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별들이 내려와 꽃잎 위에 앉았나?

아침의 영광 '모닝 글로리' 나팔꽃

등록 2009.10.15 16:34수정 2009.10.15 20:37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깊어가는 가을 밤, 싸한 밤 공기가 반짝반짝 빛나는 하늘 별님을 더욱 맑고 밝게 보여줍니다. 가을 하늘 올려다보면 안드로메다, 북두칠성, 북극성, 카시오페이아, 은하철도 999(?)도 보입니다. 땅에서 살아가는 사람들과 꽃들은 하늘 별님, 달님을 그리워하고, 하늘에 빛나는 별과 달은 땅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꽃들을 그리워하는듯 합니다.  

 

a

나팔꽃 꽃잎에 별모양이 선명하게 보입니다. ⓒ 윤병렬

▲ 나팔꽃 꽃잎에 별모양이 선명하게 보입니다. ⓒ 윤병렬

 땅을 무척 그리워하던 별님이 풀섶 사이를 서성이다 아침 햇살에 놀라 얼른 나팔꽃 사이로 숨은 모양입니다. 나팔꽃 꽃잎 위에 숨어있는 별 모양이 선명하게 나타납니다.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에 지고마는 나팔꽃보다 짧은 사랑아! 속절없는 사랑아!' 임주리가 부른 '립스틱 짙게 바르고'란 유행가의 가사입니다. 아침의 영광 'Morning Glory' 나팔꽃은 밤이나 새벽녘에 피어나 햇살이 강해지는 한낮이면 살며시 꽃잎을 오므립니다.

 

a

나팔 닮은 나팔꽃 나팔 모양을 닮아서 나팔꽃으로 불립니다. ⓒ 윤병렬

▲ 나팔 닮은 나팔꽃 나팔 모양을 닮아서 나팔꽃으로 불립니다. ⓒ 윤병렬

 나팔꽃은 나팔 모양의 꽃을 피운다해서 나팔꽃으로 불립니다. 꽃은 7월 경부터 10월까지 줄기를 따라 끊임없이 피어납니다. 꽃말은 기쁜소식, 결속, 덧없고 허무한 사랑 등입니다.

 

a

나팔꽃 콘크리드 담장 옆 쓰레기 더미에 피어난 나팔꽃 ⓒ 윤병렬

▲ 나팔꽃 콘크리드 담장 옆 쓰레기 더미에 피어난 나팔꽃 ⓒ 윤병렬

 나뭇가지와 울타리, 담장을 타고 오르기도 하며 쓰레기 더미에서도 가득 피어납니다. 꽃밭도 아닌 텃밭도 아닌 그저 그런 곳에서 피어납니다. 쭉쭉 덩굴을 뻗어 올리며 도란도란 얘기 나누는 오누이 마냥 무리지어 피어납니다. 보라색, 붉은색, 재색, 흰색 등 다양한 색깔의 꽃을 볼 수 있습니다.

 

a

나팔꽃 허공을 바라보고 있는 나팔꽃 덩굴과 잎사귀 ⓒ 윤병렬

▲ 나팔꽃 허공을 바라보고 있는 나팔꽃 덩굴과 잎사귀 ⓒ 윤병렬

 연산홍 가지를 따라 오르다 더이상 오를 곳이 없어 허공만 바라보고 있는 나팔꽃 덩굴과 잎사귀입니다. 나팔꽃에 관한 전설처럼 아내를 그리워하며 애타게 애타게 위로 오르다 더이상 오르지 못해 안타까워하는듯 합니다.  

 

 옛날 중국에 그림을 잘 그리는 화공이 있었는데, 부인이 참 아름다웠다네요. 화공의 아내를 보고 한눈에 반한 고을 원님이 말도 안되는 죄목으로 화공의 아내를 잡아 가둔 뒤 수청을 강요했답니다. 화공의 아내가 응할리가 없었겠지요. 화가 난 '웃긴' 원님은 예쁜 화공의 아내를 높은 탑에 가두어 버렸어요.

 

 억울하고 기가 막혀 잠못 이루던 화공은 아내를 그리워하며 그림 한장을 그려 아무도 모르게 아내가 갇힌 높은 탑 밑에 땅을 파고 묻었습니다. 그 후 화공은 안타깝게도 목숨을 끊었습니다. 그런데 화공의 아내는 자꾸만 같은 꿈을 반복해서 꾸었다네요.

 

 "여보, 나는 당신이 그리워 매일 당신이 갇힌 탑을 밤이 새도록 오르지만 미처 오르기도 전에 날이 밝아오고 당신은 잠에서 깨어나니 하고 싶은 말을 전하지 못하고 내려와 다시 내일을 기다리곤 하지요."

 

 놀란 아내가 작은 창 아래로 고개를 내밀어 내려다 보니 나팔처럼 생긴 고운 꽃들이 핀 덩굴이 탑을 타오르고 있었답니다.

 

a

나팔꽃 씨앗 거미처럼 생긴 나팔꽃 씨앗 ⓒ 윤병렬

▲ 나팔꽃 씨앗 거미처럼 생긴 나팔꽃 씨앗 ⓒ 윤병렬

 한방에서는 나팔꽃 씨를 견우자라고 하는데, 대소변을 통하게 하고, 부종, 적취(오랜 체증으로 말미암아 뱃속에 덩어리가 생기는 병), 요통에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나팔꽃의 고향은 인도를 비롯한 열대 아시아입니다.

 

a

나팔꽃 진한 보랏빛 나팔꽃입니다. ⓒ 윤병렬

▲ 나팔꽃 진한 보랏빛 나팔꽃입니다. ⓒ 윤병렬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뉴스사천(news4000.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9.10.15 16:34 ⓒ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뉴스사천(news4000.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나팔꽃 #모닝글로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산으로 들로 다니며 사진도 찍고 생물 관찰도 하고 그렇게 살고 있습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감정위원 가슴 벌벌 떨게 만든 전설의 고문서
  2. 2 "김건희 여사 접견 대기자들, 명품백 들고 서 있었다"
  3. 3 타이어 교체하다, 대한민국의 장래가 걱정됐다
  4. 4 유시춘 탈탈 턴 고양지청의 경악할 특활비 오남용 실체
  5. 5 윤 대통령이 자화자찬 한 외교, 실상은 이렇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