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되고송'이 표절이라면...

가요와 방송 프로그램 표절 논란... 기준과 방향은?

등록 2009.11.06 11:52수정 2009.11.06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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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고송'이 소개된 SK텔레콤 CF 생각대로 T 장동건편 한 장면 ⓒ SK텔레콤

'되고송'이 소개된 SK텔레콤 CF 생각대로 T 장동건편 한 장면 ⓒ SK텔레콤

 

이승기, 지드래곤, 마이클 잭슨, 리쌍의 공통점은 최근에 표절논란에 휩싸였다는 것이다. 심지어 국감장에서는 빅뱅 지드래곤의 '하트브레이커'(Heartbreaker)가 울려 퍼지기도 했다. 표절 심의 강화를 촉구하는 의원들이 문제제기를 했기 때문이다. 음악 표절논란은 가요만이 아니라 광고의 로고송에도 번졌다.

 

SK텔레콤의 '되고송'이 표절 소송에 휘말린 사건은 다시 한 번 표절에 대한 오해와 기준의 필요성을 일깨운다. 김영광씨 등 5명의 원로 작곡가는 자신들의 노래를 표절했다며 3억 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최근 저작권을 엄밀하게 주장하고 있는 가요 제작자들의 적극적인 행태를 볼 수 있는 사례이기에 중요한 분기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보통 도입부 4마디, 중간부분 8마디 멜로디가 같으면 표절로 보는데 그들의 주장대로라면 '되고송'은 여러 작품을 짧은 분량에서 2마디씩 짜깁기한 것이 된다.

 

대개 표절 의혹을 받은 쪽은 유구무언이 되는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비슷한 부분이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 비슷한 부분이 없는데 억지로 문제제기를 하는 경우는 없다고 보아야 한다. 이러한 제기에 리듬과 코드를 활용해서 쉽게 노래를 만드는 풍토에 대한 성토가 이루어지기도 한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법원에서는 표절 판결이 쉽지 않다. 대부분 무죄 판결이 나는 일이 많다. 작곡가들이 교묘하게 빠져나가는 면이 있어서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더구나 조금씩만 짜깁기하거나 멜로디나 리듬, 화성을 약간씩 바꾸기 때문이다. 많은 작곡가들이 외국 곡들을 들여다가 약간씩만 가공하고 표절의혹을 받지 않도록 한다. 또한 양적인 판단에만 머물고 질적인 판단을 하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다. 즉 몇 마디 비슷하면 표절, 그렇지 않으면 표절이 아니라고 하는 것은 부당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흔히 전형성을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음악과 무조건 비슷하다고 여기는 경우도 있다. 문화가 하늘 아래 완전히 독창적인 것이 없는 것과 같이 음악도 그러한 경향이 많다. 너무나 많이 알려진 멜로디나 리듬, 화성은 저작권의 보호를 받을 수가 없을 것이다. 창작자의 처지에서는 그것이 자신만의 고유한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자신의 노래 가운데 멜로디나 리듬, 화성이 너무 많이 일상화된 것일 수도 있다.

 

더구나 2마디로 세분화한다면 표절에 걸리지 않을 노래가 없다. 너무 엄혹하게 잣대를 들이댄다면 이러한 소송은 창작의 자유를 막을 가능성도 높다. 표절을 했다고 주장하는 곡들을 세분화해서 본다면 역시 다른 곡들의 영향을 받은 경우가 있다. 더구나 트로트의 경우에는 수많은 곡들이 표절에 해당한다. 음악 장르의 전형적인 멜로디와 리듬, 화성이 있기 때문이다. 되고송의 경우에는 광고에 들어가는 음악인지라 대중에게 친숙한 멜로디와 리듬을 바탕으로 하다보니 많이 사용된 요소들을 쓴 것으로 보인다.

 

자칫 음악 창작 행태의 변화에 대한 오해가 있을 수도 있겠다. 특히 디지털 시대에는 음원에서 자유스럽게 원하는 멜로디나 리듬, 화성 등을 뽑아낼 수 있게 되었다. 아날로그 환경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쉽게 노래를 만드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겠다. 무엇보다 양심에 맡기는 것이 우선인데, 조금이라도 참조했다면 그것에 대한 값을 치러야 하는 것이 합당할 것이다. 학술 논문에도 약간의 인용이라도 주석을 달 듯이 말이다. 어쨌든 표절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독립적인 기관이 필요한 것만은 사실이고 법원에만 의지할 수는 없다. 이는 예술의 영역에 속하기 때문이다.

