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논란이 여당 내 '친이'-'친박' 간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다. 양 계파가 똘똘 뭉쳐 언론을 사이에 두고 설전을 벌이기에 바쁘다.
특히 친이 쪽 움직임이 심상찮다. 이들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수정 불가" 천명 이후 잇따라 수정론을 설파하며 박 전 대표에 날을 세웠다.
[친이] 잇따라 박근혜 공개 비판... 김용태 "사익 추구" - 정두언 "잘못 시인해야"
김용태 의원은 9일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과 인터뷰를 통해 "신뢰나 국민과의 약속을 얘기하지만 이는 국익 추구와 사익 추구의 갈등이자 충돌"이라며 박 전 대표를 비판했다.
또한 김 의원은 "2005년 당시 박 전 대표와 당은 지지층과 소속 의원들의 극심한 반대에도 세종시에 찬성했다"며 "이는 2006년 지방선거와 2007년 대선표를 계산해서 한 일"이라고 깎아내렸다.
정두언 의원도 이날 국회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 보도자료를 통해 "과거에 벌어진 일들은 솔직히 모두 표 때문에 생긴 일이 아닌가. 국가지도자라면 표 때문에 벌어진 잘못을 솔직히 시인하고 어느 것이 국익과 지방이익에 맞는 일인지 고민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사실상 박 전 대표의 사과를 촉구했다.
이런 움직임의 이면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있다는 관측이다. 이 대통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직접 '친이직계' 의원들을 만나 '세종시 수정론'을 피력하며 독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상 해체됐던 '안국포럼' 소속 의원들도 지난 6일 만나 세종시 수정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는 후문이다.
친이직계인 한 의원은 "사실상 박근혜 전 대표와의 전면전"이라며 "세종시는 수정되는 게 옳은 방향이다. 꼭 관철 시켜야 하는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당·정·청도 잰걸음을 하며 세종시 수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몽준 대표와 정운찬 국무총리, 정정길 대통령 비서실장 등 당·정·청 고위인사들은 전날(8일) 저녁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만나 올해 안에 세종시 대안을 마련하는 데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
[친박] 반격... 이성헌 "이 대통령 대선 때 '세종시' 12번 약속... 먼저 해명해야"
친박 진영도 공개 반격에 나서는 조짐이다. 이성헌 의원은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친이 의원들이) 마치 (박 전 대표가) 사익을 위해서 (발언)한 것처럼 얘기하는데 이 대통령이 (대선에서) 12번씩이나 얘기하면서 약속한 사안인데 그에 대해서 먼저 얘기(해명)하는 게 맞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마치 협박하듯이 (박 전 대표에게) 무슨 사과를 하라고 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박했다.
이 의원은 이어 "지금까지 한나라당 당론은 (지난 2005년 정한) '원안 고수' 아니냐"며 "당론이 아닌 다른 말을 하려면 (친이 의원들이) 충분한 설명을 하라"고 쏘아붙였다.
당내 '세종시 여론수렴 특위'(위원장 정의화)와 관련해서도 그는 "수정으로 이미 결론을 내놓고 통과의례식으로 하는 특위라면 무슨 소용이 있느냐. 그것은 바로 '들러리·허수아비 특위'"라고 깎아내렸다. 이 의원은 10일 당 홈페이지에 이같은 취지의 글을 올려 공개 반박에 나설 예정이다.
역시 친박 진영인 현기환 의원도 정두언 의원의 발언과 관련해 "말 바꾼 대통령부터 먼저 사과하라고 그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되받아쳤다.
'친박' 이계진 세종시특위 참여키로 "당직자로서 당연직"
한편, 친박 쪽이 세종시특위에 암묵적인 '불참' 의사를 밝힌 가운데 친박이면서 당 홍보기획본부장을 맡고 있는 이계진 의원이 특위에 참여키로 해 눈길을 끈다.
이 의원은 이날 오후 대정부질문에 참석하기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당직자라 당연직으로 참여하게 돼 있다고 하더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나 이 의원은 "의정활동이란 것은 (의원마다) 생각이 같을 수도 있고 다를 수도 있는 것이다. 모든 문제에 대해서 그 분(박 전 대표) 생각과 꼭 같아야 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소신을 밝혔다.
이 의원은 "(행정도시법은) 출발이 잘못된 법이었지 않느냐. (노무현 전 대통령도) '재미 좀 봤다'는 천박스런 표현으로 말한 법이 그 법 아니냐. 과거에도 한나라당 의원 중 8명만 '처리해준' 법으로 겨우 8명만 찬성했는데 과연 그대로 하는 게 옳은지, 아니면 원안대로 하는 게 맞는지 논의해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의원의 참여와 관련해 한 친박 의원은 "당직자로서 참여하는 것"이라며 계파 차원의 참여로 볼 수는 없다는 뜻을 밝혔다.
2009.11.09 17:52 | ⓒ 2009 OhmyNews |
|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공유하기
친이 "박근혜 '사익추구'... 잘못 시인해야" 친박 "대선 때 약속해 놓고 누구 협박하나"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