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들의 따뜻한 친구인 여수 미평동 구둣방 아저씨가 구두를 닦고 있다.
조찬현
구둣방 아저씨가 등산화를 꿰매고 있다. 다 마무리가 되자 아주머니에게 "그냥 가세요!"하며 등산화를 건네준다. 지난번에 고쳤는데 다시 손을 본거라며 인상 좋게 웃으며 대금을 받지 않는다. 여수 미평동 구둣방 아저씨 이종화(60)씨다.
한 평 반(4.95㎡)이나 됨직한 가게, 실내는 티끌하나 없이 깔끔하다. 꼼꼼한 주인의 성격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구두를 수선하는 재봉틀, 새 신발을 만들 때 갑피를 하는 재봉틀, 수선용 망치, 구두칼, 징걸이 등의 공구들도 잘 정돈되어 있다.
"망치질 하면 먼지 나고 그러니까 바닥을 솔로 쓸어내요."손님 2명이 들어서면 꽉 차는 가게지만 "구둣방으로는 딱이제!"라며 욕심부리지 않고 성실하게 일한다. 그런 그도 구두와 인연을 맺게 된 동기를 묻자 마음이 착잡한 듯 잠시 허공을 응시한다.
그는 가정형편 때문에 초등학교만 겨우 마치고 일찌감치 돈벌이에 나섰다. 15세에 배운 구두일, 1980년 한때는 돈도 많이 벌어 제법 폼 나는 구둣가게도 열었었다. 한 5년 잘나가는가 싶었는데 유명메이커 신발이 쏟아져 나와 수제화는 그 빛에 가려 사람들의 시선에서 멀어져갔다.
해가 갈수록 유명브랜드를 찾는 사람들이 느는데다 중국산 싼 상품들이 무더기로 들어오면서 수제화는 경쟁력을 잃고 만 것이다. 그의 가게도 별수 없이 5년 만에 문을 닫고 말았다.
"전에는 수제화가 괜찮았었는데... 장사가 안된께 한 5년하고 치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