 

가요만이 아니다. 최근에 방송프로 표절 논란이 있었다. EBS 다큐 프로그램과 SBS 예능 프로 '스타킹'이 표절논란을 일으켰다. 드라마는 하나하나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표절 논란이 있어 왔다. 어디까지를 표절로 인정해야 할지 고민스러운 게 사실이다. 현재의 법리와 법원의 판단을 진단하고,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

 

한국의 저작권법은 '실질적인 유사성(substantial similarity)'이 있어야 표절로 인정된다. 핵심은 아이디어와 표현을 구별해 내는 것이다. 저작권법은 아이디어의 표현은 보호하지만, 아이디어 그 자체는 보호하지 않는다. 많은 경우 표현과 아이디어를 명확하게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 구분을 위해 추상화 테스트, 유형테스트, 추상화-여과 비교 테스트의 과정을 통과하게 한다. 추상화와 유형테스트를 통해 아이디어와 표현을 분류하고, 여과과정을 통해 저작물의 요소가 없는 부분을 걸러내며, 비교테스트에서는 창작성을 갖춘 부분을 비교한다.

 

저작원의 필수 요소는 창작성(originality)다. 아이디어만이 아니라 창작적 개성이 있어야 한다. 예컨대, 시어머니가 사실은 자신의 친어머니라는 아이디어는 창작성을 인정받기 힘들고, 구체적 전개가 창작성의 요소가 된다. 아이디어만이 아니라 단순한 사실도 저작권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사실에는 과학적 진실, 객관적 진실, 역사적 진실을 포함한다. 그러한 사실들은 처음 발견한 이들도 사실에 대해서는 저작권을 주장할 수 없다. 그것에 창작성이 부과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창작적인 개성이 부여되어도 시간이 흘러가면서 관용적으로 그 창작적 요소가 일반화되는 것이다. 일정한 창작적 요소가 오랫동안 관습적으로 자리를 잡는 경우가 '사실상의 표준(De facto Standards)'이다. 상투적이고 당연한 필연의 표현 방식은 '표준적 삽화의 원칙'이라고 한다. 즉 전형적 혹은 통속적인 틀이다. 이에 해당하면 저작권을 주장할 수 없다. 아무리 창작자가 노력을 했어도 상투적이거나 통상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소재는 보호되지 않는다. 주제 전개가 관습적으로 굳어진 것만 아니라 최소 표준이 된 것도 마찬가지다. 불가피하거나 당연한 설정도 역시 저작권은 창작성을 인정받지 않는다. 그것이 공통의 유산이고 만인의 공유물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이러한 논지를 바탕으로 저작물의 표절 여부는 기본적인 아이디어, 주제, 캐릭터, 플롯, 플롯을 구성하는 개개의 사건, 그 사건들을 구성하는 세부적인 대화나 장면묘사를 종합적으로 평가해서 도출해야 한다. 문자적 모방과 비문자적 모방으로 나누었을 때 문자를 표절하지 않았는가를 본 후 비문자적 모방에 속하는 줄거리, 인물, 사건 전개의 유사성을 검토해야 한다. 주제는 대개 추상적이고 장르에 부합하기 때문에 표절을 판단하는데 크게 작용하지 않는다. 플롯과 사건 전개는 기본적으로 실질적 유사성을 판단하는 대상이다. 다만, 그 개별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 만큼 특정한 개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인물이나 캐릭터에서는 기본 캐릭터를 보호받지 못한다. 표준적이거나 전형적이지 않은 인물이나 캐릭터이어야 한다.

 

예컨대, 스릴러라는 장르에 부합하는 악당이 특출난 캐릭터라고 볼 수 없다. 특히 시각적 저작물은 보호가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지만 텍스트 저작물에서 캐릭터는 보호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존재하는 배경은 저작권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데 그 이유는 '사실'이 저작권의 보호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추상적인 배경을 상정한다고 해도 그것이 일반적인 장소이거나 전형적이라면 창작적 요소로 평가되지 않는다. 최근에는 증명적 유사성(Probative Similarity)이라는 개념이 도출되고 있다. 실질적 유사성을 증명하기 전에 피고가 원고의 작품에서 어떤 부분을 표절했는지 증명하는 것이다. 즉 어떤 사실들에 대해서 많은 부분 비슷하다고 밝히면 아무리 베낀 내용이 단순 사실이라도 그것이 하나의 표절 증거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사례 몇 가지를 살펴보자. 2007년, '바람의 나라' 원작자는 드라마 '태왕사신기'의 시놉시스가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시놉시스가 주제를 간략하게 밝힌 것으로서 일반적인 설화를 기술하고 있으면, 아이디어의 영역에 있을 것이나, '시놉시스'에서 캐릭터가 구체화되어 있고, 설화에서 발전한 이야기 구조가 뚜렷하다면 '표현'이라고 평가해야 할 것이다. 법원도 피고의 시놉시스가 단순한 아이디어 차원을 넘어 각 등장인물들의 상호관계, 대략적인 줄거리, 에피소드 등을 포함하고 있어 그 자체가 저작물로 성립한다고 판단하였다"라고 밝혔다.

