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용산에서는 철거민들이 경찰특공대의 진압에 맞아죽었다. 8월에는 평택 쌍용차에서 정리해고에 맞서 파업중이던 노동자들이 강제진압당했다. 당시 공장진입을 거부하던 경감은 명령불복종으로 파면당했다. 노동자들은 해고되고 비정규직에 실업자로 길거리에 내몰리고 있다.
이 나라 대통령, 총리, 장관, 대법관, 검찰총장은 하나같이 위장전입, 부동산투기, 탈세, 병역의혹, 논문표절 등 다양한 불법부정으로 자유롭지 못하다. G20 개최국이 되었다며 선진강국과 국격을 논하는데 아직 인격을 말하기엔 너무 멀다.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는 너무나 많은 문제로 낙마했다. 그러나 뒤이은 김준규 검찰총장 후보 역시 다르지 않았지만 국민들은 비판조차 지쳐 임명을 지켜보기만 했다.
신영철 대법관 사퇴 여부 문제로 많은 논란이 있었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민일영 대법관 후보 인사청문회는 한마디로 코미디였다. 그의 아내인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이 다른 사람 인사청문회에서는 위장전입을 신랄하게 공격했는데 알고 보니 자신의 남편도 위장전입한 것이 드러났다.
그동안 이미지 관리를 해오던 정운찬 서울대 교수는 망신창이가 된 채로 총리가 임명됐다.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었을 때 스스로 인물이 되지 않아 꿈을 접었다고 했다. 그러나 서울대교수직도 사직하고 나선 것을 보면 본격적으로 뛰어든 모습이다. 그를 보는 많은 사람들은 서울대 교수가 말년에 총리가 되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한다.
임태희 노동부 장관은 취임사를 통해 한국의 노동문화가 부끄럽다고 했다. 그리고 법과 원칙을 지키는데서부터 출발하겠다고 덧붙였다. 한국의 노사문화가 G20개국이 되는데 걸림돌이 된다고 했다. 공무원노조의 정치활동도 막겠다고 했다. 그를 바라보는 노동자들이 오히려 부끄럽다.
이귀남 법무부 장관은 취임사에서 불법 집단행동에 엄정 대처하겠다고 했다. 엄정대처? 어디서 많이 듣던 말이다. 권력이 내뱉는 일종의 공갈협박이다. 아직도 국민들을 우습게 여기는 사람들이 고위관료가 된다.
여성학자, 여성단체가 여성부 장관 임명을 반대했지만 백희영 서울대 교수를 여성부 장관에 임명했다. 취임과 더불어 추석을 앞두고 서민경제를 살펴보기 위해 전통시장을 방문했다. 생활밀착형 여성정책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부끄러운 줄 모르는 고위관료들이 앵무새처럼 법과 원칙을 말한다. 대다수의 국민들은 그저 냉소를 보내고 있다. 법과 원칙을 지키는 것이 자괴감에 빠지게 만든다. 오히려 이런 나라에 사는 국민들이 부끄럽다.
자본주의 경제위기는 항상 쓰나미처럼 상처를 남기지만 사람들은 삶의 일상으로 돌아간다. 부정과 비리, 모순에 저항하기 보다는 자본주의체제를 내면화한다. 공동체사회 실현을 통해 공포와 두려움을 극복하기 보다는 경쟁을 통해 스스로 살아남는 방법을 체득한다. 부조리한 권력에 저항하기 보다는 자조와 탄식을 내면화하면서 숙명으로 받아들인다. 이러한 토양 위에 부패한 권력은 독버섯처럼 자라난다.
청와대를 접수한 권력은 한 때의 위기를 딛고 높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승승장구한다. 대통령의 사람들은 국회 인사청문회가 자신들의 앞길을 가로막지 못한다고 믿는다. 왜냐하면 요식행위이고 오히려 뻔뻔해질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일말의 양심이나 뿌끄러움조차도 세탁할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국민들이 저항하고 분노하기보다는 무관심과 냉소 그리고 좌절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2009.10.03 09:18 | ⓒ 2009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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