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반성하려면 제대로 해야

등록 2009.10.17 15:04수정 2009.10.17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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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최규식 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9월부터 올해 8월까지 서울 과천 대전 광주 제주 등 정부청사 식당에서 사용한 쇠고기 중 미국산 쇠고기는 단 1g도 사용하지 않았다고 폭로했다.

 

공무원들이 미국산  쇠고기를 단 1g도 먹지 않을 때 전·의경들이 먹었다. 지난해 촛불이 타오를 때 당시 정운천 농림부 장관은 정부청사에서 근무하는 공무원에게 미국산 쇠고기로 만든 꼬리곰탕과 내장을 먹이겠다고 약속했지만 거짓말로 들통난 것이다.

 

전의경들은 미국산 쇠고기 때문에 밤낮없이 진압을 했고, 공무원들은 먹지도 않는 미국산 쇠고기를 죄없이 먹어야 했다. 이같은 사실이 밝혀지자 누리꾼들과 시민들은 분노했다. 당연히 언론도 이명박 정부의 거짓말과 충격적인 사실을 자세히 보도해야 했지만 침묵했다.

 

할말은 하는 신문들인 조중동 지면에서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특히 조선일보는 15일자, 16일자, 17일자 지면에 미국산 쇠고기와 관련한 단 한 줄, 단  한 글자도 싣지 않았다. 동아도 마찬가지다.

 

중앙일보만 17일 6면에서 정운찬 국무총리가 16일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이달곤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청사 구내식당에서 미국산 쇠고기를 사용하지 않는 이유가 뭐냐"고 물었고 이 장관은 "(세종로와 과천) 청사 구내식당은 현재 민간에 위탁해 운영 중이어서 정부가 위탁업체에 대해 특정 국가 쇠고기 사용을 권장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고 답했다고 보도했다.

 

조중동뿐만 아니라 KBS와 SBS는 14일 아예 보도하지 않았고, MBC는 단신처리했다. 전의경들만 미국산 쇠고기를 먹었다는 충격적인 사건을 보도하지 않았다는 것은 언론으로서 직무유기요, 언론이기를 포기한 것이다.

 

조선일보는 얼마 전 언론이 가지 역할을 하지 않는다고 반성을 한 적이 있다. 9월 30일 이명박 대통령이 G20정상회의 개최 의미를 설명하기 위한 기자회견에 앞서 청와대가 "대통령에게 세종시 관련 질문을 말아달라"고 요청한 것과 청와대 요청을 받아들여 질문을 하지 않은 기자들을 비판했었다.

 

10월 1일<변방서 중심국 된 대한민국, 그리고 부끄러운 언론> 제목 사설에서 청와대가 "세종시 문제로 G20 회의 유치의 의미가 희석될까 봐 걱정한 듯하다. 대통령이 세종시에 대한 입장을 밝힌다고 해서 G20 회의 유치의 역사적 의미가 달라질 것은 없는데도 말이다."고 청와대를 먼저 비판했다.

 

사설은 이어 "그러나 이런 요청을 하는 것이 권력의 속성이라고 해서 국민을 대신해 대통령에게 물어보아야 할 기자들이 청와대의 요청을 그대로 받아들여 온 국민이 보는 앞에서 국민 모두가 궁금해하는 세종시 문제를 대통령에게 단 하나도 질문하지 않았다는 것은 부끄러운 언론 직무의 포기였다"면서 "조선일보도 그 잘못된 한국 언론 속에 포함된다"고 했다.

 

그리고 "대통령은 기쁜 소식은 소식대로 전하고 언론은 국민이 묻고 싶은 걸 물어 대통령이 그건 그것대로 대답했더라면 이날 회견이 국민이 보기에 마치 무언가 빠진 것처럼 허전하고 이상하게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고 적었다.

 

불과 보름 전 언론이 자기 소임을 다하지 않았다고 반성하고 비판했던 조선일보가 미국산 쇠고기를 정부청사 공무원들은 하나도 먹지 않고 전의경들만 먹었다는 충격적인 내용을 전혀 보도하지 않았다는 것은 10월 1일자 사설이 뼈아픈 반성이 아니었음을 보여준다.

 

반성을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한다. 대통령에게 질문을 제한하고, 그 제한을 받아들이는 언론을 향해 언론이 해야 할 소임을 제대로 해야 한다고 사설에서 밝혔다면 미국산 쇠고기 사건을 자세히 보도하고 정부를 강하게 비판해야 한다.

 

정부청사 공무원들은 하나도 먹지 않고, 전의경들에게만 먹인 것은 약속을 지키지 않은 거짓말이면서 그들을 '마루타'로 여긴 것을 책임을 면할 수 없는 일로 할말은 하는 신문인 조선일보가 나서서 진실을 파헤쳐야 진짜 할말을 하는 신문, 1등 신문이다.

2009.10.17 15:04 ⓒ 2009 OhmyNews
#조선일보 #미국산쇠고기 #전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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