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플루 영향, 가정방문교사도 직격탄

민심까지 흉흉해지는 요즘 답답한 마음 금할 길 없어

등록 2009.11.04 16:19수정 2009.11.04 16:35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지난 3일 아침 9시 50분 조조할인 영화를 봤다. 회사 영화 동호회가 진행한 감상회였다. 평소 9시 30분대 조조할인 때도 관객들이 꽤 있었는데 이번엔 우리 회사 사람들 빼놓고 다섯명에 불과했다. 날씨가 쌀쌀했던 탓도 있겠지만 신종플루 여파로 관객이 거의 없음을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사무실에 들어와 인터넷을 켜니 또 누구누구 사망, 비고위험군 젊은층 사망이라고 대문짝 만하게 기사가 떴다. 그룹 샤이니의 종현이가 신종플루에 걸려 가요계 비상이라고 기사가 떴다. 초중고 아이들은 연예인 누구누구가 신종플루에 걸렸다며 이야기할 것이고 엄마아빠에게도 이야기할 것이다. 연예인이 걸렸다고 하면 파급 효과는 더 커진다.

 

며칠 전 처형 가족 세 명이 모두 신종플루에 걸렸다. 손위동서는 심하게 몸살을 앓고 난 후 지금은 완치됐다고 한다. 한번 앓고 나면 그 바이스러나 세균에 대한 면역력이 생겨 신종플루 걱정을 안 해도 된다며 한숨 돌리고 있다. 신종플루가 갑자기 변종이 생겨 면역방어체계를 교란시키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내가 하는 일은 초등생 독서토론 모둠 수업이다. 가정 방문이다. 신종플루 확진이나 증상을 보이는 아이도 아닌데 갑자기 수업을 멈췄다. 할머니 할아버지 즉 가족 중 고위험군이 있어 아예 방어막을 친 것이다. 한 해 커리큘럼은 마쳐야 하니까 12월까지만 수업하고 그만 두겠다고 한 어머니들도 계신다. 이러한 여파는 다른 모둠에도 영향을 준다.

 

신종플루 때문에 수업을 그만두는 아이가 발생하고 한두 달 후 중단이 예정되는 상황에서 신규로 이 수업을 받겠다는 아이들은 눈에 띄지 않는다. 학교 휴교령과 더불어 학원가들도 비상인데 우리 가정 방문 지도 교사들도 직격탄을 맞았다.

 

매 달 일한 실적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우리로서는 큰 타격이 아닐 수 없다. 내가 의사도 아닌데 어떤 논리와 근거로 어머니들을 설득해 아이들 이탈을 막을 수 있단 말인가? 아니, 의사라고 해도 어머니들을 설득하긴 힘들 것이다. 어제도 신종플루 때문에 수업 중단을 밝히신 어머니께 전화를 드리려다가 그만뒀다.

 

사정은 우리집도 마찬가지이다. 큰아들 녀석은 천식기가 있어 조금만 뛰어다니면 콜록거리고, 작은 녀석은 생후 19개월이다. 따지고 보면 큰놈, 작은놈 모두 고위험군이다. 어린이집에서는 이미 자율등원 공지문을 보내준 상태이다. 녀석이 늘 콜록콜록하다보니 솔직히 어린이집 보내는 것이 걱정이 되기도 한다. 그렇다고 안보낼 수도 없는 노릇이다.

 

원내에서 발병한 것도 아닌데 단지 두려움 때문에 어린이집을 중단한다면 호들갑 떤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만약 그렇다면 어린이집 측에서 전화를 하며 등원해야 한다고 우리 부부를 설득할 수 있을까? 우리 부부는 그 설득에 넘어가야 하는 것일까? 결국 발병한 것도 아닌데 신종플루가 우려돼 나의 모둠 수업 중단 의지를 밝히신 회원 어머니께 이 수업을 계속해야 한다고 설득 전화를 드리는 못하는 이유와 같다.

 

별 것 아니라고, 감기보다 약한 수준이라고, 그냥 기침 몇 번 하다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지나가는 것이라고, 언론 혹은 여론이 너무 호들갑 떤다고...이런 말로 자기 스스로를 위로하기에는 너무 깊었다. 생각 나름이지만 이처럼 무딘 분이 계신가 하면 극도로 예민한 분들도 많은 게 사실이다.

 

인심이 흉흉해진다. 수업 도중 기침 한 번 하는 것도 조심스럽다. 아이들 혹은 어머니들이 어떻게 생각하실까 걱정스럽기 때문이다. "엄마, 선생님이 수업 시간에 몇 번이나 기침하시던데요." 평소 같으면 아무 문제없지만 지금 시점에서는 기침조차 제대로 혹은 시원스럽게 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학교 가기 싫어 일부러 신종플루에 걸리려고 노력하는 아이들도 많다는 기사가 떴다.  초등학생들을 대하다보니 진작부터 아는 사실이었다. 지난주에도 어떤 회원집에서 수업을 마치고 나오는데 회원 동생이 열이 나서 어머니께서 안절부절 몹시 걱정하고 계셨다.

 

그런데 그 순간 한 아이가 "에이, 신종플루나 걸려버려라."고 말하는 걸 듣고 깜짝 놀랐다. 물론 친구 동생이 걸리라고 저주하는게 아니라 본인이 걸려서 학교에 안 갔으면 하는 바람을 외친 것이라 다행히 오해가 풀리긴 했지만 철 없어도 너무 없다.

 

요즘은 참 답답하다. 일도 안 풀리고 일할 의욕도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누구를 원망하고 탓해야 하는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발족해 활동을 시작한다고 하나 이게 무슨 소용인가? 날씨가 따뜻해질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는 것일까?

 

a  신종플루 여파로 생업에 직격탄은 물론 사람들 사이의 불신의 벽도 높아지고 있다.

신종플루 여파로 생업에 직격탄은 물론 사람들 사이의 불신의 벽도 높아지고 있다. ⓒ 윤태

신종플루 여파로 생업에 직격탄은 물론 사람들 사이의 불신의 벽도 높아지고 있다. ⓒ 윤태
덧붙이는 글 블로그에 함께 올립니다
#신종플루,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안녕하세요. 소통과 대화를 좋아하는 새롬이아빠 윤태(문)입니다. 현재 4차원 놀이터 관리소장 직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다양성을 존중하며 착한노예를 만드는 도덕교육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


AD

AD

AD

인기기사

  1. 1 집 정리 중 저금통 발견, 액수에 놀랐습니다 집 정리 중 저금통 발견, 액수에 놀랐습니다
  2. 2 한전 '몰래 전봇대 150개', 드디어 뽑혔다 한전 '몰래 전봇대 150개', 드디어 뽑혔다
  3. 3 저는 경상도 사람들이 참 부럽습니다, 왜냐면 저는 경상도 사람들이 참 부럽습니다, 왜냐면
  4. 4 국무총리도 감히 이름을 못 부르는 윤 정권의 2인자 국무총리도 감히 이름을 못 부르는 윤 정권의 2인자
  5. 5 "한달이면 하야" 언급한 명태균에 민주당 "탄핵 폭탄 터졌다" "한달이면 하야" 언급한 명태균에 민주당 "탄핵 폭탄 터졌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