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그림으로 처음 본 사람을 소개하다

[20대 전태일을 만나다 '동행' ②] '동행' 실천단 단원 오리엔테이션이 열리다

등록 2009.10.28 19:58수정 2009.10.31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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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일을 말하다


영남지역 노동자대회 실천단 '동행'이 만들어지고 대학생들 시험이 끝난 25일 이후 각 지역에서 실천단 단원 오리엔테이션(이하 오티)이 진행되었다. 25일엔 부산지역 단원들, 27일엔 경주 동국대 실천단 단원들의 오티가 진행되었다. 시험을 끝낸 기간이라 실천단 단원들의 심신이 지쳐 있었지만 오티는 진지함과 화기애애함이 어우러져 즐거운 분위기 속에 진행될 수 있었다.

전국노동자대회 실천단 '동행' 오리엔테이션 위쪽 부산 실천단 오티, 아래 경주 동국대 오티 모습
전국노동자대회 실천단 '동행' 오리엔테이션위쪽 부산 실천단 오티, 아래 경주 동국대 오티 모습배성민

20대, 학점, 취직, 생활비를 고민하다

실천단 '동행' 오티를 시작하기 전에 각 대학교에서 모인 단원들을 소개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평소 처음 보는 사람들과 모인 모임에서 각자 소개를 하면 이름, 소속, 학번 등을 이야기하고 금방 끝나 버린다. 매번 자기소개를 하는 시간을 마련해도 그 때 보았던 사람의 얼굴과 특징, 이름 등을 연결하기 어렵다.

그래서 '동행'에서는 이런 관성에 빠진 자기소개 대신 새로운 방법을 통해 서로에 대해 아는 시간을 마련했다. 오티 사회자는 각 실천단 단원들에게 뇌 구조 그림을 한 장씩 나누어 주었다. 그리고 뇌 구조 그림을 받은 단원들은 각자 최근에 고민하는 것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적기로 했다. 10분간 각자 생각을 적은 후 처음 본 사람과 뇌구조 쪽지를 바꾸어서 각자 다른 사람의 뇌구조를 소개하였다. 처음 뇌 구조 게임을 한 사람들은 왜 자기 뇌구조를 처음 본 다른 사람이 소개하는지에 대한 이유가 궁금해 사회자에게 물어보았다.

뇌 구조 그리기 부산대 사회대학생회장 이지원 단원이 자신의 뇌 구조를 그리고 있다. 가장 중간에 야구 게임 '슬xx'에 대해 적혀있었다.
뇌 구조 그리기부산대 사회대학생회장 이지원 단원이 자신의 뇌 구조를 그리고 있다. 가장 중간에 야구 게임 '슬xx'에 대해 적혀있었다. 배성민

"자기가 자신에 대해서 소개하는 게 제일 좋지 않나요? 처음 본 사람을 뇌구조 쪽지 하나만 보고 어떻게 소개해요?"


"이 게임의 목표는 서로 각자에 대해 소개하며 서로의 정보를 나누는 것입니다. 더 중요한 것은 각자 처음 본 다른 사람을 소개하면서 뻘쭘한 분위기를 타파하는 데 있어요. 그리고 자기가 소개한 사람들은 무조건 기억하게 되잖아요?"

실천단원들의 궁금증은 사회자의 명쾌한 설명으로 해결됐고, 뇌구조를 소개하는 시간이 시작되었다. 요즘 유행하는 소녀그룹과 같은 가벼운 생각부터 시작해서 이성친구, 학과(레포트, 학과 공부, 유급 등), 미래와 요즘 사회 분위기에 대한 고민까지 수많은 이야기들이 오갔다.


"카라, 소시(소녀시대) 짱!"
"22살인데 아직 이성친구가 없다."
"요즘 생각이 없는 게 나의 고민!"
"내년 나이 26살 앞으로 살 미래가 걱정. 뭐 먹고 살지?"
"요즘 등록금, 생활비, 잡비 등과 같은 돈에 대한 걱정이 크다. 알바를 해야 할 듯."
"학점이 걱정된다. 우리과는 조금만 못해도 유급이 되어서..(한의학과 학생)"
"기계적으로 받아들이는 세상이 무섭다."

"한의대 학생이라고 해서 현재 20대와 동떨어진 것은 아니다!"

뇌구조를 통해 실천단 단원 각자에 대해 소개를 한 이후 실천단 '동행' 활동에 대해 목표와 의미를 소개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경주 동국대 단장 김민우씨가 조영래씨가 쓰신 전태일 평전을 읽고 있다.
경주 동국대 단장 김민우씨가 조영래씨가 쓰신 전태일 평전을 읽고 있다.배성민

"동행은 전태일 열사의 발자취를 따라가고자 지었습니다. 제가 하자고 해서 만들어진 이름입니다. 멋있죠? 아무튼 전태일 열사의 기일에 맞추어 매년 열사의 정신을 추모하는 게 전국노동자대회입니다. 이 기간에 우리도 '동행'을 통해 열사의 정신과 삶을 되돌아보고 우리 20대의 삶을 성찰했으면 합니다."

