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총리 인준 표결을 허하라

민주당을 위한 제언

등록 2009.09.25 11:34수정 2009.09.25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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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이 일제히 정운찬 총리 지명자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한나라당의 표결처리 방침에 대해 거부의사를 표명한 것은 당연한 수순이겠지요. 하지만, 저는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총리 인준 표결처리를 그냥 진행하도록 놔두라는 제언을 감히 드리고자 합니다.

 

병역기피, 위장전입, 탈세 등 온갖 부도덕한 문제가 노출되고 있는 마당에 뜬금없이 정운찬을 두둔하고 나서는 게 아닙니다. 또한, 그에 대한 총리 인준을 그대로 통과시킴으로써 MB정부에 힘을 실어주고자 하는 것은 더더욱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죠. 역설을 통한 반전효과, 이미지를 역이용하는 일종의 전략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미 무수하게 겪으면서 익히 알게된 바와 같이, MB정부는 건전한 비판 따위에 귀를 기울이는 정부가 아닙니다. 잘못을 인정하고 방향을 바꿀 수 있는 최소한의 양심을 갖추고 있지도 않죠. 이러한 현실을 감안할 때, 어찌어찌해서 정운찬 총리 지명자가 낙마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하더라도 MB정부 또는 새로이 지명되는 다른 후보자의 성격이나 자질에 변화가 생긴다는 기대는 결코 할 수 없습니다. 그런 기대는 메마른 사막에서 물고기를 기대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다시 말해, 야당의 뜻대로 정운찬에 대한 지명철회나 자진사퇴를 이끌어낸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좀 더 나은 정부나 사회의 모습을 담보하는 것이 결코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저 또 다른 부적합 인물을 끌어들이는 결과 밖에는 달리 기대할 게 없다는 것입니다.

 

투쟁을 통해 무언가를 이루려는 것은 한 걸음이라도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목적인데, 애시당초 나아짐의 기대를 전혀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괜히 효과없는 일에 매달릴 게 아니라, 차라리 그런 상황을 좀 더 효율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겠다는 얘기입니다. 그것이 당장은 좀 불편하더라도 장기적으로 봐서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죠.

 

그렇다고 해서 정운찬이나 장관 후보자에 대한 검증을 대충하거나 여기서 적당히 끝내자는 얘기는 결코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죠. 청문회 기간을 연장해서라도 좀 더 철두철미한 검증작업을 진행해야 합니다. 그럼으로써 후보자의 부도덕성과 부적합한 자질이 낱낱이 만천하에 드러나게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 과정을 통해 후보자가 결코 그 자리에 적합한 인물이 아님을 국민들이 속속들이 느낄 수 있게 해야 합니다.

 

그런 다음에는 투쟁수위를 적당히 낮추는 것입니다. 표결처리 하려면 그러라고 놔두는 것이죠. 그래서 실제로 정운찬 같은 부적절한 사람이 총리가 되도록 하는 것입니다. 도저히 총리로서 적합한 인물이 아니라는 것이 만천하에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여당이 숫적 우위를 무기로 결국 그를 총리자리에 앉히는 무리수를 두게 되는 것이죠. 자,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 마음이 과연 어떨까요? 국민들이 MB정부를 어떻게 평가하겠느냐는 것입니다. 생각해보면 그 역효과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자살골 외에 다름 아니죠. 그건 결코 민주당과 야당에 불리한 게 아닙니다. 그 반대죠. 그때부턴 느긋하게(?) 반전효과를 음미하면 됩니다.

 

총리나 장관에 대한 지명은 4대강사업이나 언론장악시도와는 차원이 다른 것입니다. 언론장악시도 같은 문제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아야 하는 것이죠. 실제로 민주당 또는 뜻있는 야당이라면 온몸을 던져서라도 이를 저지해야 합니다. 만약 저지하지 못한다면 금배지를 모두 던져버리고 국회 밖으로 나와야 합니다. 그런 것을 저지하지 못한다면 국회에 남아 자리를 지킬 하등의 이유가 없습니다. 명분도 실익도 없는 허망한 일일 뿐입니다.

 

하지만, 장관이나 총리 등의 인준문제는 그것과는 성격이 다릅니다. 한 사람을 낙마시킨다고 해서 나아질 구석이 없음은 명약관화한 사실입니다. 그런 문제에 있어서는 이미지효과를 역이용하는 지혜(?)를 발휘할 필요가 있습니다. 핵심문제는 철두철미한 검증이지 표결처리를 통한 인준절차가 아닙니다. 민주당의 전략적 마인드를 기대해 보겠습니다.

2009.09.25 11:34ⓒ 2009 OhmyNews
#정운찬 #인사청문회 #총리인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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