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금 이명박 정권은 말로 해서는 안 된다. 귀가 없다. 국민 여론을 전혀 듣지 않고 있다"며 "내년 지방선거와 다음 총선에서는 야권 후보들이 협상과 연대·연합해서 한나라당과 일대일로 붙으면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유 전 장관은 17일 저녁 부산 소재 국제신문사 강당에서 열린 '노무현 시민학교'에서 강의했다. "이해찬 전 국무총리가 고 노무현 대통령의 일대기를 쓰라고 해서 꼼짝 없이 쓰고 있다"고 한 그는 "연말까지 초고가 되어야 한다. 노 대통령의 생애에 대해 자필 기록과 공개되지 않은 구술기록, 백서 내용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비공개기록을 포함해서 노 대통령의 삶과 죽음에 대해 흩어진 기록들을 작은 책에 압축해서 담는 작업"이라며 "권양숙 여사 인터뷰도 들어간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의 정신·가치·인생관에 대해, 그는 "어린 시절 성장과 사법시험 합격, 변호사, 국회의원 생활 등을 보면서 처음에는 '최선을 다하는 삶'으로 해석했다"면서 "이후 해양수산부 장관과 2002년 대통령 후보 경선, 정몽준씨와 단일화, 대통령 인수위 등의 과정을 살펴보면서 '떳떳한 인생' 내지 '당당한 삶'을 사셨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유 전 장관은 "노 대통령은 자기 자신 내면의 소리에 비추어 볼 때 떳떳하지 않다면 위험을 감수하고서도 당당하게 갔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2002년 대선 때 정몽준 후보(현 한나라당 대표)와 단일화 과정을 설명했다.
"정몽준씨는 권력 분점을 요구했다. 노 대통령이 생각했을 때, 믿을만한 국정의 파트너라는 생각이 들었다면 다 주어도 된다고 했을 것이다. 국가 운영에 충분한 능력이 되었다면, 믿음이 되었다면 반이 뭐냐 각료제청권 등 다 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겪어 보니 전혀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믿을 수 없기에 하나도 줄 수 없다는 것이었다. 당시 민주당에서는 일단 권력 분점하자고 했지만, 노 대통령은 거절했다.
처음에 정몽준씨는 권력 분점을 문서로 요구했다. 거절하니까 정몽준씨와 협상하던 사람이 문서는 필요 없고 말로 해도 된다고까지 되었다. 그러자 노 대통령은 대통령 하려는 사람들은 글이나 말이나 같다고 했다. 참모들은 정몽준씨가 지원 유세만 하면 완전히 이길 수 있다고 봤는데, 불안했던 것이다. 그리고 중간에 협상하던 사람이 약속했다고 거짓말을 할테니까 거짓말을 해도 된다고 허락을 해 달라고 했는데, 노 대통령은 그것도 안된다고 했다.
캠프가 난리 났다. 원망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왔다. 그런데 이틀 후 정몽준씨가 선거운동에 나왔다. 노 대통령은 절체절명의 순간에 왜 그런 판단을 했을까. 스스로 자기 내면의 소리에 비추어 떳떳하지 않다고 하면,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당당하게 갔던 것이다."
유시민 전 장관은 "노 대통령의 삶은 한 마디로 '당당함'이다"며 "삶과 죽음에서 그렇다. 그렇게 보면 돌아가신 것도 훨씬 잘 이해가 된다"고 말했다.
"(박연차 게이트와 관련해) 법정으로 끌려 다녔다면, 검찰과 언론은 밤에 술 한 잔 하면서 사실을 왜곡할 것이고, 그러면 많은 사람들에게 짐이 되었을 것이다. 그런 것은 결코 당당한 삶일 수 없다고 봤던 것이다. 왜 돌아가셨을까 원망하는 마음도 무척 있었지만, 기왕 돌아가신 분이기에 그래봤자 대책이 없다. 결국 노무현의 정신과 가치는 당당한 삶이다. 대장부에 대한 맹자의 말씀과 일맥상통한다. 장부의 삶을 살고 가신 분이다."
노 대통령이 남긴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입니다"는 말에 대해, 유 전 장관은 "깨어 있는 시민이 많아지도록 해야 한다. 비굴하게 자기 이익을 위해 원칙을 훼손하지 말아야 하고, 말하고자 하는 바가 있으면 눈치 보지 않고 말해야 하며, 행동해야 할 때는 행동해야 깨어 있는 시민이다"고 말했다.
