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배의 민생포차', 말 못한 숨은 이야기

"사람도 대접하고, 배워서 나도 대접해라!"... 국민주 탐하는 정치인, 낮은 자세로 임하라

등록 2009.09.29 09:56수정 2009.09.29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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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여수를 방문했던 천정배의 민생포차.

여수를 방문했던 천정배의 민생포차. ⓒ 임현철

여수를 방문했던 천정배의 민생포차. ⓒ 임현철

 

천정배의 민생포차가 전국투어 중이다. 명분은 '언론악법 원천무효' 서명운동. 투어를 통해 국민의 소리를 듣겠다는 것. 일부에선 정치 이벤트라는 평도 있다.

 

사실 이런 행보 달갑지 않다. 너무 많이 봐왔다. 천정배의 민생포차에 가면서 '노점상에게 씌워진 불법이란 굴레를 어떻게 피할까? 라는 생각이 앞섰다. 그래 민생포차 옆, 손님을 기다리는 텅빈 노점상을 주시하기도 했다.

 

기우였다. 최소한 진정성에서는 타 정치인과 다른 '이색' 행보였다. 왜냐하면 언론악법 원천무효를 외치며 장외투쟁을 선언했던 야당이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고 원내 복귀를 했던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민생포차가 다른 정치 이벤트와 차별화 된 이유는 뭘까? 민생포차와 얽힌 '뒤 이야기'를 소개한다.

 

"여러분은 이명박 정권에서 살만 하십니까?"

 

지난 22일, 여수를 방문했던 민생포차. 이곳을 찾은 대다수 사람들은 민주당원이었다. 일부 시민단체 관계자와 일반 시민이 있긴 했다. 전직 법무부 장관에 현역 국회의원 프리미엄 때문일까, 지역 국회의원과 시장도 고개를 내밀었다.

 

물론 천정배 전 장관은 현역 국회의원이 누리는 세비 등 혜택은 없다. 알다시피, 그는 언론악법 원천무효를 외치며 국회의원 배지라는 기득권을 내던졌다. 이로 인해 원외에서 국회의장의 처분(?)만을 기다리는 상태. 이런 그가 인사말을 했다.

 

"여러분 이명박 정권에서 살만 하십니까?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지 1년 반이 넘었습니다. 그동안 민주주의도, 남북관계도, 민생문제도 파탄 나고 있습니다."

 

그랬다. 적어도 우리에건 그랬다. 말투는 조용하고 차분했다. 그리고 민생포차 10일간 소회와 "이명박 정권은 부자들 세금 깎아주고, 4대강 죽이기로 예산을 낭비하고 있다"는 주장과 비정규직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 또 언론악법은 "이명박 정권의 영구집권 의도"라고 목청을 높였다. '소귀에 경 읽기'니 어쩔 수 없을 터.

 

a  언론악법 원천무효를 명분으로 국민의 소리를 듣고 있는 천청배의 민생포차.

언론악법 원천무효를 명분으로 국민의 소리를 듣고 있는 천청배의 민생포차. ⓒ 임현철

언론악법 원천무효를 명분으로 국민의 소리를 듣고 있는 천청배의 민생포차. ⓒ 임현철

 

"사람도 대접하고, 배워서 나도 좀 대접해라!"

 

민생토크가 시작됐다. 아쉬운 게 있었다. 발언자가 내정된 준비된 프로그램이었다. 식상했다. 그렇지만 재밌는 발언이 있었다.

 

질문 : "모습이 '암행어사 박문수'를 연상케 한다. 박문수가 민생을 돌봤듯 그러길 바란다. 사모님이 같이 봉사활동 했으면 좋았을 텐데, 너무 사랑해 감춰놓은 건지, 혼자 돌아다닌다고 밉다는 건지, 그게 궁금하다."

 

답변 : "집 떠날 때, 아내가 '당신은 평생 내가 해준 음식을 받아만 먹었으니, 직접 만들어 사람도 대접하고, 배워서 나도 좀 대접해라'고 했다. 같이 오면 내가 게을러지고 (자기를) 시켜먹을 거 같아 혼자 보낸 거 같다. 집사람도 머지않아 합류하기로 했다. 이걸 해보니 마차 설치하고, 장도 봐야 하고, 찐이 빠진다. 유격훈련 받는 기분이다.

 

(민생포차는) 10여 명이 저녁 7시부터 새벽 3시까지 자원봉사를 한다. 나는 (힘들면) 농땡이라도 피울 수 있다. 보좌관들도 의원직 사퇴 후 세비가 없어 월급도 받지 못하고 무료 자원봉사다. 집에 가면 아내 일을 50%까지는 아니더라도 설거지 등은 할 생각이다. 남자 분들도 아내에게 얻어먹지만 말고 집안일을 많이 했으면 좋겠다."

 

국민주 탐하는 정치인, 낮은 자세로 현장에 임하라!

 

그는 말미에 "힘들지만 (민생포차를) 잘했다고 여긴다"면서 농담 삼아 "이 경험을 바탕으로 실내포장마차 주식회사 자영업에 나서야겠다. 주식 많이 사 달라"고 호소했다.

 

민생포차 주인장 관심은 포장마차(주)일 수 있다. 하지만 정치인 천정배의 관심은 대한민국(주)가 더 클 게다. 이를 보며 느낀 점이 있다.

 

그 혹은 다른 사람이든 누구든 간에 국민주를 탐하는 정치인이라면 짜인 울타리에 파  묻히지 말고, 이런 정치 이벤트라도 했으면 좋겠다. 특히 낮은 자세로 국민의 소리를 듣는 현장 정치 이벤트라면 더 좋겠다.

 

여기서 한 마디 해야겠다. 제발, 선거 임박해 '쇼' 하지 열지 말고, 귀 좀 막지 말고….

 

a  민생토크. 낮은 자세로 임하는 현장 정치 이벤트가 늘었으면 좋겠다.

민생토크. 낮은 자세로 임하는 현장 정치 이벤트가 늘었으면 좋겠다. ⓒ 임현철

민생토크. 낮은 자세로 임하는 현장 정치 이벤트가 늘었으면 좋겠다. ⓒ 임현철

덧붙이는 글 | 제 블로그와 U포터에도 송고합니다.

2009.09.29 09:56ⓒ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제 블로그와 U포터에도 송고합니다.
#천정배의 민생포차 #언론악법 원천무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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