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수와 산마늘에 얽힌 아이러니

등록 2009.11.23 17:37수정 2009.11.23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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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산마늘 재배 예정지 시랑헌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산마늘 예상 재배지. 산마늘 생육 특성상 600 m 이상 고도에서 자라는 생태습성 때문에 이곳을 선택했다. 산마늘은 혈당강하와 콜레스톨 제거에 효과가 있단다. 산마늘 밭을 만들려고 이 곳을 오르내리면서 무리하게 일을 하고 음식을 절제하지 못한 탓에 혈당치가 밸런스를 잃었다.

산마늘 재배 예정지 시랑헌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산마늘 예상 재배지. 산마늘 생육 특성상 600 m 이상 고도에서 자라는 생태습성 때문에 이곳을 선택했다. 산마늘은 혈당강하와 콜레스톨 제거에 효과가 있단다. 산마늘 밭을 만들려고 이 곳을 오르내리면서 무리하게 일을 하고 음식을 절제하지 못한 탓에 혈당치가 밸런스를 잃었다. ⓒ 정부흥

▲ 산마늘 재배 예정지 시랑헌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산마늘 예상 재배지. 산마늘 생육 특성상 600 m 이상 고도에서 자라는 생태습성 때문에 이곳을 선택했다. 산마늘은 혈당강하와 콜레스톨 제거에 효과가 있단다. 산마늘 밭을 만들려고 이 곳을 오르내리면서 무리하게 일을 하고 음식을 절제하지 못한 탓에 혈당치가 밸런스를 잃었다. ⓒ 정부흥

 

생수와 혈당치의 함수관계

 

당뇨병을 20년 넘게 앓고 있고 뇌졸중을 앓았던 사람이 당뇨병약을 끊었다면 당사자에겐 커다란 모험이고 사건이다.

 

시랑헌을 만들어가는 동지이며 친구인 집사람이 친목계 모임에서 가는 해외여행을 떠났다. 신종플루 때문에 순연한 히말라야 트레킹을 들이대며 달래고, 협박했지만 인간이면 누구나 지켜야 하는 신의를 방패로 내세우면서 떠나버렸다.

 

인플란트 시술을 위한 어금니 발치와 하지정맥류 수술 때문에 휴가중인 나는 몇 권의 책과 그 동안 복용할 약을 챙겨 시랑헌으로 내려왔다. 전주로 내려오는 버스 안에서 무료한 시간을 달래기 위해 책을 읽으려고 꺼내는 동안에 약봉지도 따라 나와 버스바닥에 떨어진 모양이다. 다음날 아침 약을 챙겨 먹으려다가 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선택의 여지도 없게 20여 년 간 복용해오는 약을 끊을 수밖에 없게 되었다.

 

다음날 아침 혈당을 측정한 나는 매우 당혹스런 상황에 처했다. 혈당치가 108 mg/dl 로 평소 약을 복용할 때보다 낮게 나왔다. 다시 한번 측정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다.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약을 복용할 때 평균수치보다 낮은 수치이다. 원인이 궁금하다. 오리훈제? 시랑헌을 오르내리며 했던 등산과 노동? 고구마? 현미 잡곡밥? 아니다 이것들은 새로울 것이 없다. 혹시 물? 손에 쥐고 있는 먹는 샘물병을 새삼스럽게 들여다봤다.

 

좋은 수질과 맛을 자랑했던 시랑헌 암반수가 어느 날부터 맛이 변했다. 수원(水源)은 시랑헌에서 400m 이상 떨어진 높은 곳에 있고 1m 이상 깊이로 매설되어있다. 또 시랑헌에서 집 터 등 4곳으로 갈라져 나간다. 연결부위 어디선가 지표수가 섞여 들고 있다는 반증이지만 수리해보겠다는 엄두가 안 난다. 면밀한 설계와 꼼꼼한 시공을 못한 자신을 탓해보지만 깨진 질그릇 맞추기이다.

 

별다른 대안이 없어 시랑헌 암반수의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류재운님이 권했던 산동면에서 생산되는 먹는 샘물을 먹기로 했다. 류재운 님은 구례군 산동면 출신인 면장이다. 전에는 군청에서 친환경 농정업무를 담당했다. 군청재직 시 '곰취'나 '불루베리'를 특용작물로 제배하고 싶다는 나의 사업제안에 대한 실사를 위해 시랑헌을 방문했을 때 인사를 나눴다.

 

산동면을 잘 알고 있는 류 면장은 지리산 주변의 청정한 공기와 게르마늄이 함유된 생수를 건강을 되 찾을 수 있는 비결로 내세우면서 지리산 생수를 음용수로 사용할 것을 권했다.

