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숙
올로모츠의 광장에 펼쳐진 '사회주의 재구성' 연극을 보며 나는 <클래식중독>에서 본 오래된 영상을 친구에게 말했다.
"우리는 미니스커트를 입고 지나가는 여성의 무릎 위 치마길이를 경찰이 자를 가지고 와서 쟀다. 그래서 걸리면 경범죄에 처해 벌금을 물렸지.""우리도 그랬는데... 남성들은 장발단속에 걸리곤 했지."체코 친구가 맞장구를 쳤다.
"남성이 장발단속에 걸리면 경찰이 머리칼을 밀어서 고속도로를 내곤 했지."우리는 함께 박수를 치며 웃었다. 어떻게 이렇게 체제를 뛰어넘어 탄압의 유형도 비슷한지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이번 학회에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이 "사회주의와 파시즘의 차이를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세계주의를 모토로 하는 사회주의와 민족주의를 전면에 내세우는 파시즘의 차이를 학자들이 모를 리 없다. 하지만 '원인'이야 어찌되었든 통치의 형태가 전체주의라는 점에서는 차이가 없다는 말이다.
체코인에게 있어서 사회주의는 이미 지나간 역사가 되었지만 우리에게 있어서 권위주의 통치는 아직도 현재 진형형이다. 이명박 정부의 퇴행정치로 우리는 요즘 권위주의 정치의 진면목을 목격하고 있다. 땡전 뉴스는 사라졌는지 몰라도 정부는 좀 더 세련된 방법으로 언론을 통제하고 있다. 신문이나 방송의 뉴스에서 자기검열의 흔적을 찾는 것은 너무도 쉬운 일이되었다. 전임 대통령의 장례식 사회를 보았다고 자리에서 내몰리고, 토론프로그램의 사회를 너무 공정하게 본다고 쫓겨나고, 평화적 시위를 하다 경찰의 폭력에 피투성이가 되고....
20년 전에는 감독을 감옥에 가두는 방법으로 표현의 자유를 억압했다면 요즈음에는 좀 더 세련된 방법으로 감독의 목줄을 쥘 것이다. 민주정부 10년간 만끽했던 표현의 자유는 이제 안녕을 고해야할지 모른다. 정부는 기업의 목줄을 쥐고, 기업은 자금이란 목줄로 영화감독의 표현의 자유를 압박할지 모른다. 이 정부의 교묘한 탄압과 외압으로 밥줄을 끊어 놓는 행태는 이미 공공연하게 자행되고 있다.
정작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우리의 현재 상황을 전했는데 체코 친구의 반응은 격렬했다.
"아니 그건 공포정치잖아? 그런 끔찍한 일이 어떻게 민주국가를 자처하는 나라에서 벌어질 수 있지? 그건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야. 왜 한국국민은 저항하지 않는 거지? 지식인들이 어떻게 침묵할 수가 있어?"공포정치에 맞서는 길은 민주대연합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