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기사 더보기 98년, 오현경이 쫓겨났다. 예전 애인과 찍은 섹스 비디오가 유출된 게 이유였다. 언론의 경쟁적 보도 속에서 동방예의지국은 '오현경의 성(性)' 얘기로 들썩였다. TV에 나온 오현경은 절박하게 울며 말했다. 국민들에게 물의를 일으켜 죄송합니다. 그녀는 곧 사람들의 눈을 피해 미국으로 떠났다. 그런데, 국민들의 표정은 어땠을까? "미친 년, 미친 년." 당시 내가 살던 동네 아줌마들이 어디서 용케 구한 그 비디오를 단체로 보며 내뱉은 말이다. 어머 저 아줌마들은 남편하고 섹스도 안 하나봐.2001년, 이영자가 쫓겨났다. 운동으로 체중감량에 성공했다고 밝혔으나 알고 보니 지방흡입수술을 했다는 게 이유였다. 요컨대 거짓말을 했다는 것이다. 다시, 언론의 열띤 보도 속에서 온 나라는 '이영자의 살' 얘기로 호들갑을 떨었다. 기자회견장에서 이영자는 서럽게 울며 말했다. 여러분들이 내 직업을 그만두라고 하신다면 그만두겠습니다. 언론들은 그 울음을 지켜본 후, '지방흡입술과 함께 유방축소 수술과 함몰유두교정 수술도 받았다'고 보도했다. 그 기사를 낄낄대며 읽은 후 "거짓말은 하면 안 되지"라고 말한 내 친구들이 생각난다. 아이고 니들은 소개팅하면 "저 키높이 구두 신고 왔어요"라고 바로 밝히나보다. 2009년, 박재범이 쫓겨났다. 과거 자신의 블로그에 한국을 비하하는 글을 썼다는 게 이유다. 또다시 이상한 분노가 시작되었다. 언론들은 앞다투어 '추방', '제2의 유승준' 같은 단어들로 논란을 키우는 데 공헌했다. 우리 모두 '박재범의 애국심'을 논했다. 나흘 만에 박재범은 팬 카페에 글을 올렸다. 미안하고 죄송할 뿐입니다, 그룹에서 탈퇴하겠습니다. 앞에 언급한 다른 스타들의 쫓겨남과 하나도 다를 게 없었다. 다른 게 있다면, 이 기이한 분노의 과정이 훨씬 빨랐다는 점이다. 우리는 이렇게 또 한 명의 스타를 추방하는 데 성공한다. 오현경이 돌아오기까지 9년이, 이영자가 돌아오기까지 2년 반이 걸렸다. 박재범은 얼마가 걸릴지 알 수 없다. 대중들이 스타의 사생활에 열광하는 것 자체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열광이 순식간에 스타 개인에 대한 폭력으로 바뀐다는 것을 경계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 일련의 과정들은, 스타가 아닌 정작 우리의 미성숙함을 보여주는 풍경이다. 오현경의 섹스와 이영자의 수술과 박재범의 애국심은 우리가 그들을 좋아하는 이유인, '연예활동'과 근본적으로 아무런 연관이 없다. 그러나 사생활에 대한 폭력을 제어해야 할 언론은 오히려 그 폭력을 부추긴다. 선정적 기사를 남발하며 스타에게 침을 뱉는다. 성찰하지 않는 대중들은 즐겁게 분노한다. 이 과정에서 대체 누가 한 개인을 스타라는 이유만으로, 그들의 온전한 사생활을 공개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는가, 라는 물음은 제기되지 않는다. 한껏 분노하며 스타를 쫓아낸 후 남는 건 공허함 뿐이다. 그 공허함을 견디지 못해 다시 다른 사냥감을 찾는다. 지금 여기에서 우리가 스타를 소비하는 풍경은 대략 이와 같다. 다음 추방자는, 누가 될 것인가. 덧붙이는 글 | 다음 뷰에도 송고했습니다. 덧붙이는 글 다음 뷰에도 송고했습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스타 #이영자 #박재범 #오현경 #추방 추천4 댓글 스크랩 페이스북 트위터 공유0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네이버 채널구독다음 채널구독 글 양창모 (질투는나의힘) 내방 구독하기 이 기자의 최신기사 언제야 알게 될는지, 울 엄마 영상뉴스 전체보기 추천 영상뉴스 유리창에 부딪혀 죽는 건 새뿐만이 아니다 이재명 녹음파일 '발췌본' 튼 검찰... 재판장이 "전체 듣자" 공부 잘하는 딸과의 외출… 그게 몰락의 시작일 줄이야 AD AD AD 인기기사 1 얼굴 창백한 계산원을 보고 손님이 한 행동 2 유럽인들의 인증샷 "한국의 '금지된 라면' 우리가 먹어봤다" 3 알고도 대책 없는 윤 정부... 한국에 유례 없는 위기 온다 4 체코 대통령, 윤 대통령 앞에서 "최종계약서 체결 전엔 확실한 게 없다" 5 "윤 정권 퇴진" 강우일 황석영 등 1500명 시국선언... 언론재단, 돌연 대관 취소 Please activate JavaScript for write a comment in LiveRe. 공유하기 닫기 우리가 스타를 쫓아내는 방법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톡 밴드 메일 URL복사 닫기 닫기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취소 확인 숨기기 인기기사 얼굴 창백한 계산원을 보고 손님이 한 행동 유럽인들의 인증샷 "한국의 '금지된 라면' 우리가 먹어봤다" 알고도 대책 없는 윤 정부... 한국에 유례 없는 위기 온다 체코 대통령, 윤 대통령 앞에서 "최종계약서 체결 전엔 확실한 게 없다" "윤 정권 퇴진" 강우일 황석영 등 1500명 시국선언... 언론재단, 돌연 대관 취소 쿠데타 막다 옥살이, 63년 만에 무죄 받아든 아들의 한탄 맥주는 왜 유리잔에 마실까? 놀라운 이유 "하루가 지옥" 주차장에 갇힌 주택 2채, 아직도 '우째 이런일이' 공개되지 않은 김건희-김영선 텔레그램...이준석 "갖고 있지 않다" [영상] 무려 20만평 야생생물 보호구역 훼손 "누가 또 이런 짓을" 맨위로 연도별 콘텐츠 보기 ohmynews 닫기 검색어 입력폼 검색 삭제 로그인 하기 (로그인 후, 내방을 이용하세요) 전체기사 HOT인기기사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미디어 민족·국제 사는이야기 여행 책동네 특별면 만평·만화 카드뉴스 그래픽뉴스 뉴스지도 영상뉴스 광주전라 대전충청 부산경남 대구경북 인천경기 생나무 페이스북오마이뉴스페이스북 페이스북피클페이스북 시리즈 논쟁 오마이팩트 그룹 지역뉴스펼치기 광주전라 대전충청 부산경남 강원제주 대구경북 인천경기 서울 오마이포토펼치기 뉴스갤러리 스타갤러리 전체갤러리 페이스북오마이포토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포토트위터 오마이TV펼치기 전체영상 프로그램 쏙쏙뉴스 영상뉴스 오마이TV 유튜브 페이스북오마이TV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TV트위터 오마이스타펼치기 스페셜 갤러리 스포츠 전체기사 페이스북오마이스타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스타트위터 카카오스토리오마이스타카카오스토리 10만인클럽펼치기 후원/증액하기 리포트 특강 열린편집국 페이스북10만인클럽페이스북 트위터10만인클럽트위터 오마이뉴스앱오마이뉴스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