 

5일 간 당뇨약을 끊었는데도 계속하여 혈당 수치가 평상시보다 월등하게 낮다.  류 면장이 권한 생수를 1개월 가량 먹고 있는 것 외에 별다른 생활에 변화가 없다. 먹는 샘물에 의한 효과인지 궁금하다.

 

먹는 샘물에 용해된 미네랄의 성분과 그 역할

 

일반적으로 먹는 샘물에 용해된 미네랄은 칼슘(Ca2+), 칼륨(K+), 나트륨(Na+), 마그네슘(Mg2+)이 큰 비중을 치지한다. 칼슘은 진정, 고정, 지혈, 청혈, 제산, 소염 등의 작용을 한다. 칼륨은 세포액의 삼투압을 조절하고 근육 및 신경기능을 관장한다.  나트륨은 수소이온농도(pH)조절 및 근육 신경의 긴장 정도를 조절한다. 마그네슘은 뇌와 신경을 정상으로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철(Fe), 아연(Zn), 염소(Cl), 불소(F)등의 유기 미네랄도 인체에 필수적인 영양소이다. 철(Fe)은 성인이 하루에 10mg 정도 필요한 미네랄이다. 인체에 흡수되어 헤모글로빈과 미오글로빈의 생성에 이용되어 보혈, 지혈, 접골, 진통 소멸 등의 작용을 한다. 아연(Zn)은 몸조직 전체에 걸쳐 분포되는 무기질이다. 부족할 경우 성장저해, 식욕부진, 빈혈등과 성기의 발육부진의 원인이 된다. 또 췌장 호르몬인 인슐린의 주성분이기도 하다.

 

염소(Cl)이온은 오염되지 않은 물인 경우 10 ppm이하의 낮은 농도로 용해되어 존재하기 때문에 천연자연수의 오염도를 평가하는데 중요한 지표가 된다. 위액의 주성분으로써 소화를 돕는 작용을 한다. 음식물을 통하여 얻어진 불소화합물은 신속히 몸에 흡수되어 필요한 곳에 전달되어 골격형성에 관여하고 소량은 치아에 잔류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4대 샘물은 첫 번째, 프랑스 '루드르 샘물' 두 번째, 독일'노르데나우 동굴의 물' 세 번째 맥시코 '트라코데 샘물' 마지막 네 번째가 인도의 '나다나 샘물'이다. 불치의 병을 치료한 공인 기적의 샘물들이다.

 

프랑스 루르드의 기적의 샘물의 실체가 게르마늄의 효능이라는 사실이 과학자들과 의학자들의 연구에 의해 밝혀진 후 게르마늄의 효능이 마치 만병통치 약인 신비의 신의 선물로 받아들여져 일부 상인들의 과대 및 허위광고의 희생양이 된 느낌이다.

 

먹는 샘물 속에 용해된 게르마늄(Ge)은 극 미량 원소이다. 먹는 산소' 또는 '생명의 원소'라 불리는 게르마늄은 다량의 산소를 인체의 미세혈관까지 공급함으로써 순환계통의 이물질, 노폐물, 독소 등을 산화하여 분해시켜 피부나 대소변을 통하여 체외로 배출시킨단다.

 

a 산마늘 모종심기 집사람도 산마늘 모종 심기에 여념이 없다. 산마늘이 당뇨병에 좋다는 집사람이나 게르마늄 생수가 좋다는 나나 도토리 키재기이다.

산마늘 모종심기 집사람도 산마늘 모종 심기에 여념이 없다. 산마늘이 당뇨병에 좋다는 집사람이나 게르마늄 생수가 좋다는 나나 도토리 키재기이다. ⓒ 정부흥

▲ 산마늘 모종심기 집사람도 산마늘 모종 심기에 여념이 없다. 산마늘이 당뇨병에 좋다는 집사람이나 게르마늄 생수가 좋다는 나나 도토리 키재기이다. ⓒ 정부흥

 

그래도 집사람뿐이다

 

시랑헌에 도착한 이 후, 당뇨약을 복용할 수 없어 게르마늄이 함유된 샘물만 하루에2리터 들이 한 병씩 지성스럽게 먹었다. 어찌된 연유인지 몰라도 이상적으로 혈당을 유지된다. 우매하고 오만한 생각이 마음 한 가운데 자리를 잡았다. 2009년 하반기 산촌지원사업인 산마늘 모종심기 사업을 추진하면서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 똑 같이 새참도 들고 술도 마셨다.