"그리고 학과 특성상(한의학과) 현재 20대의 삶이 거리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비교적 안정된 미래를 가진 우리가 나서지 않는다면 우리 또한 다른 학과 20대 대학생과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경주 동국대 김민우 단장의 발언이 끝나자 동국대 단원인 박시형 단원이 이에 대해 반론을 했다.

"현재 20대 대학생들의 문제가 우리와 관련 없다는 애기를 안했으면 합니다. 결국은 우리도 똑같습니다. 한의학과를 졸업했다고 해서 돈을 잘 벌고 안정된 삶을 살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 또한 학점 잘 받아서 좋은 병원에 가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해야 될 수밖에 없는 현실에 놓여 있습니다. 그래서 한의학과 학생들이 느끼는 부담감이 다른 학과 대학생들과 다르다고 할 수 없습니다."

이 토론을 통해 우리 사회에서 인정받고 가장 안정된 일자리를 가질 수 있는 한의학과 학생조차 현재 20대의 사회적 현실에 대해 똑같이 체감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22살의 전태일과 20대 대학생

실천단 소개를 마치고 전태일 열사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KBS에서 제작한 <인물현대사 '꺼지지 않는 불꽃, 전태일'>를 보고 단원들과 짧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전태일 열사의 일대기와 관련된 영상을 짧게 시청하셨는데 어떤 생각이 들어요?"

"저는 '대학생 친구가 하나 있었으면..' 대목이 너무 가슴을 콕콕 찌르더라구요. 대학생 친구 한 명을 죽을 때까지 바랐던 전태일 열사를 보니, 나 하나 잘 살아보려고 하루를 아둥바둥 살아가는 게 부끄러워지더라구요."

"무엇보다 노동운동은커녕 사회의 문제에 대해 비판조차 할 수 없는 70년대에 초등 교육도 제대로 마치지 못한 사람이 그것을 하려고 했던 것이 너무 인상 깊었어요. 요즘도 그렇지만 그 당시면 사회적 비판을 한다는 것 자체가 자신의 목숨을 내놓고 하는 거잖아요? 근데 전태일 열사는 그런 일에 목숨을 바치며 헌신하셨으니 정말 대단해요."

"흠 전 근데 전태일 열사의 행동이 우리와 다른 고차원의 생각을 가진 사람의 실천이라고 생각지 않아요. 우리의 현실과 전태일 열사가 했던 행동의 차이는 단 하나라고 생각해요. 우리는 현재 청년실업, 학점, 돈 등 문제에 대해서 개인적으로만 생각하고 해결하려고 하잖아요? 근데 전태일 열사는 당시의 자신의 문제에 대해서 똑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는 주변 사람들과 함께 해결하려고 했습니다. 전 이것이 우리와 전태일 열사의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친구를 사귀는 것, 그리고 그 친구들과 현재의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행동하는 것 말이에요. 바로 이것을 우리가 배워야 되지 않을까요? 거창하게 데모를 먼저 하자는 애기가 아니라, 우리 주변에 친구를 사귀고 그 친구들과 우리들의 고민을 나누어 보는 일부터 시작해 봅시다."

전태일 열사에 대한 이야기를 실천단 단원들과 나눈 이후, 지역사회 노동 문제(센텀병원, 예인선 노동자 문제, 이주노동자, 비정규직 등)에 대해 간략하게 교양을 했다. 그리고 실천단 '동행'의 전체 일정에 대해 단원들과 공유를 한 이후 '평화 만들기'라는 노래에 맞추어 율동을 배우며 오티를 마무리했다.

 '동행' 전체 실천 단장 동국대 한의학과 3학년 김영남씨- 단원들에게 '평화만들기' 라는 민중가요의 노래에 맞춰 율동을 가르키고 있는 모습
'동행' 전체 실천 단장 동국대 한의학과 3학년 김영남씨- 단원들에게 '평화만들기' 라는 민중가요의 노래에 맞춰 율동을 가르키고 있는 모습배성민

실천단 '동행'은 27일 이후 부산대, 경주 동국대 등에서 시작이 되었다. 앞으로 각 학내 캠퍼스에서 영화제, 간담회 등의 방법을 통해 20대의 삶과 현재 노동자들의 문제에 대해서 풀어갈 예정이다.

다음 일정은 11월 1일 '부산, 경남, 울산 열사정신계승사업회' 대표님과 함께 노동열사들이 묻혀 있는 양산 솥발산 공동묘원을 참배할 계획이다. 이곳은 2003년 두산중공업의 배달호, 한진 중공업 김주익 열사 등 31명의 열사가 묻혀 있는 곳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 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필자는 '20대 전태일을 만나다.' 영남지역 전국노동자대회 실천단 "동행"에서 투쟁/언론국장을 맡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다음 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필자는 '20대 전태일을 만나다.' 영남지역 전국노동자대회 실천단 "동행"에서 투쟁/언론국장을 맡고 있습니다.
#전국노동자대회 #전태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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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부산본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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