이사장이 "일산 드림센터의 경우 엄기영 사장 재임 때 이뤄진 게 아니므로 엄 사장이 책임질 문제는 아니지만 혹시 수사결과 문제가 드러나면 신상필벌의 원칙을 지켜주지 바란다"고 당부하자, 한상혁 이사는 "수사 결과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 이를 외부에 문제제기해서 물의를 일으킨 쪽도 책임을 부담해야 할 것"이라고 맞불을 놓았다.

MBC 노조 "노사갈등 불씨 지피는 몰상식에 기가 막힐 지경"

한편, MBC노동조합(위원장 이근행)은 당초 노사간 공동으로 미래위원회를 구성하고 매주 1회 대화에 나서기로 했으나 일단 미루기로 했다. 엄기영 사장이 이번 방문진 보고 때 "단체협약 개정에 대해 9월말까지 원칙적 합의를 하겠다"고 발언한 것은 노동조합과 아무런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밝힌 주장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MBC노조는 24일 발표한 성명을 통해 "노사가 공동으로 미래위원회 구성에 합의해 신뢰조성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에 구성원들의 사기 진작 방안은커녕, 노사간 갈등의 불씨를 스스로 지피는 몰상식에 기가 막힐 지경"이라며 "엄 사장은 무엇을 위해 공영방송 MBC의 수장이라는 중차대한 직책을 지키고 앉아 있는가"라고 질타했다.

MBC노조는 "지난번 방문진 보고 때도 마치 노동조합으로부터 단체협약 개정을 해주겠다는 사전 동의라도 받은 양 '9월 중순 노사협의회 구성, 9월말까지 단체협약 개정과 본부장 책임제 원칙적 합의'라는 일정표를 내놔 화를 자초하더니 급기야 '단체협상 개정에 조합이 동의했다고 방문진에 보고해도 되느냐'고 묻는 어처구니없는 도발을 시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MBC노조는 엄 사장이 방문진 일부 이사가 요구하고 있는 <피디수첩> 재조사에 응하고, 극우 보수 단체들이 문제 삼은 일부 프로그램 진행자를 사내 인사로 교체하겠다는 의사를 사내외에 수차례 표명하는 것 등도 납득할 수 없다고 밝혔다.

MBC노조는 "자리에 연연해하지 않겠다는 엄기영 사장의 말은 공영방송이든 민영방송이든 관영방송이든 사장 자리만 지킬 수 있다면 우리의 일터가 어떻게 변질되든 상관없다는 말이었나"라며 "다시 한 번 분명히 밝히지만 조합이 논의의 장에 나서겠다는 것은 현 경영진의 자리보전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명백히 알아두라"고 천명했다.

이명박 정권과 방문진의 비위를 맞춰가며 어떻게든 자리를 지켜보겠다는 행태는 절대 용납될 수 없기 때문에 진정 MBC의 미래에 동참하고 싶다면 눈치 보기를 중단하고 조급증을 버리라고 충고했다.

이와 관련, 이근행 위원장은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회사가 일방적으로 의제를 설정하고 답을 정하고 가는 것이라면 사실상 방문진의 요구를 수용하기에 급급한 게 아니냐"며 "이 같은 논의는 의미가 없다는 판단을 하고 경고의 입장을 표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2580 뉴스후 PD수첩 통폐합 #리뷰보드 #엄기영 #정지민 #사전검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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