 

게르마늄 생수를 매일 열심히 먹는다는 사실로 불안감을 애써 눌렀다. 일주일 뒤부터는 매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측정하는 혈당점검도 하지 않았고 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는 당뇨병과는 무관한 사람처럼 행동했다.

 

집사람이 해외여행을 마치고 시랑헌으로 내려왔다. 시랑헌에 들어서면서 자기가 없는 동안 당뇨약을 잘 먹고 있느냐고 다그친다. 여자들이란 본시 자기가 돌봐야 하는 대상이 있어야만 생존의 가치를 느끼는 모양이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집사람에게 자기가 돌봐야 하는 존재가 되었다. 내가 가장이고 남편인데도 말이다.

 

집사람에게 그 동안 사실을 당당하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집사람은 당장에 혈당을 체크하라는 엄명을 내렸다. 혈당치가 250mg/dl을 넘었다. 나는 놀랐지만, 집사람은 당연하다는 표정이다. 혈당계에 기록된 지난주의 측정값을 보여줬지만 나만 더욱 초라해질 뿐이다.

 

즉시 집사람이 챙겨온 당뇨약을 복용했다. 씁쓸하다. 2300년 전에 수은 중독으로 죽은 진시황제의 지식 이상도 이하도 아닌 나 자신을 위한 변명을 하고 싶지 않다. 게르마늄이 함유된 생수를 기적을 일으키는 신비의 명약으로 믿었던 것이다. 

 

'모두가 서로 도와 선(善)을 이룬다.'

 

중도(中道)를 지키고자 나의 가슴에 깊이 새겨두고 평소에 잘도 인용하는 삶의 나침반이다.

 

굳이 게르마늄이 함유된 생수를 평가절하하고 싶지 않다. 속았다는 생각은 추호도 없다. 물은 공기, 햇볕과 같이 생명유지의 필수 불가결의 요소이다. 오염되지 않고 좋은 미네랄이 함유된 먹는 샘물은 건강에 유익하다고 믿는다. 면역력이 강한 몸을 만들어 질병을 멀리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다만, 이를 과신하고 도를 넘었을 때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망연자실하여 앉아있는 나에게 "당신이 좋다는 게르마늄 생수공장이나 한번 가 봅시다. 몇 상자 마시면 정말로 당뇨약을 끊을 수도 있지 않겠소?" 하면서 내가 다시 움직이도록 태엽을 감는다. 

 

먹는 샘물 공장으로 전화를 걸어 나의 신원과 방문 목적을 밝히니 총무 이사님이 우리들의 방문을 환영하며 기꺼이 인터뷰에도 응하시겠다는 응답이다. 산마늘 모종심기를 하는 중이라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샘물공장으로 향했다.

 

공장 앞에서 기다리다 우리를 맞이해주는 환한 얼굴의 총무 이사님의 표정이 인상 깊다. 게르마늄과 세레늄이 물속에 용해되어 있는 샘물의 효과를 인근에 효과를 본 사례를 들어 실감나게 설명한다. 게르마늄 샘물을 장기 복용해야겠다는 생각과 이곳에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25년 동안 앓아왔고 뇌졸중으로 번진 지병이라면 좋은 샘물도 25년 간 음용하셔야 지병을 멀리 시집 보낼 수 있다는 이사님의 조언을 귀담아 들은 채 샘물공장을 나서자 총무 이사님은 우리 차에 생수를 종류별로 3상자나 실어준다.

 

당황하여 만류하려다 이내 생각을 고쳐 먹었다. 여러 사람들에게 게르마늄 생수를 홍보하고 나눠 마시자는 생각이 문득 들었기 때문이다.

 

늦가을 높고 파란 하늘도 좋지만 선물을 받고 공장문을 나서는 기분은 아주 별나다. 특히 집사람 앞에서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은 것 같아 우쭐해 진다. 집사람에게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잘 봤지?" 물음을 미소에 실어 보냈다. "잘 났어 정말" 집사람의 얼굴에 써진 답이다.

 

#먹는 샘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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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덕연구단지에 30년 동안 근무 후 은퇴하여 지리산골로 귀농한 전직 연구원입니다. 귀촌을 위해 은퇴시기를 중심으로 10년 전부터 준비했고, 은퇴하고 귀촌하여 2020년까지 귀촌생활의 정착을 위해 산전수전과 같이 딩굴었습니다. 이제 앞으로 10년 동안은 귀촌생활의 의미를 객관적인 견지에서 바라보며 그 느낌을 공유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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