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교읍 장좌리마을에서 영등마을을 지나 대포리까지의 길은 천연 흙길이다
서정일
지난 26일, 걸어보기도 하고 스쿠터(바이크)를 타고 달려도 봤는데, 이만한 길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고 느낄 만큼 만족감이 높다. 자연 그대로의 흙길, 무성한 갈대밭, 굽이굽이 흐르는 바닷길, 넓은 갯벌……. 아스팔트길에만 익숙한 현대인들에게 정서적인 안정감과 함께 자라나는 아이들에게는 풍부한 감성을 갖게 할 자연의 길이다.
요즘 인간이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올레길에 관심을 갖고 있다. 분명, 이 길이 지금, 말 그대로 '천변길'이나 '둑방길'이며 그곳을 경운기 등 농기계가 지나다니고 있지만 교통이 발달하지 않았던 좀 더 이전에는 낙안이나 벌교에서 고흥으로 걸어 다니던 길로 만약 지금 다시 걷는 길로 재탄생하게 된다면 그것은 원래의 길을 회복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갈대, 갯벌, 흙이 어우러진 가칭 '벌교꼬막갯벌흙길'은 자연이 준 선물
서정일
길을 좀 더 묘사해 보자면, 걷는 좌측으로는 갯벌이며 그곳엔 갈대가 넘실거리고 우측으로는 가을의 풍요로움이 있는 논이다. 그 사이로 경운기가 지나다닐 정도의 길이 나 있는데 모두가 흙이다.
총 약 5킬로미터의 구간 중에서 두평마을 이전까지는 온통 갈대밭이며 그곳을 지나 영등마을로 접어들면 갯벌이 좀 더 많이 드러난다. 대포리마을 부근에서는 본격적으로 갯벌에서 생활하는 어패류들을 볼 수 있는데 그 중 대표적인 것이 게와 장뚱어와 꼬막이다.
▲대포리 마을은 꼬막축제의 주 무대로 넓은 갯벌을 자랑하고 있다
서정일
길에서 건강을 위해 걷고 있는 노부부를 만났다. "왜 편하게 만들어 놓은 중도방죽길을 놔두고 그 반대편인 이곳을 이용하십니까?"라는 질문에 의외로 간단하게 "이 흙길이 더 아름답지 않은가?"라고 반문하듯 대답했다.
그들은 또렷하게 '흙길'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소도시인 벌교에서도 흙을 밟아 볼 기회가 많지 않은 그들에게 이곳의 흙길은 가장 매력적인 것임에 틀림없었다. 필자가 갈대와 갯벌과 바다의 아름다움에 빠져 있을 때 그 노부부는 흙길 하나에만 주목한 듯 보였다.
▲도심지 가까이에서 이런 자연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은 큰 행운으로 벌교에 숙박을 정했다면 이 길을 걸어보기를 권해드리고 싶다
서정일
서서히 멀어지는 노부부를 바라보면서 가칭 '벌교갈대꼬막흙길'은 자연이 준 가장 큰 선물인 듯 생각됐다. 태어나서 수많은 길을 만나고 수없이 걷게 되지만 어디를 걷느냐 어떤 길을 걷느냐에 따라 행복의 깊이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가칭 '벌교갈대꼬막흙길'은 필자가 이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만나 본 길 중에서 느낌 좋은 길로는 으뜸이라 생각된다. 도심과도 가깝기에 만약 벌교에 숙박을 정한 관광객이라면 반드시 이 길을 걸어보라고 권해드리고 싶다.
낙안군과 낙안군 폐군(廢郡) |
현재의 순천시 외서면을 비롯해 낙안면, 별량면 일부, 보성군 벌교읍 그리고 고흥군 동강면, 대서면 일부의 땅은 옛 낙안군이었다. 하지만 101년 전인 지난 1908년 10월 15일, 일제는 항일투쟁무력화, 동학혁명진원지분산, 침략거점도시화를 위해 낙안군 자체를 없애버리고 주민들을 인근 지역 세 곳으로 강제 편입시켰다 |
덧붙이는 글 | 남도TV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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