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중심 아닌 사람중심 도시를 고민할 때

[부천시] 꼭 필요치 않은 고가도로를 뜯어내야 한다

등록 2009.11.26 14:56수정 2009.11.26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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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6시반, 지하철 공사장 인부들이 계남고가차도 하부공간에서 작업준비 체조를 하고 있다. ⓒ 김진국

새벽 6시반, 지하철 공사장 인부들이 계남고가차도 하부공간에서 작업준비 체조를 하고 있다. ⓒ 김진국

 

부천은 서울과 인천을 잇는 전철과 고속도로로 세동강이 나있다. 서울과 인천 사이에 위치해 있는 사정상 그것은 불가피하다. 부천이 지금처럼 큰 도시가 되기 전부터 철길과 고속도로가 있었으니, 주어진 조건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전국 어디나 마찬가지지만, 철길과 고속도로가 생기면, 이전에 마실다니던 이웃마을도 서로 왕래가 끊어지게 된다. 부천이 빠르게 도시화하는 과정에서, 철길 양편과 고속도로 양편을 연결하는 문제는 중요한 숙제가 되었다.

 

경인전철 남북을 연결하는 통로로는 4개의 고가도로와 4개의 지하차도가 있다. 5개의 전철역사가 보행통로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고속도로 남북을 연결하는 통로는 4개의 고가도로와 7개의 지하도가 있다. 최근 보행자 전용 고리울 구름다리가 개통되기도 했다. 하지만 은행단지처럼 여전히 고립된 지역도 그대로 남아있다.

 

이렇게 꼭 필요한 고가도로 외에, 그 효용성을 되짚어보아야 할 고가도로가 세 개 있다. 부천시 원미구 고속터미널 사거리의 무지재 고가, 원미2동 중부경찰서 사거리의 계남고가, 그리고 부천 중동 소방서 사거리의 신흥고가가 그렇다고 할 수 있다. 

 

'철길과 고속도로 양편을 연결하는 통로'라는 목적이 분명한 경우와 달리, 사거리에 설치된 고가는 단지 교통체증의 해소라는 일시적 목적에 항구적 시설물을 만든 것이다. 여기서 일시적 목적이라고 한 것은, 도로사정과 도시발전에 따라 교통상황은 고가가 설치될 당시와 달라질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고가의 방향을 변경할 수는 없다.


사거리 고가는 12개의 진행방향 중에서 2개 방향에만 유리하고 나머지는 불리하게 설계된다. 현재 이 세개의 사거리 고가는 고가가 끝나는 양쪽 지점에 곧바로 사거리 신호등이 있어 고가도로의 효용에도 한계가 있고, 다른 방향, 특히 좌회전 차량은 엄청난 불편을 겪게 설계되어 있다.

 

무지개고가와 계남고가는 중상동 신도시를 만들면서 '서울로 가는 길'이라는 통과도로로서의 특혜에 맞추어 설계된 것이다. 신도시를 설계하면서 신도시 끄트막에 고가를 설치하는 것으로 '면피'를 한 것이다. 계남고가가 끝나는 지점에서 춘의로가 확장되기 전까지 구도심은 여전히 좁은 4차로로 막혀 있었고, 작동에서 신월동 연결구간도 나중에야 연결되었다. 계남고가를 설치하는 것으로 신도시의 교통대책을 '면피'한 혐의를 두는 이유다. 무지개 고가도 마찬가지다. 그것으로 상동신도시 개발의 책무를 끝낸 셈이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생각해보자. 이 도로는 원래부터 통과도로로 설계된 것이 아니다. 있던 도로를 통과도로로 만든 것이다. 그런데 통과도로는 성격상 '원활한 소통'이 어렵게 되어 있다. 만일 이 도로의 통행이 원활해지면 다른 통과도로의 차량이 이 도로로 몰리게 되어 있다. 길을 넓히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것이다. 고가도로 설치를 통한 통과도로의 성격이 강화될수록 이 도로의 남북은 소통이 차단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시야도 가려지고 도시의 미관과 도시환경, 보행자 환경은 악화될 수밖에 없다.

 

부천 도심을 통과해서 서울로 가는 차량 중심의 고가를 뜯어낼 필요가 있다. 다른 많은 지역에서도 고가도로를 철거했거나 철거계획을 세우고 있다. 지하철 7호선 연장구간이 개통되는 시점까지는 사람 중심, 부천 중심, 부천에 사는 사람 중심의 도시환경을 만들 필요가 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생활정치메타블로그(www.lifepolitics.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9.11.26 14:56 ⓒ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생활정치메타블로그(www.lifepolitics.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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