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길, "세종시는 노무현의 허망하고 간사한 약속"

등록 2009.11.02 19:21수정 2009.11.02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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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를 원안대로 추진해야 한다는 야당과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한 보수세력의 비판은 날로 그 강도를 더해간다.

 

1일 월간조선 전 대표 조갑제씨가 <조갑제 닷컴>에 올린 '북한도 헌법에서 서울을 수도로 규정했었다!'는 글에서 "수도 서울을 포기하고 충청권에 새 수도를 만들겠다는 의도를 깔고 신행정수도로 위장하여 충청도민과 국민을 속였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계획은 민족정통성을 배신하는 행위"라더니, 2일에는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가 세종시는 "노무현의 허망하고 간사한 약속이었을 뿐"이라고 맹비난했다.

 

김 명예교수는 2일 <김동길 프리덤워치>에 올린 '국민과의 약속이라니'라는 글을 통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세종시가 충청도에 건설되는 것을 반대할 사람은 없다"면서 그들이 반대하지 않는 이유는 "울산이, 포항이, 창원이 모두 미리 계획해서 세워진 산업 도시들인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즉, 충청도에 세종시가 산업도시라면 반대할 사람이 없다는 말이다.

 

하지만 "세종시가 앞으로(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행정수도'가 된다는 것에는 반대하는 사람들, 들고 일어나겠다는 사람들이 많다"고 했다. 김 교수가 무엇을 근거로 세종시가 행정수도가 되면 들고 일아나겠다는 사람이 말했는지 모르겠지만 많은 사람들은 세종시를 원안대로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2일 <한겨레>는 지난달 31일 리서치플러스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세종시 건설과 관련해 '원안대로 9개 부처 이전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이 35.3%로, 지난 9월26일 <한겨레> 여론조사 결과(30.7%)보다 4.6%포인트 늘었다고 보도했다. 한 달새 4.6%가 높아진 것이다.

 

또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제시했던 '원안+덤' 주장에 대해서도 '일부만 옮기면 비효율적이므로 15개 부처 전부를 옮겨야 한다'는 확대 추진 의견도 11.7%에서 13.4%로 1.7%가 높아졌고, 반면 행정 비효율을 우려해 '사업을 대폭 축소해야 한다'는 의견은 지난 9월 27.5%에서 21.5%로 6.0%포인트 줄고, '문제가 많은 사업이므로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19.2%에서 17.9%로 줄었다고 <한겨레>는 보도했다. 원안 추진 또는 원안+덤은 48.7% 찬성이고, 원안 추진 반대 또는 중단은 39.4%였다.

 

절반에 가까운 사람이 세종시 원안과 원안+덤을 바라고 있는데도 세종시가 원안대로 추진되면 들고 일어날 사람들이 많다는 주장을 어떻게 판단해야 할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김 명예교수는 이어 "도대체 '서울을 대전으로 옮기겠다'던 2002년 대통령 선거 막바지에서 노무현 후보가 '무심코' 던진 한 마디는 충청도 사람들을 감동시켰고 또 그 발언의 덕분에, 노무현이 대통령에 당선한 사실을 본인도 간접적으로 시인한 바 있었다"면서 "'좀 재미를 봤지요'라는 그이 자신의 그 말이 그의 진정한 의도를 암시하고 있다고 믿습니다"고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이런 시인에 대해 김 명예교수는 "솔직히 말해서, 그것은 노무현의 허망하고 간사한 약속이었을 뿐 '국민과의 약속'이라고 과장할 수는 없는 허풍이었기에 헌법 재판소는 노씨의 수도 이전 제안을 기각하였을 것이었다"고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허망하고 간사한 약속을 한 사람으로 매도하는 김씨 주장을 보면서 그는 노무현 정부가 왜 행정수도를 만들려고 했는지에 대한 진지한 검토를 한 번도 안 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김동길 명예교수는  <세종시> 홈페이지 한 번 들어가서 세종시가 무엇을 목표로 세워지 읽어보기를 바란다.

 

세종시 목표는 "국가균형발전을 선도하는 세계적인 모범도시"이다. 서울 중심의 발전이 우리나라 전체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임을 지역에서 사는 사람들은 잘 알고 있다. 행정부처가 서울에서 세종시로 옮겨지면 나라가 금방 어떻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서울공화국은 국가균형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다. 세종시 원안 또는 원안+덤을 주장하는 사람이 오히려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김 명예교수는 이어 "노씨 일당은 충청도 사람들의 열화 같은 여망에 부응하기 위해 수정된 행정수도 이전안을 여야가 '합의'하여 국회를 통과하게 했으니 그것 자체가 잘못된 결의이었음이 확실하다"고 했다.

 

어처구니가 없다. 세종시가 어떻게 잘못된 결의인가. 한나라당이 지난 7월 날치기 처리한 미디어 악법처럼 열린우리당이 직권상정하여 날치기 처리한 것이 아니라 한나라당이 합의했다. 세종시를 잘못된 결의라고 하면 미디어법은 악법 중에 악법이다.

 

김 명예교수는 이어 "어느 모로 봐도 무리하고 낭비적인 세종시 건설안을 놓고 당시의 한나라당은 어쩌자고 그 안을 합의 통과시켜 준 것입니까'라고 따지면서 "그 안의 통과가 어찌하여 '국민과의 약속'이 되는 겁니까"라고 했다.

 

열린우리당이 날치기 처리했다면 국민과 약속이 아니지만 한나라당이 합의한 것을 국민과 약속이 아니라고 우기는 것이 바로 대의민주주의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으로 비판받아야 한다.

 

김 명예교수는 마지막으로 "잘못된 세종시 건설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날마다 커져가고 있습니다. 그 '약속'이 '국민과의 약속'이 아닌 것은 확실한다"면서 "을사보호조약도, 한일합방도 국민과의 약속은 아니었다"는 말도 안 되는 내용으로 글을 맺었다.

 

을사늑약과 한일병탄까지 들먹이면서 세종시를 수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이들이 이명박 정권 지지세력이라는 것이 이명박 정권 불행이자 비극이다.

2009.11.02 19:21ⓒ 2009 OhmyNews
#세종시 #김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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