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출입 인터넷매체는 '유령'인가

[取중眞담] MB-언론사 편집국장·부장단 간담회에서 원천배제

등록 2009.11.17 18:51수정 2009.11.17 19:01
0
원고료로 응원
[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이명박 대통령이 29일 신문사, 방송사, 통신사의 편집국장단과 간담회를 가졌다. 취임 이후 이 대통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각급 언론사 사장단, 편집국장단, 정치부장단, 경제부장단, 논설실장단과의 간담회 자리를 마련해 왔다. …그러나 인터넷 언론사는 이 대통령의 대(對)언론 접촉에서 지난 1년 동안 철저하게 배제돼 왔다. 이 대통령은 취임 이후 인터넷 언론사와는 단 한 차례도 접촉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지난해 12월 29일 청와대를 출입하는 인터넷 언론 기자단이 낸 성명서 "청와대의 인터넷 언론 '대못질'에 부쳐"의 한 부분이다.

 

약 1년이 지난 지금, 이 성명서는 '1년'이라는 숫자를 '2년'으로만 바꾸만 그대로 다시 쓸 수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6일 청와대에서 신문, 방송, 통신 등 중앙언론사 편집국장단 초청 오찬을 한 데 이어, 10일에는 정치부장단과 만찬을 했다. 모두 오프 더 레코드(비보도)가 전제돼 있다.

 

그러나 청와대에 출입하는 <뉴데일리>, <데일리안>, <오마이뉴스>, <프레시안)(이상은 청와대 풀취재단 소속)과 <뷰스앤뉴스>의 편집국장-정치부장단은 원천배제됐다. 1년 전에는 '사전양해'라도 있었지만, 이번에는 그마저도 없었다. 당연히(?) 대통령이 어떤 발언을 했는지도 전달되지 않았다.

 

선정 혹은 배제 기준에 대한 아무런 설명도 없다. 일정한 출입기간 등을 요구하는 '풀취재단'이라는 기준을 갖고 배제한 것은 아닌 모양이다. '원천배제' 당한 매체들에는 풀취재사가 4개 매체나 있다. 그러면 진보-보수를 갖고 나눈 것일까. 배제된 매체들에는 우리 사회가 통상적으로 분류하는 진보, 보수 매체가 섞여 있다. 어제 오늘 생긴 신생매체들도 아니다.

 

참석대상을 나누는 기준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청와대 사람들은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 "처음에 그렇게 돼서 지금까지 이렇게 왔다"고 할 뿐이다. "시정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하지만 거기까지다. 결국 인터넷 매체라는 이유 하나만 남는다.

 

사석에서 만나는 청와대 사람들에게 "이 정부는 인터넷은 아예 인정하지 않는다"고 하면 펄펄 뛴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아예 인터넷 매체들을 만나지 않는 것은 뭐냐"라는 말에는 대답을 하지 못한다. 매달 같은 금액의 청와대 기자실 운영비를 내고 풀취재에 참여하고 있음에도, 결국 청와대 인터넷매체들은 유령들이란 말인가.

 

출범하자마자 인터넷이 매개가 된 '촛불'에 그로기 상태까지 몰렸던 이명박 정부의 '트라우마'를 감안해도, 이런 행태는 집권 중반기를 목전에 둔 정부라고 하기에는 '밴댕이 소갈머리' 수준이다.

 

'프레스 프렌들리'라는 구호가  특정 '프레스'들에게만 해당되는 말이라는 것은 오래 전부터 아는 일이지만, 솔직히 이런 '무조건 배제' 전략은 황당하다.

 

어느 정부나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언론과 비우호적인 언론을 나눈다. 인터넷언론이 대폭 늘어난 노무현 정부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지금처럼 대통령 간담회에 특정그룹 매체 전체에 장벽을 치지는 않았고, 또 간담회 내용 전체에 비보도 제한을 걸지도 않았다. 일부 비보도 부분이 있었지만 질문과 답변 등 발언의 대부분을 공개했기 때문에, 지금처럼 자신들이 초청에서 배제한 매체들에게까지 비보도를 강요할 일 자체도 없었다.

 

<오마이뉴스> 기자가 인천공항 기자실에서 쫓겨난 것이 2001년 3월이었다. 그 이후 인터넷매체들은 닫혀 있던 문을 열면서 급속도로 취재영역을 넓혀왔다. 그런데 인터넷언론은 지금 다시 새로운 문 앞에 섰다. 존재는 인정하겠지만 선은 넘어오지 말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문은 이전의 다른 문들보다 쉽게 열리고 말 것이다. 문을 막는 '이명박 청와대'의 방식이 너무 막무가내이기 때문이다.

 

1년 전 청와대 출입 인터넷 기자단의 성명서는 이렇게 끝난다.

 

"앞에서는 '소통'을 외치면서 인터넷 언론사를 의도적으로 배제하는 이러한 행태는 결국 '불통의 부메랑'으로 되돌아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2009.11.17 18:51ⓒ 2009 OhmyNews
#이명박 #청와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서울대 역사교육과 경쟁률이 1:1, 이게 실화입니다 서울대 역사교육과 경쟁률이 1:1, 이게 실화입니다
  2. 2 "600억 허화평 재산, 전두환 미납 추징금으로 환수해야" "600억 허화평 재산, 전두환 미납 추징금으로 환수해야"
  3. 3 아내가 점심때마다 올리는 사진, 이건 정말 부러웠다 아내가 점심때마다 올리는 사진, 이건 정말 부러웠다
  4. 4 아무 말 없이 기괴한 소리만... 대남확성기에 강화 주민들 섬뜩 아무 말 없이 기괴한 소리만... 대남확성기에 강화 주민들 섬뜩
  5. 5 초속 20미터 강풍에도 1시간 반을 머물렀던 까닭 초속 20미터 강풍에도 1시간 반을 머물렀던 까닭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