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좋은 비둘기파 일본어판 표지.
제목만 봐서는 "유치원의 비둘기반인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集英社
- 제목은 어떤 뜻인가요?
"제목이 '사이좋은 비둘기파'인데, 비둘기가 평화의 상징이잖아요, 비둘기가 폭력집단의 이름이지요. '파'에 해당하는 말이 이게 일본말로는 '구미'라는 말이에요. 한자로 '조(組)'자를 써서 이게 한국말로 하면, 1조, 2조 할때의 '조'도 되고요, 1반, 2반 할 때 학교의 '반'도 돼요. 유치원의 '병아리반', 이렇게도 쓰일 수 있어요. 그리고 '파'도 되는 거죠, 폭력집단의 무슨 파, 무슨 파로도 쓰이는 말이에요. 일본말에서는 제목만 봐서는 '유치원의 사이좋은 비둘기반인가?'라고도 생각할 수 있는 거거든요. 귀여운 제목이에요. 그런데 사실은 내용은 폭력단체의 이름인 거죠. 여기서도 의외성을 담고 있죠. '고바토(小鳩)'가 일본어로 새끼 비둘기예요. 또한 두목의 성이 고바토에요. '하토'가 비둘기인데 앞의 '코'가 동물의 새끼일 때 자식, 이런 뜻으로 붙이거든요, 작을 소(小)자를 써요. 이 둘을 붙이면 '고바토'가 돼요, 발음상. 그런데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한국어로 어감이 어색해서 '비둘기파'로 했죠. 어두에 올 때에는 '고'라고 해요, 어두에 올 때 발음과 어중에 올 때 발음이 다르죠."
광고를 믿지 마세요- 광고회사와 폭력집단 사이의 이야기가 예측불허로 전개되나요?"광고회사가 사회의 암적인 존재라고 할 수 있는 폭력조직을 위해서 열심히 포장하는 역할을 맡은 거죠. 야쿠자 폭력집단의 광고를 맡으면서, 이 집단이 폭력집단이라는 것을 알고 나서는 거절하려고 발을 빼려고 하는 과정에서, 발을 뺄 수가 없게 되거든요. 광고가 포장하는 기업이 늘 깨끗하고 좋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지요. 이렇게 자연스럽게 흐름이 나가면서, 어떤 면에서 보면 사회 비판적인 시각이 안 드러나게, 굉장히 웃기는 속에 내재적으로 담겨 있다고 할까요, 굉장히 뛰어난 작가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리구 현대 자본주의의 꽃이잖아요, 광고가. 그런데 폭력조직인 야쿠자를 포장하는 데에 동원이 되는 거죠. 현대사회가 안고 있는 근본적인 위선을 고발하는 것이기도 한데, 폭력단의 이름이 평화를 상징하는 비둘기잖아요."
"작가는 모든 사람들에 대한 연민을 가지고 있어요"- 등장 인물들의 사회적인 관계는 어떤가요?"요즘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가 대유행으로 베스트셀러가 되었잖아요. 제가 이 책을 일본 원서로 읽었는데요, 소설이 굉장히 흥미진진하게 읽혀나가는 반면에, 조지 오웰의 '1984년'을 모티브로 썼다는 데에 대해서는 거부감이 읽혀져요. 전혀 사회의식을 찾아 볼 수 없어요. 조지 오웰의 '1984년'에는 더블 스피크라고 해서, 고문행위를 사랑이라고 하고, 전쟁을 평화라고 하는 등, 실제와 이름을 뒤바꾸는, 사람의 의식을 조작하는 게 나오잖아요. 이 작가는 굉장히 사회적인 측면을 그렸다면, 오기와라 히로시라는 작가는 이것을 굉장히 코믹하게 그것을 그려내고 있는 것이죠, 저는 그런 생각을 했구요. 그런데도 이 소설은 광고회사와 폭력조직의 갈등을 선과 악의 대결 구도로만 이분화하지 않고, 이 작가의 굉장히 좋은 점은 모든 등장 인물과 사람들에 대한 연민을 가지고 있어요, 그 묘사를 보면요."