촛불집회를 거론한 그는 "누구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 '의식화라고 하지만, 그런 말보다는 '신념과 용기가 전염되는 것'이 맞는 표현이다"며 "대한민국에는 깨어 있는 시민이 많다. 수십만 명이 촛불을 들고 시청 앞에 모였는데, 이루어진 게 없다. 평화적으로 자기 의견을 전달했는데 의견을 전달 받은 사람이 접수하지 않으니까 안된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한다. 흩어져 있는 시민이 아무리 많아도 조직이 되지 않으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나라당은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했는데, 이명박 정부 1년 반 동안에 정의, 평화, 경제, 환경 등 어느 것 하나라도 과거 민주정부보다 나아진 게 없다. 민주정부의 10년이 훨씬 좋았고,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뒤 더 나빠졌다"고 말했다.
"선거로 뽑았으니 임기 5년 동안은 참고 견뎌야 한다. 불가에서는 '역행보살'이라 한다. 한나라당을 뽑으면 이렇게 되는구나하는 것을 알아야 한다. 겪어보면 안다는 것이다. 결국 지금 상황에서 많은 국민이 요구하는 것은 이명박 정부가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서 남은 임기를 보냈으면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아무 일도 하지 않을 수 없지만, 나쁜 일을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만약 박근혜 의원을 시켜놓아도 같을 것이다. 지금 이명박 정부가 하는 정책은 4대강만 빼면 다 박근혜 의원이 주장했던 것 아니냐. 한나라당 대선 경선 때 박근혜 의원은 '줄푸세'(세금을 줄이고 규제는 풀며 법질서는 세운다) 공약을 내세우지 않았나."
"지금 이명박 정권은 말로는 안 되고, 국민 여론을 전혀 듣지 않는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는 말을 하면 의미가 있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에서는 말이 의미가 없다. 그러면 투표로 해야 한다. 내년 지방선거와 2년 뒤 국회의원 선거가 있다. 현 정부로 하여금 잘못된 정책을 못하게 하는 것은 선거로 권력을 빼앗아 오는 것이다. 정부에서 4대강 사업을 하면 내년 지방선거에서 4대강 사업을 안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어 당선해서 안하면 된다."
"오로지 행동으로 보여 주어야 한다"고 한 그는 "어떤 행동이냐. 내년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을 대패 시키는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전국적으로 한나라당과 '일대일'로 붙어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이 있다. 민주당은 여론조사를 해서 높은 쪽으로 하자고 하는데, 그러면 안된다. 전국적으로 민주당이 다른 야당에 비해 지지율이 높지 않나. 그렇게 독식해서는 안된다. 협상과 타협이 되려면 무엇인가를 주어야 한다. 민주당이 큰 정당인데 리더십이 없다. 쩨쩨하다. 통 크게 해야 한다. 재보선에 이기고도 지지율이 안 올라간다. 과거 불문 아니냐. (노무현 대통령) 탄핵에 협조했건, 한나라당 도의원을 했건 민주당으로 나왔는데, 당선은 이명박 대통령이 미우니까 된 것이다. 민주당은 잘 협상하면 더 많이 가질 수 있다. 잘 했으면 양산(국회의원 재선거)도 이겼을 것이다."
유시민 전 장관은 "내년 지방선거에서는 전국에서 한나라당과 '일대일'로 붙어야 한다. 그러면 야당이 거의 다 이길 것이다. 그 후보들이 노무현 정신을 존경하지 않는 분들이라도 된다. 지방선거에 한 번 '윈윈'하게 되면, 총선에서도 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누구도 단독으로 한나라당을 꺾을 수 없다. 지금은 상호 존중해야 하고, 같은 것을 찾고 다른 것을 덮어 주고, 협상과 연대로 나가야 한다. 그래야 이명박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바로 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나라당 당원과 조중동 구독자한테도 강연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받은 유 전 장관은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하고 싶은데 할 수 없을 것이다. 한나라당 당원들이 모인 데서 강연하지 않더라도, 한나라당 당원들은 제가 하는 소리를 다 듣고 있다. 지난해 총선 때 대구에서 유세할 때 한나라당 소속 구의원이 했다는 말이 전달되어 왔다. 그 구의원이 승용차를 타고 가다 창문을 열어 놓고 연설을 들었다고 하면서 '저 사람 틀린 말이 한 개도 없다'고 했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일반 국민을 위한 동영상도 하나 찍었다. 언론 인터뷰나 토론 프로그램에 나가서 이야기도 한다."
2009.11.18 10:08 | ⓒ 2009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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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지방선거, 야권은 협상·연대·연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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