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이나 간질이어야만 실신할까?

[뉴스 속 건강 100] 미주신경성 실신, 실신의 가장 흔한 원인

등록 2009.10.21 09:48수정 2009.10.21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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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프로축구팀 제니트 상트페테르부르그 FC에서 주전 수비수로 활약중인 김동진 ⓒ 제니트 FC


지난 8일 세네갈과의 평가전을 앞두고 해외파들을 중심으로 축구대표팀이 소집됐습니다. 러시아에서 활약 중인 김동진(27·제니트) 선수는 오전 11시40분경 파주 NFC에 도착했는데, 인터뷰를 요청한 기자들에게 "화장실이 급하다"면서 선수단 숙소 로비로 급히 들어서다 그대로 쓰러졌습니다.


김 선수는 쓰러지면서 상처를 입고 코피를 흘렸고, 급히 달려 나온 최주영 의무팀장으로부터 응급처치를 받고서야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후 병원으로 이송되어 일시적 '뇌혈류장애'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김동진 선수는 세네갈과의 평가전에서 허정무 감독의 배려로 출전에서 제외되었고, 현재는 완전히 회복해 21일 소속 팀 합류를 위해 러시아로 떠나는데, 지난 19일 대한축구협회의 한 관계자는 김 선수의 병명은 '미주신경성 실신(Vasovagal Syncope)'이라고 밝혔습니다.

김 선수가 쓰러진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지난 2004년 4월 올림픽예선 중국전을 앞두고 후난성 인민체육장에서 실시된 훈련 도중 실신을 한 적이 있고, 그해 11월 소속팀 FC서울에서의 훈련 중에도 갑자기 정신을 잃고 쓰러진 적이 있어서 이번 실신을 두고 김동진 선수의 건강을 걱정하는 목소리들이 많았습니다.

쓰러지면 모두 뇌졸중? 간질?

TV 드라마에서 갑자기 쓰러지는 사람들을 많이 봐서일까요? 김동진 선수의 실신 소식을 들으며 거의 모든 축구팬들이 한결같이 걱정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응급실 환자의 3%, 입원환자의 6%가 실신 때문에 병원을 방문할 정도로 갑작스런 실신은 주변에서 많이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정상적인 사람이 갑자기 쓰러지게 될 경우 많은 사람들은 뇌졸중과 심근경색, 또는 간질 등을 생각합니다. 이와 같은 질환으로 쓰러진다면 병명이 말하는 중압감처럼 심각한 문제이며 빠른 처치가 요구됩니다.

비록 뇌졸중과 심근경색이 젊은 남성들에게는 잘 발병하지 않고, 간질의 경우에도 어린 연령층에서 호발하고 과거력이 있기 때문에 비교적 쉽게 구분할 수 있지만, 김동진 선수가 국가대표 왼쪽 수비를 책임지는 선수기 때문에 걱정이 클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실신은 그리 위험하지 않습니다. 물론 김동진 선수와 같이 쓰러지면서 머리를 부딪쳐 2차 부상이 도사리고 있기는 하지만, 원인 자체만 본다면 그렇게 위험하지 않기 때문에 지레 겁을 먹을 필요는 없다는 것입니다.

미주신경성 실신, 가장 흔한 실신의 원인

가장 흔한 원인은 김동진 선수가 겪었던 '미주신경성 실신'. 미주신경성 실신은 정상 성인 남성의 3%, 여성의 3.5%가 일생동안 1번은 경험할 수 있을 정도로 흔합니다. 이중 약 1/3에서 재발한다는 보고가 있을 정도이므로 김 선수의 경우는 비교적 자주 목격할 수 있습니다.

미주신경은 부교감 신경 중 가장 큰 것으로 연수에서 나오는 열 번째의 뇌신경이며 운동과 지각의 두 섬유를 포함하며 내장의 대부분에 분포되어 있습니다.

우리 몸이 지나치게 긴장하면 이를 감지한 신경계는 몸을 긴장시키는 교감신경계에 브레이크를 걸고 미주신경계인 부교감신경계를 자극합니다. 그러나 갑작스런 부교감 신경계의 자극은 급격히 심장 박동을 감소시키거나, 혈관긴장을 갑자기 풀게 되는데, 이때 일시적으로 혈압이 급강하하게 되고 뇌로 향하는 혈액량을 감소시켜 실신하게 됩니다. 즉 두뇌에 일시적으로 혈액이 부족한 상태가 되는 것입니다.

대한축구협회은 김 선수가 쓰러진 후 쓰러진 원인을 일시적 '뇌혈류장애'로 발표했는데, 실신의 여러 원인 중 가장 흔한 원인의 하나인 '미주신경성 실신'이 결국 김 선수의 정확한 원인이었던 것입니다.

이와 같은 실신은 장시간 서 있는 경우에서도 볼 수 있고, 긴장이 많은 상태나 운동 중에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학교 조회시간에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지는 경우나 프랑스의 사르코지 대통령이 아침 조깅 중 실신한 것도 '미주신경성 실신'으로 설명됩니다.

'미주신경성 실신'의 원인은 스트레스, 덥고 혼잡한 주위 환경, 운동, 목욕, 피로, 음주 등 다양합니다. 김동진 선수가 과로와 병역문제 등의 스트레스로 고생을 했다는 지인들의 증언이 있는 것으로 보아 김 선수가 쓰러진 원인에 스트레스가 작용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 한 번 실신한 경험이 있는 사람의 경우 비슷한 상황에 노출되면 재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주의해야 합니다.

김동진 선수와 같은 경우 충분한 물을 섭취하고, 약간 짜게 식습관을 갖는 것이 몸 안의 혈액량을 늘려주고 혈압을 약간 높일 수 있기에 도움이 됩니다. 한편 오래 서있는 환경을 피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러나 자주 발생하지 않는다면 약물을 복용할 필요까지는 없습니다.

쓰러지면 정밀진단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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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대표팀의 김치우가 지난 4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북한과의 2010 남아공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5차전 경기에서 후반 선취골을 성공시키자 김동진이 포효하고 있다. ⓒ 유성호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실신의 대부분의 원인은 '미주신경성 실신'과 '기립성 저혈압'. '기립성 저혈압'은 노인 실신 원인의 30%를 차지하는데, 누워있거나 쪼그리고 앉았다가 일어난 후 3분 이내 쓰러지는 경우가 대부분 기립성 저혈압 때문입니다.

그러나 일단 정신을 잃고 쓰러지게 된다면 빨리 병원을 찾아 정밀 진단을 받아야 합니다. 실신의 원인은 일시적으로 있다가 사라지는 것으로부터 사망에 이르게 하는 것까지 다양하기 때문입니다.

병원 내에서도 우선 실신의 원인 중 심각한 원인들에 대한 검사를 한 후 생명에 이상이 없는 미주신경성 실신과 기립성 저혈압에 대한 검사를 하게 됩니다. 혹시라도 뇌나 심장이 원인이거나 간질이라면 원인치료가 우선이기 때문입니다.

"금빛 날개"라는 애칭을 가지고 있는 김동진 선수는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핵심 선수입니다. 비록 김 선수의 실신 원인이 위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전례가 있었던 만큼 재발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김 선수가 적절한 건강관리를 통해 최상의 몸상태를 유지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김동진 #실신 #미주신경성 실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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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면허의사(의사+한의사). 한국의사한의사 복수면허자협회 학술이사. 올바른 의학정보의 전달을 위해 항상 고민하고 있습니다. 의학과 한의학을 아우르는 통합의학적 관점에서 다양한 건강 정보를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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