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울퉁불퉁하지만 나름대로 감쪽같이 수리된 부분
정현순
"와 정말 새 차 됐는데. 아주 훌륭해. 카센터 갔으면 적어도 십만 원 정도는 들었을 거야. 그런 의미에서 내가 오늘(26일) 저녁에 칼국수 살게."
남편은 활짝 웃으면서 "우선 임시로 해놨으니깐 만약 옆에 것이 떨어지면 그땐 완벽하게 다시 해줄게" 한다. "음 이만해도 난 진짜 만족해" 하곤 차를 한번 쓰윽 쓰다듬어 주었다.
이주일전쯤의 일이다.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갔다. 운전석을 열고 차의 먼지를 앞뒤로 돌면서 털기 시작했다. 조수석 앞부분의 먼지를 털 때 그곳의 녹슨 부분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아마도 며칠은 되었나보다. 언제 떨어졌는지도 몰랐다. 아무리 오래된 차라고 해도 그렇게 속살이 드러나니깐 조금은 창피한 생각이 들었다.
그 부분은 오래 전부터 금이 나 있었다. 왜, 언제 그랬는지 그 이유는 잘 모른다. 어쨌든 금이 간 곳이 오래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떨어져 나가게 된 것 같다. 떨어진 부분에 비가 와서 습기가 차니깐 녹이 나게 되었고 그때야 내 눈에 띄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정비센터에 가면 족히 십만 원 이상은 나올 것 같아 괜스레 아까운 생각이 들었다.
하여 남편한테 며칠 전부터 그 부분을 고쳐달라고 했다. 하지만 재료를 사와야 한다면서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다. 그런데 언젠가 비가 오고 난 후 그 부분이 더 빨갛게 녹이 났고 옆 부분이 자꾸만 떨어져 나가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난 남편에게 "내 차 그대로 놔두면 안 될 것 같은데. 점점 녹이 번지고 있어. 이왕 고쳐 줄 거면 빨리 고쳐줘. 이번 주 안에 안 고쳐주면 카센터에 맡긴다. 그렇지 않으면 확 일 저질러버려"하며 반 협박을 했다. "알았어. 알았어. 이번 주말에는 꼭 고쳐줄게" 했다.
그런데 차 고치기 2~3일 전에 친구가 그런 내 차를 보더니 "얘 여기 좀 봐라. 이러다 다 떨어지겠다. 이번 기회에 차 바꿔라" 한다. 난 "고쳐서 더 써야지. 바꾸기는" 하고 얼버무리고 말았다. 그러면서 은근히 화가 나는 것이었다. '그러게 진작 고쳐주었으면 좋았을 것을' 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