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골 발굴 당시 사진
신혜선
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학살당한 사람들이 한꺼번에 묻힌, 일종의 거대한 무덤과도 같은 곳이었다. 우리가 밟고 있는 땅에 박힌 희끗희끗한 반점들의 정체가 채 캐내지 못한 수많은 뼈들이란 소리에 한 번 자지러지고, 아이들의 발목을 잡아 나무에 패대기쳐 죽이거나 아이를 원반처럼 공중에 던져 총으로 쏴 죽이고는 무더기로 쌓아 버렸다는 소리에 또 한 번 자지러지고….
사람이 이렇게까지 잔인해질 수 있다는 생각에 순간 오싹하고 소름이 돋았다. 그네들의 비명이, 고통이, 뿌리 깊이 맺혀 있을 그 나무는 아이들의 살과 피를 머금고 자란 탓인지 유난히도 크고 어두웠다.
그곳을 나서며 다시 한 번 돌아보았을 때, 거대한 위령탑이 눈에 들어왔다. 수백구의 유골이 쌓여 마침내는 탑을 이룬 곳…. 그 날의 슬픈 기억은 유족들의 미어진 가슴 속에 아직도 그대로인데 그곳의 나무들은 시리도록 푸르기만 했다. 그 날은 비가 내렸다. 비는 끝을 모르게, 쌓여 있는 해골 탑에서 흐르는 것인지, 그 참혹함에 할 말을 잃어버린 우리들의 얼굴에서 쏟아지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슬픔이 온 땅 가득 내려앉았다…….
잠시 음습한 역사의 어두운 상념에 잠겨 있던 나는 이윽고 다시 영화로 눈을 돌렸다. 영화는 내 눈으로 직접 보았던 것만큼이나 참혹하고 서글펐다.
죽음의 땅 캄보디아. 30여 년 전 그날, 대부분의 어른들이 학살당했기 했기 때문에 현재 세계에서 가장 젊은 국가가 될 수밖에 없는 슬픈 나라.
이 땅 위에 민주를 꿈꾸며 처절하게 투쟁했던 이들의 역사는 말하고 있다. 정의가 회복되고 자유가 살아 숨쉬는 그런 푸르고 푸른 날을 아이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그들은 그렇게 생의 불꽃을 살랐노라고. 비록 지금은 살을 에는 겨울이 온 대지를 덮고 있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초록을 입은 봄이 찾아오리라 믿기에 그들은 오늘도 이 땅을 수호하고 있노라고…….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