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서울시장 중에 행정가도 있었고 정치인도 있었고 CEO 출신도 있었다. 딱 하나 없는 게 있다. 진보정치 출신은 한 명도 없었다. 서울시민도 이제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서울을 만들어낼 진보정치인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서울시장들 전시행정 많이 하는데 나는 결코 그런 삽질 안 할 것이다."
손석희 교수의 마지막 <100분토론> 패널로 출연해 '손가락 V'를 그으며 천진난만하게 웃던 노회찬(53) 진보신당 대표가 아주 진지한 표정으로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졌다.
민주개혁진보진영에서는 반MB연대를 주창하며 선거연합을 제안했지만 그는 물러서지 않을 기세였다. 소수정당으로서 권력적 약체이기 때문에 늘 뒤로 밀려났던 설움을 떨치고 이번에는 밀려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묻지마 연대'는 있을 수 없다고 단호히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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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주의 희망찾기 '노회찬'과의 대화 1부 ⓒ 김윤상
▲ 민주주의 희망찾기 '노회찬'과의 대화 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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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도 진보정치인 출신 시장이 나올 때"
노 대표는 26일 오후 서울 정동 성프란치스코회관 4층 강당에서 열린 '풀뿌리민주주의 희망 찾기' 좌담에 참석해 "런던과 비엔나처럼 진보 정치인들이 오히려 수도를 수도답게 시민의 삶을 더욱 살기 좋게 전환하는 노력을 했다"며 "진보정치인 출신이라는 점이 약점이 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추미애, 신계륜 의원 등이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데 후퇴할 생각이 없느냐는 시민패널 질문에는 "당선될 자신 없으면 출마해서는 안 되는 것"이라며 "정당을 만든 것은 정권 창출의 불타는 의지가 있다는 것인데 출마 선언하기도 전에 후퇴?"라고 반문했다.
노 대표는 또 "70년대 영국 런던시장을 지낸 캔 리빙스턴은 영국 부자들이 치를 떨었던 시장"이라며 "그 시장이 한 일은 길거리 디자인이나 하천 개방이 아니고 고용과 교통문제였다"고 말했다.
고용과 교통문제를 진보적 관점으로 해결해 뉴욕시장과 도쿄시장이 견학을 갔을 정도라고 소개했다. 일자리 창출은 물론이고 부당한 정리해고를 시당국이 나서서 직접 막아줬으니 영국 부자들이 좋아할 리 만무였다는 게다.
노 대표는 "이제 한국에서도 진보시장이 나와야 한다"며 "2012년 권력교체기까지 아무런 일 없이 이명박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바라볼 수만은 없기 때문에 2010 지방선거에서부터 그 기운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나는 사람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한다"며 "서울시민들이 왜 어떤 문제 때문에 고통 받고 있는지를 잘 알고 있다"고 전했다. 문제점을 잘 아는 열정 있는 진보정치인을 서울시장으로 만들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그는 이날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연합정치'에 관련해서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양당 독과점 체제는 막을 내려야 한다"며 "3김시대는 끝났지만 정치적으로는 한나라-민주 양당의 '후3김시대'라고 할 수 있고 한미FTA, 각종 민영화, 교육정책 등에서 양당의 차이는 없다"고 지적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사회경제적 민주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정책은 대단히 비슷하기 때문에 기본적인 정치구도의 변화 없이 '한나라당의 집권만 막아내면 다 되는 것'처럼 인식되는 것은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국민 다수 삶의 조건을 악화시키는 것을 막으려면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진보 대 보수의 방향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노 대표는 "정치구도의 근본적 개혁을 이루기 위해서는 선수의 체력강화와 게임의 룰을 바꿔야 한다"며 "선거 때마다 대진표만 잘 조정한다고 될 일은 아니"라고 비판했다. 반MB연대나 민주대연합, 민주 대 반민주 구도에 반대한다는 뜻이다. 2010선거에서 민주개혁진보진영의 연대를 모색한다면, 적어도 '진보대연합'은 돼야 한다는 것이 그의 견해인 것처럼 해석된다.
무엇보다 그는 "2010년 지방선거는 일회적인 선거연대가 돼서는 안 된다"며 "진보정당과 진보적 시민사회단체까지 모두 포함하는 광범위한 연대작업이 전국적으로 실현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렇지만 민주당이 진보정당이 아니라고 해서, 선을 긋고 외면할 생각은 없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민주당은 야당 가운데 중요한 정치세력"이라며 "문제는 과연 민주당이 다음 대선까지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존재할까 의문이고 따라서 민주당이 지금의 지역패권 기득권에 안주할 게 아니라면 민주당도 변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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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주의 희망찾기 '노회찬'과의 대화 2부 ⓒ 김윤상
▲ 민주주의 희망찾기 '노회찬'과의 대화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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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지마 연대' 안돼... 유시민·박원순 연대안도 회의적
내년 선거에서 '묻지마 연대'는 절대 안 된다고 고개를 젓기도 했다. 그는 "한번 이기기 위한 일회적 연대는 안 된다"며 "그렇다고 조금 차이 난다고 해서 무조건 거리를 둬야 하느냐 그건 아니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선거에서 이기는 것뿐 아니라 사후적으로도 모든 정치적 책임을 감당할 수 있는 연대를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노 대표는 지난 토론에서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피력한 '4대 연대론'에 대해 비판했다. 유 장관의 제안은 좋은 결과를 낳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현실성이 있는가 의문이 든다는 게다. 또한 박원순 이사가 제안한 국민공천제도 유 전 장관과 마찬가지로 회의적이라고 평가했다.
노 대표는 "정치협상을 통한 선거연대가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국민공천 방안이 나온 것 같기는 하다"며 그러나, "유 전 장관의 제안대로 진보후보를 정하고 한나라당과 맞붙어 1 대 1로 이긴다한들 '영산강 기공식'에 참석한 민주당 출신 광주시장과 전남도지사 이런 분들은 어떻게 할 것이냐, 이런 분들을 민주당이 공천에서 배제할 수 있겠느냐"고 우려했다.
지역발전을 위해서는 4대강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민주당 당론이어서 반대하는 분들이 있는데 과연 이런 분들을 민주당이 공천에서 배제할 수 있을까, 그게 안 된다면 의미있는 연대라는 게 가능할까 고민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16개 광역단체장에서 모두 연대하는 방식의 기계적 적용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사안별로 다르게 판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2010 지방선거는 우리 사회의 중장기 민주화, 풀뿌리에서부터 민주주의를 채워나가야 하는 큰 의미가 있다"며 "서울시의회를 보면 한나라당의 일방독주고 호남은 정반대로 민주당의 독주인데 풀뿌리 민주주의가 원숙하게 발전하려면 지방의회뿐만 아니라 자치단체장까지 진보진영이 대거 진출할 때 뿌리에서부터 민주주의가 꽃필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지역유지들이 권력을 행사하는, 부패오염도가 높은, 지방자치 무용론까지 등장하는 퇴행이 거듭돼서는 안 된다고 일갈하기도 했다.
이날 좌담은 최민희 전 민언련 사무총장의 사회로 시민패널과 네티즌 질문 등으로 진행됐다.
2009.11.26 19:10 | ⓒ 2009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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