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치권에는 '중국'이 '중국'이 아니다

중국을 대하는 정계와 재계의 '감각적' 차이

등록 2009.10.14 11:29수정 2009.10.14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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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0일, 중국의 수도 북경에 나이 지긋한 40여 명의 한국인들이 새롭게 발 길을 내디뎠다. 이들은 중국을 새롭게 느껴보기 위해 바쁜 일정을 쪼개고 쪼개어 중국 탐방에 나선, 적게는 수백 명에서 많게는 수만 명의 직원을 이끄는 한국 재계의 CEO들이다.

 

빡빡하게 짜여진 일정을 소화하는 가운데에도 이들은 서너 명만 모이면 장소나 시간을 불문하고 열띤 즉석 토론에 나섰다. 이런 식으로 3박 4일간의 중국 탐방을 알차게 꾸며 간 CEO들은, "현장에서 직접 보니 지금 중국은 우리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으로 급변하며 세계를 호령하던 옛 모습을 되찾으려고 하는데 아직 우리는 대비가 미흡한 것 같다"는 자성과 더불어 "이번 탐방을 변화의 계기로 삼겠다"며 입을 모았다.

 

한국은 중국과의 수교가 서방 국가 중에서는 가장 늦은 편에 속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재계는 중국 진출, 중국 활용에 적극 나섰는데, 그 결과 현재는 그 어느 나라의 재계보다도 더욱 진취적이며 왕성하게 중국 대륙 최전선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러한 한국의 재계가 중국에 대한 특유의 '감각'을 새롭게 다지려 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국제사회에서는 북핵 관련 6자 회담의 재개가 또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난 9월 방북한 중국의 다이빙궈(戴秉國) 외교담당 국무위원과의 면담에 이어 중국의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에게도 6자 회담 등이 조만간 재개될 수 있음을 암시한 것이다. 이와 관련, 한국 재계의 CEO들이 중국탐방에 나서기 며칠 전인 10월 6일, 한나라당의 정몽준 대표는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북 핵 개발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북한이 재래식 무기로는 군사경쟁이 되지 않아 핵개발을 한 것 아니겠느냐"며 "김일성, 김정일 정권의 나름대로 합리적인 판단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의 이러한 주장은 자유선진당을 비롯한 한국의 정치권으로부터 적지 않은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하지만 현실정치(real politik)적 측면에서 냉정하게 고려할 때, 정 대표의 생각이 과연 터무니 없기만 한 것일까? 지난 20여 년간에 걸친 북한의 궤적을 돌이켜 보건데, 북한이 자신이 처한 현 상황에서 핵 개발에 나선다는 것이, 과연 상상조차 하기 힘든 허무맹랑한 일이기만 한 것일까? 북한의 핵 보유 의도에 대한 명확한 자료가 없는 상태에서 섣부른 추측은 금물이지만, 북한의 김정일 정권이 의지할 만한 최후의 보루 가운데 하나가 핵 개발일 수 있다는 것은 북한의 국내외적 정황을 고려할 때 어렵사리 짐작이 가능할 수 있지 않을까 여겨지는 것이다.

 

'현실'을 직시한 '현실 정치'가 절실한 한국의 정치권

 

북한 핵 개발에 대한 북한의 절박한 '현실'은 국제사회에서 대북 영향력이 가장 나은 것으로 평가되는 중국의 북한문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널리 공유되고 있다. 먼저 옌쉐통(閻學通) 청화대학 국제문제연구소장은 "북한 핵을 둘러싼 북한의 의도는 핵의 확보 바로 그 곳에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션팅리(沈丁立) 상하이 복단대학 국제문제연구원 부원장은 더 나아가 "북한은 결코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하고 있다.

 

이들의 주장에 대해 양원창(楊文昌) 중국외교학회장 회장은 "북한 핵은 안보능력 결여에 대한 보충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라며 그 원인을 분석하고 있다. 이와 같이 중국내 대표적인 한반도 전문가들은 "그렇기 때문에 북한은 안보에 대한 확신이 생기지 않는 한, 그들이 매 순간 상이한 전술적 변화를 보이더라도 결코 핵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런데 중국인 전문가들의 이와 같은 견해에 의하면, 6자 회담은 그 궁극적 목적 성취를 둘러싸고 적지 않은 의문이 생기게 된다. 이와 같은 상태로는 아무리 '긴밀한' 대화를 했고 그래서 '진전된' 성과를 예상할 수 있게 되었다 하더라도 6자 회담은 계속 '다람쥐 쳇바퀴 돌 듯'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필자는 이미 지난 해에 중국 상하이에서 개최된 <이명박 정부의 내외정책과 한중관계>라는 학술토론회에서 제기된 북핵 관련 내용을 다음과 같이 소개한 바 있다.

 

"한반도 분야 중국 최고의 전문가들이 모인 이 자리에 한국인으로서는 유일하게 참가한 필자는 북한 핵 문제를 바라보는 중국의 속내와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그들의 시각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먼저 중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한반도 전문가의 한 사람이라 일컬어지는 중국공산당 중앙당교의 한 교수는, "북한은 핵을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아니 포기할 수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안전보장 차원에서의 핵무기 개발이라는 주장 이면에 가려있는 북한의 대내적 이유 때문이라는 것이다. 즉, 설령 미국이 북한을 침공하지 않고 중국 또한 북한의 안보를 보장한다고 확약하더라도 대내적으로 군사대국, 강성대국을 주장해 온 국내정치적 요소 등에 의해서도 북한은 결코 핵을 포기할 수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는 또한 북한 핵은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므로 중국 측으로서는 그다지 큰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했다. 아니, 문제라기보다는, 중국 측의 입장에서 볼 때 북한 핵은 "오히려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위상, 특히 중국의 외교력을 강화시켜주는 효과를 가져다 주고 있다. 따라서 중국은 북한 핵에 대해 방관자적 자세를 취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뒤를 이어 국제문제연구소의 한 전문가는, 미국 또한 북한 핵 문제에 대해서 "다급할 것이 전혀 없다"고 평가했다. 북한의 핵 기술은 사실상 원시적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에 미국에 대한 실효적인 대항수단이 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의 핵무기는 "미국에 대한 실질적인 위협이 될 수 없는, 단지 정치적 무기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이러한 사정을 잘 알고 있는 미국임을 고려할 때, 미국은 결국 북한 핵을 또 다른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음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번 토론회에 참석한 이들 중국인 전문가들에 의하면 북한 핵은 중국 및 미국과는 달리 한국에게는 위협이 될 수도 있다. 북한이 계속 궁지에 몰리게 되면 어떠한 '돌발적' 행동을 취할 수 있는데 한국이 그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 핵 문제 해결에 가장 적극적이어야 할 한국이 MB 정권 들어 오히려 북한을 자극하기만 하고 있어 의아하지 않을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2009.10.14 11:29ⓒ 2009 OhmyNews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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