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참사 유가족들과 성직자, 시민들이 2일 밤 서울광장에서 열린 '죽은 자들과 죽어가는 뭇 생명들을 위한 위령미사'에서 경찰에 둘러싸인 채 용산참사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며 시국미사를 드리고 있다.
유성호
시청 앞 서울광장에 드디어 촛불이 켜졌다. 지난 5월 고 노무현 대통령 노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2일 저녁 8시 30분, 이곳에서는 죽은 자들과 죽어가는 생명들을 위한 위령미사가 열렸다. 갑자기 찾아온 겨울 추위에 코트와 목도리, 장갑 등으로 중무장한 성직자들과 시민 1000여 명이 한 자리에 모였다.
용산 유가족은 물론 송영길 민주당 의원,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 등 정치인들도 있었지만,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부부나 교복을 입은 청소년들도 눈에 띄었다. 시민들은 "아무도 듣지 않아요, 주님", "더 무섭다 MB플루" 등의 피켓을 들고 있었다.
이날 미사는 애초 저녁 7시에 열릴 예정이었지만, 경찰이 막아선 데다가 서울광장 무대에서 왕궁 수문장 캐릭터 행사가 열리는 바람에 1시간 30분 넘게 늦춰졌다. 경찰은 미사 참가자들을 둘러쌌고, 단식 중인 용산 범국민대책위원회 대표자들을 막아서 마찰을 빚기도 했다.
남대문경찰서 측은 "서울시청이 미사를 불허했고 행사가 집회 형태를 띄고 있다"면서 해산을 요구했지만 진압에 들어가지는 않았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소속 신부들이 경찰들 앞에 한줄로 서서 시민들을 보호했다. 김인국 신부는 "경찰이 촛불을 끄면 협조하겠다고 했지만 그런 협조 필요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성직자들이 '국민불복종' 선언한 까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