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보호시민단체 KARA의 대표인 임순례 감독이 11월 30일 국회정론관에서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 ‘헌터스’의 폐기를 촉구하는 기자회견문을 발표하고 있다.
동물보호시민단체 KARA
1. 공영방송 MBC의 생명과 생태계에 대한 무지와 오만문화방송 MBC의 <일요일 일요일 밤에> 제작진은 최근 멧돼지 사냥을 주제로 한 '헌터스' 코너의 제작에 돌입하고 이를 언론에 공개했다. 담당 PD는 기자 간담회를 통해 이를 기정사실화 하고, 대화를 통해 해법을 찾으려는 동물보호단체의 정중한 요구도 거절했다. "우리는 방송을 한다. 기자회견을 하든 MBC 항의방문을 하든 알아서 해라."라며 방송 권력의 무지와 오만을 드러냈다.
지난 일요일 1박 2일 촬영을 마친 이휘재는 "멧돼지를 잡는다는 것은 정말 위험한 일이다. 멧돼지를 잡겠다고 마음먹고 고생을 정말 많이 했다."며 소감을 피력했다. 또한 담당 PD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가장 좋은 정책과 환경이 나오길 바란다."고 하나, 결국 공영방송 MBC가 동물의 생명을 개체수 조절이라는 명분으로 살상하는 살해의 문화를 국민을 상대로 정당화한다는 점에서 경악을 금할 수 없는 일이다.
이 뉴스를 접한 후, 〈살인의 추억〉,〈추격자〉등의 영화제목이 떠오른다는 수많은 네티즌과 국민들의 강한 우려는 괜한 것이 아니다. 생명을 죽이는 행위를 오락화 하겠다는 MBC <일밤> 제작진의 의도는 생명과 생태계에 대한 MBC의 경악스러운 무지와 오만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으로, 이는 대한민국 국민의 무의식의 세계에 생명에 대한 살해의 잠재의식을 심는 결과가 예견된다는 점에서 즉각 폐기되어야 한다.
2. 생태계 전체를 고려한 과학적 검증이 이루어지지 않았다연일 계속되는 뉴스의 총성을 통해 주지의 사실이 된 멧돼지 사냥은 최근 환경부가 멧돼지의 개체수를 조절한다는 명목으로 '도심 출현 야생 멧돼지 관리대책'을 발표하면서 시작되었다. 전국 19개 시·군의 수렵장에서 총기 등을 활용해 포획할 수 있는 멧돼지의 개체수는 당초 계획한 8,063마리에서 2만 마리로 늘어나 엽사 1인당 포획할 수 있는 멧돼지도 3마리에서 6마리로 늘어났다.
그러나 이런 정책 결정은 멧돼지 도심출몰 급증에 대한 미봉책으로, 서식지 등 생태계 전체를 고려한 과학적 검증이 이루어지지 않은 채로 이루어졌다. 또한 환경부가 이미 논의했다는 동물전문가는 다름 아닌 사냥전문가에 불과했으며 생태적이고 인도적인 개체수 조절이라는 논의는 배제되었다. 애초부터 전문가와의 논의를 거쳤다는 정부의 주장은 빠르게 정책을 집행하기 위한 눈속임에 불과했다.
3. "눈을 뗄 수 없는 스릴과 모험의 현장"<일요일 일요일 밤에> 제작진은 개체수 조절이 곧 환경을 지키는 것이고 가장 손쉽게 해결하는 방법이 사냥이라는 사냥집단의 주장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게다가 "눈을 뗄 수 없는 스릴과 모험의 현장"이라는 타이틀은 마치 멧돼지 사냥이 하나의 드라마처럼 재구성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오락프로의 특성에 맞게 멧돼지 사냥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면 동물살육이 공중파를 통해 하나의 오락으로 정당화되면서 예상을 뛰어넘는 무서운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멧돼지 사냥은 영화가 아니다. 이미 환경부의 발표에 따라 2만 마리의 멧돼지들이 살상될 예정이고 이들은 모두 대한민국의 곳곳에서 총탄에 맞아 고통스러운 죽음을 맞을 것이다.
동물보호단체와 환경단체 등은 이미 환경부를 향해 전체 생태계를 고려한 인도적 개체수 조절에 대한 국민적 논의를 제안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멧돼지 살육은 생태계 전체를 고려한 과학적 조사 없이, 다양한 우려를 전달해 온 국민들의 의견을 애써 무시한 일방적인 조치이다. 이는 정책과정에서 다양한 의견을 상호 조절해야 할 정부가 스스로 의무를 저버린 처사이다. 이미 다수의 멧돼지를 죽이지 않고도 조절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정책결정에서는 전혀 논의되지 않았다. 이는 멧돼지의 생명과도 결부되지만 민주적 의사결정에 대한 사회적 성숙도와도 연관된다.
4. 아이들이 많이 보는 주말 안방극장에서, 실제 벌어지는 생명 살해 장면을...언론 역시 정부의 잘못된 정책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은 하지 않고 시종일관 '퇴출', '전면전', '소탕' 등의 언어를 사용하며 선정적 보도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일밤>의 '헌터스' 프로는 살해포획의 과정을 그대로 보여줌으로써 멧돼지 사냥의 잔인성이 선정적 오락거리로 전락하게 될 결정판이 될 것이다. 또한 아이들이 많이 보는 주말 안방극장에서 실제 벌어지는 생명살해 장면을 그대로 노출한다는 것은 생명존중의 대의에 기초한 교육적 측면에서 국민적 정서에 악영향을 끼칠 것임은 자명하다.
5. '멧돼지 사냥놀이, 헌터스'의 제작을 중단하고 방송계획을 즉각 폐기하라!이에 동물운동단체, 환경운동단체, 생명운동단체, 불교운동단체, 여성단체 그리고 진보신당 등 관심 있는 단위로 구성된 "멧돼지살육중단 및 MBC<일밤> '멧돼지사냥놀이,헌터스'폐기 공동대책위"는 멧돼지 사냥을 웃음거리로 만들려는 <일밤>의 '헌터스' 제작 중단과 방송계획의 즉각 폐기를 강력히 요구한다. 동시에 주관적 판단에 의해 정책을 결정하고 이를 일방적으로 집행하고 있는 환경부에 대해서도 강력히 항의하며, 진행되고 있는 멧돼지살육행위를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
인간에 의해 파괴되는 자연을 지속가능하게 회복하는 행위는 당대와 미래 세대를 위한 전체공동체의 엄중한 의무이다. 이제 인간과 동물의 공생이라는 논의는 선택이 아니라 전체 공동체의 생존을 위한 필수요소이다. "멧돼지살육중단 및 MBC<일밤> '멧돼지사냥놀이,헌터스'폐기 공동대책위"는 시대적 요청에 거스르는 MBC의 반생명적, 반생태적 오락프로의 제작과 방송을 저지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