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민주주의를 풍비박산내려 하십니까?

민주주의 관점에서 세종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등록 2009.11.30 17:09수정 2009.11.30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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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의 현 주소는...

 

2005년 3월 2일 국회는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을 위한 특별법(이하 행복도시법)'을 통과시켰다. 동법의 목적은 국토를 균형적으로 발전시키고 수도권의 과밀을 해소하는 것이며, 동법이 적시한 방법은 충남 연기군 일대에 9부 2처 2청 규모의 정부기관을 이전시키는 것이다. 동법에 따라 2007년 7월 행정중심복합도시(이하 세종시)가 착공되었으며, 2009년 8월말 현재 22조5,000억원 사업비 중 24%인 5조원 이상이 투입되고 있다.

 

2009년 2월부터 청와대는 정부기관의 이전을 백지화시키는 대신, 기업 및 교육기관의 이전을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시작했다. 9월 3일 정운찬 국무총리 내정자가 동일한 맥락에서 세종시 수정을 공식적으로 제기하였으며, 국무총리로 임명된 이후 세종시에 기업과 대학을 유치하려는 행보를 보이기 시작했다. 11월 27일 텔레비전으로 생중계된 <국민과의 대화>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행정중심복합도시에서 교육·과학 중심 경제도시로 세종시의 성격을 완전히 바꾸겠다고 천명하였다.

 

야당은 '행복도시법'이 규정한 원안, 즉 세종시를 행정중심복합도시로 해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여당 내 친박계는 원안+α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국민도 원안 수정 대 원안 내지 원안+α로 나뉘어 대립하고 있다. 세종시 성격을 두고 온 국가가 대립과 분열에 휩싸이고 있다.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해답은 민주주의다. 어렵고 복잡할수록, 기본에 충실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과연 민주주의가 용인하는 정책이나 법안(이하 정책으로 통일)의 변경범위와 속도는 어느 정도일까? 민주주의가 지향하는 정책변경 과정은 무엇일까?

 

정책 변경은 부분적․점진적으로

 

정책의 변경범위 및 속도와 관련해서, 민주주의의 성격은 부분적․점진적이다. 정책의 내용을 점진적으로 일부분을 보완하거나 폐기하는 것을 허용하지만, 급격하게 전부를 폐기하고 새로운 내용으로 채워 넣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먼저 급진적․전면적 정책변경은 독재를 의미한다. 민주주의 국가에는 국민이나 집단의 이익을 집약하는 정당이 존재한다. 자신의 이익과 사회의 이익을 대변하는 이익집단과 압력집단이 존재한다. 다양한 이해관계에 얽혀 있는 국민이 존재한다. 이들이 추구하는 이념과 노선은 상이하며, 그 결과 선호하는 정책도 다르다. 민주주의는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지만 모두가 배척할 수 없는 최대공약수를 찾아내야 하기 때문에, 정책 변경은 부분적이고 점진적일 수밖에 없다. 정책의 전면적․급진적 변경은 이들 모두의 의사를 반영하지 않는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독재와 다름없게 되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행정중심복합도시에서 교육·과학 중심의 경제도시로 세종시의 성격을 완전히 바꾸려고 한다. '행복도시법'을 개정하여 세종시의 성격을 일부 수정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동법의 내용을 완전히 비우고 새로운 내용을 담겠다는 것이다. 또한 세종시의 성격변경을 3달 만에 마무리 짓겠다고 발표하는 등, 속도전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9월 3일 정운찬 총리 내정자가 세종시의 성격변경을 공식 제기했고, 12월 14일에 세종시 변경방안을 마무리 짓겠다고 한 정부의 발표를 보면 이를 잘 알 수 있다. 정책변경의 범위와 속도로 볼 때, 이명박 정부가 독재성향을 표출하고 있다는데 동의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다음으로 급진적․전면적 정책변경은 그 정책과 관련된 다른 영역에서 많은 문제를 불러일으킨다. 하나의 정책은 단순하게 그 정책만의 문제가 아니다. 다양한 다른 정책과 연관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어떤 정책을 급진적․전면적으로 변경시키면, 이와 관련된 다른 정책이 백지화 내지 중단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국가 전체적으로 볼 때 정책과 정책 사이에 균형이 상실되며, 여기서 초래되는 비용을 추가적으로 부담해야 한다.

 

세종시 성격을 완전히 바꾸겠다고 결정한 이후, 이명박 정부는 기업․대학․의료기관․연구소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파격적 분양가․세금감면․지원금 등을 내세우고 있기 때문에, 상당수 기업․대학․의료기관․연구소가 세종시 이전을 결정했거나 이전을 고려 중이다. 지방혁신도시로 이전이 예정된 공기업, 지방 소재 국가산업단지에 둥지를 틀려던 기업, 타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있던 기업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큰 틀에서 5+2 광역경제권 개발계획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이들이 세종시로 떠나가 버리면, 그 빈자리를 차지하는 지역은 어떻게 되는가? 그 빈자리를 채우는 비용과 노력은 어디서 어떻게 충당할 것인가?