"자신들에게 불리한 체제에 의표를 찔러" - 연민이라면 어떤 것인가요?"여기에도 보면 야쿠자 중에 말단에 있으면서 광고회사를 관리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 왜 야쿠자가 된 것이냐 하면, 부모가 이혼하고 중학교 중퇴의 학력으로 야쿠자가 된 것이거든요. 상납급이 적어서 야쿠자 안에서도 출세를 못해요. 또 하나 젊은 야쿠자가 나오는데, 이 친구는 고등학교 때 육상 유망주였어요. 그런데 교사와의 갈등으로 교사를 폭행하는 바람에, 폭력배로 전락해서, 야쿠자가 되었지요. 그런 점에서 작가가 쓴 본문 내용 중에는 이런 내용이 나와요. '인생의 스타트 라인에서부터 애당초 다른 사람보다 후방으로 밀려버리고 난 사람들이 타인을 이기려면, 인텔리들이 갖고 있지 않은 폭력으로 승부하든가, 자신들에게 불리한 체제에 의표를 찔러 한방 역전을 노리게 된다'라고 쓰고 있거든요. 이런 것들이 요소요소에서 빛을 발하는데, 이것을 전혀 겉으로 드러내고 하는 것이 아니라 굉장히 웃기고 재밌어요. 사람에 대한 연민을 가지고 글을 쓰고 있구나 라고 느껴지구요."
"이 속에서 그런 내용을 담았나? 하는 것을 모를 정도로"- 무심한 어조로 정곡을 찌르는 유머를 뱉어내는 오기와라 특유의 스타일이라고 하던데요?"사람이 아주 악하다든가 선하다든가 이런 것이 아니고, 객관적으로 있는 그 사람 그대로인데, 굉장히 사람들이 다 선해요. 그런데도 야쿠자라고 해서 그런 것이 아니고, 오히려 그렇지 않은 일반인들이 보내는 시선이 더 위선적이고 그런 부분들이 드러나 있죠. 이것을 의도적으로 노골적으로 의식해서 의도적으로 그러지는 않구요, 굉장히 물흐르는 듯 자연스럽게 하면서, 그 안에서 요소요소에서 그런 것들을 지적해내고 있죠. 꼭 읽어보세요, 굉장히 재미있어요. 그래서, 그 사람이 그런 걸 썼나? 이 속에서 그런 내용을 담았나? 하는 것을 모를 정도로 굉장히 재미있어요. 다 읽고 나면 아 그랬었구나 라고 알게 되고, 읽는 동안은 정말 재미있는 소설이거든요. 내용이 예측불허로 전개되는데, 내용을 사람들의 행동을 미리 예상하고 읽는 소설은 아니고, 전개되는 줄거리에 의외성을 가지고 있고, 그러면서도 자연스럽게 흘러가죠."
- 소설 속의 아버지와 딸과의 관계는 어떤가요?"카피라이터는 스기야마라는 사람인데, 딸이 초등학교 2학년인데 월드컵에 나가는 축구선수가 되려고 하지요. 딸과의 관계도 한 축으로 나와요. 스기야마는 과도한 음주로 인해 이혼했는데, 잘 나가는 광고 카피라이터였다가 이혼하면서, 작은 영세 광고회사에서 일하게 되지요. 이 스기야마라는 사람이 아버지라는 것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면서 회복하는 모습을 보이지요. 이 사람뿐만이 아니라, 야쿠자들의 아버지로서의 일면도 나와요. 광고회사를 관리하는 야쿠자의 말단 폭력배가 있는데, 자기 아들의 운동회에 한번 가고 싶어서, 연습하는 모습도 나오고, 이러한 아버지들의 모습이 나와요. 야쿠자의 두목도 아들을 사립학교에 입학시키기 위해 폭력조직을 회사로 전환하는 과정도 나오구요. 이러한 아버지들의 애환 같은 모습도 나오죠. 일본도 불황기를 오래 거치면서 아버지들이 갖고 있는 어려움도 녹아들어가 있구요. 현대사회에서 아버지라는 존재가 어려운 힘든 모습이 아무래도 있죠. 그런 게 있구요."
시골의 마을 살리기 엎치락 뒤치락- 그동안 번역하신 작품 얘기 해주세요."오기와라 히로시는 굉장히 다양하게 쓰는 작가예요. 제가 이 작가의 세번째 소설 번역이거든요. 저는 주로 이 작가의 장르에서 유머 소설 쪽을 번역했어요. '오로로 콩밭에서 붙잡아서'는 그 첫번째였어요. 소설 '호밀밭의 파수꾼'의 일본어 제목이 '호밀밭에서 붙잡아서'래요. 그것이 제목에 들어가 있어요, 그래서 제목을 안 바꾸고 어색해도 살렸구요. 젊은이들이 얼마 안 남은 시골의 마을 살리기 프로젝트로써, 시골 청년부가 도쿄의 광고 회사에 의뢰한 거예요. 유니버설 광고사가 엎치락 뒤치락 의외의 전개를 보이면서, 시골 총각의 순박함도 나오고, 영세 광고 회사에서 의외의 아이디어로 이 마을을 어떻게 살릴 것인가 하는 과정도 나오지요."
