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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정 모친 ⓒ 송유미
▲ 모정 모친
ⓒ 송유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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쨍쨍 땡볕이 내려쬐는 오후 세시,
칠십의 노모와 오십의 아들이 걸어가고 있었다
방금 내려온 낡은 돌계단을 뒤돌아보며
검은 선글라스 낀 오십의 아들이
노모의 지팡이를 빌려 함께 손 잡고 어렵게 내려 온,
낡은 풍금 같은 돌계단을 자꾸 뒤돌아보며
초등학생처럼, 노모의 손을 꼭 잡고,
아름다운 지느러미 같은 그림자를 이끌고 걸어가고 있었다.
느릿느릿 아무 바쁠 것도 없이,
더러 땀이 나서 미끄러운 손을 놓칠 때마다
"야, 야, 절대 이 어미 손 놓으면 안된다 알것제... "
"걱정 마이소. 어무이나 내 손 놓지 마이소."
바쁜 사람들 다 지나가도록 길을 비켜주면서
느릿느릿 오후의 긴 그림자를 이끌고 걸어가고 있었다.
나는 그 아름다운 뒷모습에 취해 자석처럼 이끌려 걸어가고 있었다.
나는 언제 저 아름다운 뒷모습을, 나를 통해 거울처럼 보여줄 수 있나.
와우산 어귀. 프레존 피잣집 지나
빨래들 바람에 사지를 맡기고 춤추는 파란 세탁소 지나
아이 소리 왁자한 동백초등학교 담벼락 지나,
투명한 어항 속에서 노니는 금붕어들처럼
오후의 긴 그림자 지느러미처럼 느릿느릿 흔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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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뒷모습 ⓒ 송유미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뒷모습
ⓒ 송유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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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메모] 지난 여름이었다. 길을 가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뒷모습 만났다. 칠십은 넘어 보이는 노모와 오십쯤 되어보이는 아들이, 갓 초등학교 입학한 엄마와 아들처럼 초등학교를 지나 건널목을 지나, 낡은 계단을 지나 앞장 서서 느릿느릿 물고기들이 지느러미 흔들듯이 앞장 서서 가고 있었다.
나는 그 모습에 반해 더 느릿느릿 걸음의 속도를 늦추어 J 지하철역까지 한 시간 정도 따라갔다.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뒷모습이 있다니, 자식을 생각하는 어머니의 마음은 아들의 나이가 육십이 되어도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그들이 나누는 대화에서 잘 알 수 있었다. 정말 부모가 자식을 생각하는 마음이 얼마나 끔찍한 것인지, 그들의 아름다운 뒷모습에서 깨달을 수 있었다.
2009.12.02 14:27 | ⓒ 2009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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