 

정책 결과보다 결정과정을 중시해야

 

정책변경에서, 민주주의는 결과보다 과정을 중요시한다. 결과는 어떤 정책을 시행했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며, 과정은 어떤 정책이 변경되는 과정(국회 내 토론과 협상 내지 토론과 다수결, 국민의 의견수렴)을 말한다. 과정과 결과가 일치하면 좋겠지만, 대부분 목적과 절차는 일치하지 않는다. 절차대로 정책을 변경하면, 의도한 목표를 100% 달성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주의는 과정을 중요시한다. 결과를 중요시하면 국민 주권이 제한되며, 과정을 중요시 하면 국민 주권이 보존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위임민주주의 국가로서, ① 정부형성과 교체, ② 지도자 선택과 교체, ③ 통치의 근본조건 선택, ④ 특정한 법률제정을 제외한 모든 권리를 자신의 대표자에게 위임하고 있다. 국회가 곧 국민인 셈이다. 그러므로 정책을 변경할 때는 제1차 과정, 즉 국회에서 여야간 토론과 협상이 이루어져야 한다. 토론과정에서 일방성과 편향성을 제거하고 의문을 확실에 근접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토론에서 ① 선거의 지지율, ② 시대적 적합성, ③ 현재 국민의 소망, ④ 현재 지지율, ⑤ 여야의 토론능력을 반영시켜야 한다. 토론 결과에 따라 여당과 야당이 타협하거나, 다수결로 정책을 변경하는 것이 민주적 정책변경과정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정책변경의 제1차 과정, 즉 국회 내 토론과 협상 내지 토론과 다수결을 완전하게 무시하고 있다. 세종시의 성격을 변경하려는 논의, 세종시에 입주할 기업․대학․의료기관․연구소를 물색하는 과정, 이들에게 부여하는 혜택수준을 결정하는 과정 모두를 정부 단독으로 진행하고 있다. 무엇보다 국민의 대표자인 국회가 어떠한 토론과 협상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세종시의 성격변경을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이명박 정부에게 여당은 정부를 보조하는 기구로, 야당은 무시해야할 존재에 불과 한 것이다. 국민이 국회에게 위임하고 있는 주권이 짓밟히고 있다는 표현 이외, 다른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 시킬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 정책을 변경할 때는 제2차 과정, 즉 국민의 의사가 수렴되어야 한다. 정책변경시 정부나 국회는 국민의 현재의사가 어디에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국민이 자신의 대표자에게 주권 일부를 위임했지만, 대표자와 주권자의 현재의사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 대다수가 대표자의 정책변경에 찬성하고 있더라도, 보고형식을 빌어 국민의 현재의사를 확인해야 한다. 국민은 주권자로서 정책을 알 권리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방법은 여론이라는 형태로 표출되는 국민의 중심경향을 존중하되, 가장자리에 있는 국민의 소수의사도 반영하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세종시의 성격변경을 본격 추진하기 시작한 2009년 9월 3일부터 지금까지, 세종시의 원안추진과 변경을 두고 국민의 의사를 반영한 적이 단 한번도 없다. 다만 세종시 변경초안을 만든 후, 여론수렴과정을 거치겠다는 발표를 했을 뿐이다. 정부 자신의 의지대로 세종시의 성격변경을 기정사실화 하고, 변경방안에 대한 의견만 수렴만 하겠다는 것이다. 이마저도 여론을 조작하려는 기미가 보이고 있다. 분명 정부는 자족기능 부족, 행정의 비효율성, 통일 이후 재 이전 등 확인되지도 않은 이유를 내세워 성격변경을 정당화 시키면서, 기업․대학․의료기관․연구소 유치로 자족도시를 건설하겠다는 방안을 내놓을 것이기 때문이다.

 

세종시 문제는 민주주의 원칙에 따라 해결해야

 

정권교체와 정책변경은 불가분의 관계이다. 정권마다 이념과 노선, 그리고 이에 따른 정책목표도 다르기 때문이다. 정책의 변경정도와 관련해서, 민주주의의 성격은 부분적․점진적이다. 그러므로 세종시의 성격을 행정중심복합도시에서 교육·과학 중심의 경제도시로 완전히 변경해서는 안 된다. 정부가 내세우는 인구 50만의 자족도시가 행정기관만의 이전으로 불가능하다면, 행정기관을 전부 이전하거나 일부 이전하고 기업․대학․의료기관․연구소 등으로 자족기능을 보완하면 된다.

 

민주주의의 정책변경 범위를 적용하면, 세종시의 변경은 (원안)+α 내지 (원안-α)+α 두 가지로 귀착된다. 여기서 변경방안의 선택과 α의 범위는 민주주의의 방법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 제 1차적으로 국회에서 여야가 토론을 통해 협상하거나 다수결로 정책변경을 결정해야 한다. 제 2차적으로 국민이 전적으로 국회의 결정에 찬성하면 보고형식을 빌어 국민의 현재의사를 확인하고, 부분적으로 반대하면 그만큼 수정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는 민주주의의 범위와 속도를 넘어서는 정책변경을 시도하고 있으며, 결과우선주의에 사로잡혀 민주주의의 정책변경과정을 무시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민주주의가 철저하게 왜곡되고 짓밟히고 있다는 표현 이외, 지금의 현상을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다.

덧붙이는 글 | 이재영기자의 블로그 http://www.defense.kr 에 게재되어 있습니다.

2009.11.30 17:09 ⓒ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재영기자의 블로그 http://www.defense.kr 에 게재되어 있습니다.
#세종시 #세종시 수정안 #행복도시법 #행정중심복합도시 #교육ㆍ과학 중심의 경제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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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대학교 대학원 졸업(정치학박사) 전,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현, [비영리민간단체] 나시민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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