- 하드보일드 에그는 어떤 작품인가요?"하드보일드 에그는 사립 탐정이 주인공이에요. 챈들러의 '하드보일드'에 매료되어, 자기는 사립탐정이 되어서 일을 하기로 하고 그래서 사립 탐정으로 일하게 되는데, 주로 하는 일이 잃어버린 동물 찾아주기 그런 거 하다가, 드디어 큰 사건을 맡게 되면서, 조수가 필요해서 글래머러스한 여자를 두려고 하는데, 할머니가 응모를 하면서, 80이 넘은 할머니와 콤비를 이루어서 엎치락 뒤치락 해결해 나가는 이야기예요.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중에 마지막에 할머니가 병도 있고 돌아가셔서 눈물도 나고, 배꼽잡고 웃는 재미있는 소설이었죠. 제가 이 작가를 너무 좋아하나 봐요. 번역하면서 재미있고 좋았던 작품들이에요."
"일본이 과거를 반성하지 않기 때문에 현재의 일본 사회가 경직되어 있다"- 현대 일본 소설의 경향은 어떤가요?"일본 소설은 다루는 범위가 한국보다 훨씬 다양해요. 특히 그 다양한 작품들 중에는 환타지와 현실이 멋지게 결합한 작품들도 많지요. 미야모토 테루의 '파랑이 진다'는 청춘소설인데요, 최고의 청춘소설이지요. 그리고 소설은 아니고 인문 서적인데요, 제가 번역했던 '전쟁과 인간'이라고 노다 마사아끼가 쓴 책인데요, 2차대전이 끝나고 나서 일본군들이 중국의 수용소와 시베리아의 수용소에 떠돌다가 51년이 되어서야 일본에 돌아오는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이 분의 말씀은 '일본이 과거를 반성하지 않기 때문에 현재의 일본 사회가 경직되어 있다'라는 것이지요."
"한국말로 자연스러운 것을 최우선으로 해요"- 번역한 지 얼마나 되셨나요?"번역한 지 오래 됐어요. 첨에는 번역을 계속 할 거라고 생각 안했구요, 꽤 옛날부터 20대부터 했어요. 제가 일본어를 할 줄 알고 국문과를 나오고 하니까, 적격이라고 생각하셨는지, 의뢰를 받아 번역을 하기 시작했어요. 저는 번역만 아니라 통역도 하고, 학원 등에서 일본어를 오랫동안 가르쳤어요. 그러다가 번역이 장기적으로 일로 시간 내어 할 수 있고 지속이 되는 일로 됐죠. 처음에는 번역을 오래 하고 번역가로 살게 될 거라고 생각을 못했구요. 그래서 번역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진 않았구요. 중간에 공백기가 있었고, 드문드문 하다가, 본격적으로 번역을 하겠다고 생각하게 되면서부터 힘들어지더군요. 여러운 작업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처음에 멋모르고, 일본어를 안다고 되는 게 아니고, 한국어, 그러니까 옮기는 쪽 언어를 정말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죠. 한국어로써 가장 자연스럽고 잘 표현된 번역이 되었으면 하는 게 늘 제가 바라는 거구요."
- 일하는 시간은 주로 어느 때인가요?"굉장히 불규칙해요. 규칙적이 되려고 노력하는데 쉽지 않네요. 바쁘면 많이 하고, 매일매일 몇 시간 한다 이런 건 없어요. 꾸준히 늘 붙들고 있죠. 밤에 조용하고 일하기 적합해요. 완전 야행성이죠. 전 50대 초반이에요. 아이도 있고, 낮에는 집에서 하게 되면 이것 저것 하게 되고, 집중이 되는 시간은 밤이에요. 급할 때에는 밤에 집중하고, 한가할 때에는 낮에 하지요."
