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국감 외통위①] 그랜드 바겐? 쇼를 하라 SHOW!

등록 2009.10.06 14:06수정 2009.10.06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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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도 국정감사가 10월 5일부터 24일까지 20일간 개최된다. 국정감사및조사에관한법률에 의거, 국회가 국정현안을 전반적으로 감사함으로써 국정운영의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여 입법활동에 반영하고 2010년도 예산안 심의 등 의안심사를 위한 자료와 정보 획득을 위해 국감을 실시하는 것이다. 참여연대는 이번 국정감사 모니터링을 통해 이명박 정부의 정책 기조와 이행에 관한 쟁점들을 정리하고자 한다. <편집자말>

2009년도 국감 첫날(5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서는 외교통상부, 한국국제협력단, 한국국제교류재단, 재외동포재단에 대한 국감이 진행되었다. 그러나 이 날의 최대 쟁점은 그랜드 바겐(Grand Bargain)이었다. 국감에서 지난 1년간 정부 정책과 예결산에 대한 검증이 이루어져야 마땅했지만, 이명박 대통령의 설익은 북핵정책, '그랜드 바겐'의 실현가능성을 따지는데 대부분의 시간이 소요되고 말았다.

 

참여연대는 칼럼 '북핵해법이라는 '그랜드 바겐'이 뜬금없는 이유'를 통해서 이명박 대통령이 소위 북핵문제 이니셔티브를 쥐었다고 주장하는 그랜드 바겐이 전혀 새로울 게 없는 주장이라는 것을 이미 지적한 바 있다.

 

9·19 공동성명에 따르면 6자회담의 목표는 한반도의 검증가능한 비핵화와 한반도 비핵화에 관한 남·북 공동선언(1992)에 따른 공약을 재확인하며, 북한은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프로그램 포기, 조속한 NPT(핵확산금지조약) 및 IAEA(국제원자력기구) 안전조치 복귀 등 북한의 이행과제를 명시한 동시에 한반도내 핵무기 부재 및 북한에 대한 미국의 공격, 침공 의사 부재 확인, 북한의 평화적 핵이용권 존중 및 적절한 시기 경수로 제공에 관해 논의하기로 되어 있다. 이후 2·13합의, 10·3 합의 등 구체적 이행에 대한 합의를 만들어가던 중 검증이라는 암초에 걸려 북핵문제는 여전히 답보상태에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랜드 바겐을 설명하는 정부의 답변은 모호하거나 억지스럽기까지 하다. 유명환 외

 

외교통상부 장관이 오늘(5일) 국감에서 밝힌 '그랜드 바겐'에 대해 정리해보면 이렇다. 그랜드 바겐이란 핵물질, 핵무기 폐기라는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최종적 상황에 대해서 합의를 한 후 이에 대한 안전보장, 경제지원에 대해 합의를 하겠다는 것이며 구체적 '시퀀스(sequence)' (또는 타임스케줄로 표현)는 추후 논의를 해나가겠다는 것이다. 다시 한 번 봐도 핵무기, 핵프로그램 폐기도 이미 명시되어 있으며, 행동 대 행동이라는 것이 단계적 이행과제, 즉 시퀀스가 아닌가? 그랜드 바겐이 9·19 공동성명 합의와 '행동 대 행동' 이행방식과 과연 어떤 차이가 있는지 도무지 찾아볼 수 없었던 것은 필자뿐만이 아니었던 것 같다. 10여 시간 진행된 국감의 8할은 그랜드 바겐에 관한 질의였으니 말이다.

 

이회창 의원(자유선진당)은 북핵문제 답보상태의 원인에 대해서 '행동 대 행동이 틀려서 그런 건지 북한이 핵 폐기 의지가 없기 때문인지' 유명환 장관에게 되물으며 '북한의 핵 폐기 의지를 어떻게 도출하느냐가 문제인데 마치 해결방식이 문제인 것처럼 하는 것은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하였다.

 

윤상현 의원(한나라당)도 '북한 입장에서는 94년 제네바합의에서 핵무기 사용은 안하겠다고 천명했고, 9·19 공동성명에서 미국은 침략의지가 없다는 안전보장을 이미 수차례 했다'며 '국제지원, 안전보장 등이 북핵 폐기에 매력적인 제안이라고 생각하느냐'라고 유명환 장관에게 반문했다.

 

정동영 의원(무소속)은 '입구에서부터 출구까지의 로드맵은 없는 '그랜드 바겐'은 단순한 출구의 그림에 불과하다'며 지적하였다. '시퀀스의 문제, 타임프레임이 가장 어려운 문제'라는 발언을 통해 유명환 장관도 북핵문제 해결의 핵심이 무엇인지 이미 잘 알고 있음을 드러냈다. 즉 이명박 정부가 머리를 짜내야할 부분은 그랜드 바겐이라는 그럴싸한 이름으로 포장해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할 것이 아니라 북한을 협상테이블로 나오게 하는 것 아닌가.

 

국회의원도, 시민도 명쾌하게 이해시키지 못하는 외교부 장관이 억지스럽게 '그랜드 바겐'을 설명하는 것을 보면서, 해프닝으로 끝난 이명박 대통령의 '5자회담 제안'과 이를 '수습'해야 했던 외교부가 떠오르는 건 왜일까.

 

이밖에 외통위 국감에서는 한미FTA, 재정 낭비사례, 탈북자 문제 등 여러 가지 문제제기도 있었다. 그 중 주목할 만한 것은 일본, 대만 등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에 대한 질의였다. 하지만 협상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정부 측은 답변을 피했다. 국민들은 정부가 미국과의 쇠고기협상에 있어 '주변국의 쇠고기협상이 한미협상보다 나을 경우 재협상하겠다'고 공언했던 걸 여전히 기억하고 있다.

 

 

<말! 말! 말!>

 

'포괄적 패키지와 그랜드 바겐 둘 중 하나는 내려야 한다. 오히려 혼선만 일으킨다. 빨리 하나를 내리고 정리를 해라. 청와대에서 언론에 한번 난 걸로 써먹었으면 이제 내려야 한다' (송민순 민주당 의원)

 

(북핵문제 해결에 있어 그랜드바겐이란) 갑자기 공단의 전봇대 뽑는 거처럼 하려는 것이다 (송민순 민주당 의원)

 

'최악의 경우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한다면 우리도 핵무기를 만들어야 한다' (윤상현 한나라당 의원) : 미국의 핵위협 때문에 핵무기 개발한다던 북한의 주장과 무엇이 다를까.

 

 

2009.10.06 14:06ⓒ 2009 OhmyNews
#국감 #외통위 #유명환 #북핵 #그랜드 바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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