 

2004년 이른바 '여우와 솜사탕' 사건에서는 법원이 주된 줄거리는 아이디어로서 저작권의 보호 대상은 안 되지만, 인물들의 갈등 구조와 그 해소 과정에서 등장인물들의 상호관계 구도와 구체적인 에피소드의 동일성 측면에서 두 드라마는 유사성이 입증된다고 보았다. 이른바 실질적 유사성이다.

 

예를 들면 "화가 나면 남편의 넥타이를 매고 드러눕는 어머니의 모습"은 전형적이라고 보기는 힘들었다. 1995년 소설 '하얀 나라 까만 나라'의 저자는 드라마 '연인'이 자신의 소설을 표절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어떤 주제를 다루는 데 있어서 전형적으로 수반되는 사건이나 배경 및 추상적인 인물유형은 아이디어의 영역에 속하는 것으로 저작권의 보호 대상이 되지 못한다"고 했다. 다만, 소송사건이나 수사 사건, 일부 대화가 소설의 내용을 약간 변경해 유사성이 발견된다고 보았다.

 

1995년 드라마 '유산'에 대해 시나리오 '야망의 도시' 원저자가 주장한 표절 혐의에 대해 법원은 예로부터 소설이나 추리극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르의 전형성에서 오는 유사성이라고 판단했다. 물론 법원이 장르적 전형성에 대해서 특정한 부분까지 과도하게 확장했다는 비판이 있었다. 2000년, 드라마 '까레이스키'가 소설 '텐산산맥'의 저작권을 침해했다는 소송이 제기되었지만, 법원은 동일한 역사적 소재를 사용한 데서 오는 유사성이기 때문에 저작권의 보호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지금까지는 주로 드라마에 해당하는 부분을 보았다. 예능 교양프로그램에 해당하는 부분을 살펴 볼 차례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최근 주목받고 있는 '방송 프로그램 포맷'이라는 개념을 언급할 필요가 있겠다. 문제는 프로그램 포맷이 저작권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느냐에 있다. 프로그램 포맷은 표면상으로 아이디어나 표현의 틀로 보이기 때문이다. 표현물이 아니라면 저작권의 보호 대상이 될 수가 없다.

 

유럽에서도 포맷 표절에 대한 법적 대응이 미비한 경우가 생겼다. 다만, 독일과 같이 프로그램 인증기관인 FRAPA 등이 분쟁 시 권리의 소유를 입증해준다. 이러한 기관에서는 프로그램 포맷은 단순 아이디어가 아니라 중간 과정물로 보고 있다. 독특한 아이디어와 프로그램 구성방식에서 차별적인 노하우를 담겨 있다면 창조적 표현물로 인정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디어를 재현해낼 수 있는 구체성이 차별화되면 권리가 보장된다.

 

간단한 예를 보자. 2003년 일본 후지 TV는 KBS '스펀지'와 SBS 'TV장학회'가 자신들의 프로 '트리비아의 샘물'을 표절했다고 주장했다. 방송위원회는 각종 자문, 실험, 현장 취재, 화면과 내레이션의 기법은 일반프로그램의 기본 틀이라고 밝혔다. 또한 '트리비아의 샘물'이 제보된 명제를 즉석에서 게스트들이 즉시 평가하는 프로그램이지만 '스펀지'는 포털 지식 검색어의 문제를 선정하고, 연예인들의 개그성 토크와 정답 맞추기 방식이기 때문에 차별화 된다고 보았다.

 

또한 'TV 장학회'는 OX게임 방식에 대표 출연 1인의 상금획득을 위한 반전 형식이기 때문에 차별화 된다고 보았다. 왜냐하면 일본 프로그램은 진행자가 참 명제를 바로 제시하고 게스트가 즉석에서 평가해 상금을 획득했기 때문이다. '스펀지'는 보조 진행자가 낸 문제가 지식평가단에게서 높은 평가를 받도록 했고, 별 다섯 개의 평가를 받아야 상금을 받도록 했다. 'TV장학회'는 14인 게스트가 개그성 토크 버라이어티에 초점을 두고, 얻은 상금은 소년소녀가장에게 전달하는 차별점을 지니고 있다고 판단했다.

 

방송프로에서 표절 시비를 벗어나는 것은 프로그램 기획, 제작 기법, 포맷의 아이디어와 표현성 문제에서 전형성과 독창성을 명확하게 구분하고 그것을 숙지하는 데서 시작한다. 무엇보다 어설픈 표절보다 포맷의 구입이나 저작권을 밝혀주는 것이 더 현명하다.

덧붙이는 글 방송작가원에 보낸 원고를 수정했습니다.
#되고송 #표절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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