"이름을 보통 여자아이들한테 안 붙이는 호랑이를 붙였던 거예요"- 번역할 때 어려운 점은요?"하다 보면 어쩔수 없이 주를 달 수밖에 없는데, 소설은 주를 별로 안 달고, 가능한 한국말로 풀어서 하지요. 한국말로 자연스러운 것을 최우선으로 해요. 예를 들어 '도라꼬'라는 이름을 보면, '도라'는 호랑이라는 뜻이거든요. 여자이름에 호랑이를 붙인 것인데, 왜냐하면 딸이 너무 몸이 약해서 튼튼하게 지내기를 바래서, 이름을 보통 여자아이들한테 안 붙이는 호랑이를 붙였던 거예요. 일본 사람들은 이 '도라꼬'라는 이름을 보면 몸이 약해서 붙였구나 라고 바로 이해를 하지만, 한국의 독자들은 모를 수 있기 때문에, 약간의 알려줄 수 있는 말을 넣는다든가 해야지요. 보충과 생략이 필요해요."
광고와 조직폭력과 웃음과 연민에 대해번역가와 소설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나니 광고와 조직폭력과 웃음과 연민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우리는 하루 종일 티비에서 라디오에서 거리에서 인터넷에서 광고와 마주친다. 길을 가다 전봇대에서 현수막에서 좋건 싫건 광고를 보게 된다. 지하철역은 그 자체가 광고판으로 개조된 듯하며, 지하철역인지 광고역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다. 버스 타고 앉아서 가면 앞좌석 등받이에서 또한 광고와 맞닥뜨린다. 택시를 타도 앞좌석 등받이에 광고가 들이댄다.
이 소설을 읽으며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보자. 익숙하지 않은 질문인지도 모른다. 혹시 맘에 들면 수능 시험, 졸업 시험, 중간고사, 입사 시험, 진급 시험에 출제해도 좋겠다. 시험을 너무 좋아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고, 그 수많은 시험에 치여서 인생의 반 이상을 시험지옥 안에서 보내도록 강요당하는 사람이 전체 경제활동 인구의 89퍼센트에 달하기에 그렇다. 노량진의 공무원 시험, 경찰 시험, 소방관 시험, 임용 고사, 각종 자격증 시험, 부동산 시험, 수산관리사 시험, 로스쿨 시험, 외무 고시, 특히 건축사 시험, 조경 기사 시험 등에 출제해도 좋을 것이다. 여기에서 베껴 시험에 문제로 출제할 것을 적극 환영한다.
우리는 광고를 믿어야 하는가? 광고가 폭력조직을 위해 포장해도 괜찮은가? 우리에게는 수많은 기업들이 광고를 들이대는데, 광고가 포장하는 기업은 늘 깨끗하고 좋은가? 광고는 진실을 말하는가? 광고를 통해 현대사회가 안고 있는 근본적인 위선을 어떻게 볼 수 있는가? 광고 카피라이터는 늘 무슨 생각을 머리 속에 하는가?
소설에서 웃기는 동시에 사회적인 측면을 그릴 수 있는가? 문학에서 무심한 어조로 정곡을 찌르는 유머는 가능한가?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물흐르는 듯 자연스럽게 지적할 수 있는가?
우리는 모든 사람들에 대해 연민을 가질 수 있는가? 조직폭력에게 연민을 가질 수 있는가? 코믹한 이야기 속에 사람에 대한 연민을 겉으로 의도적이지 않게 드러낼 수 있는가? 폭력조직은 자신들에게 불리한 체제에 어떻게 의표를 찌르는가? 일반인들이 보내는 시선이 더 위선적이지 않은가? 또는 우리 모두는 우리 자신에게 불리한 체제에 어떠한 의표를 종종 찌르는가? 사람들은 본질적으로 굉장히 다 선한가?
다행히도 여기 오마이뉴스에는 입사시험 및 진급시험이 없다. 인생에서 가장 좋은 것들은 공짜이고, 또한 시험도 없다. 그러나 그다지 보고 싶지 않은 광고는 어디에나 꽤 있다. 지금 현재 기사를 읽는 화면 위에는 '임플란트의 합리적 가격은?'이라고 묻는 광고가 있고, 옆에는 '47세 주부 최씨 허벅지, 엉덩이 !! -21kg 집중감량'이라는 광고가 있다. 어떤 광고는 믿지 않는 것이 습관으로 되어 있다. 합리적 가격과 집중감량은 무엇을 포장하며, 우리의 어떤 위선을 드러내는가?
사이좋은 비둘기파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서혜영 옮김,
작가정신, 2009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엄마가 제일 좋은 어린 아이
발산국민학교
화곡주공시범단지
지리 건축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