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7년에 도로가 4차선으로 확장되면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벌교읍 칠동마을
서정일
목포-광양간 고속화도로 득량-벌교 구간 사이에 위치한 벌교읍 칠동마을은 도로가 완공되던 1997년 이후 지금까지 마을 앞 도로에서 9명의 사망사고가 발생하고 크고 작은 사고에 시달린 아픔을 갖고 있다.
이 마을은 현재 논란의 중심에 선 낙안면 교촌마을과 흡사하게 도로를 사이에 두고 주거지와 농토가 분리돼 있는데 마을 주민에 따르면 "당시 도로를 높여 농기계가 충분히 지나다닐 수 있도록 안전한 통로박스를 내줄 것과 경작로 확보를 강력히 주장했지만 주먹구구식 조치만 내려놓고 공사를 강행했다"고 말한다.
그 결과 "완공 초기 1-2년 정도는 도로 내 갓길을 황색선으로 그어놓아 농기계가 자유롭게 다닐 수 있었고 역주행도 가능했는데 어느 순간 흰색선으로 변경하고 운행 차량이 주정차를 하면서부터 농기계는 발을 붙이지 못하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더구나 "설치해 놓은 통로박스는 진입로도 좁고 수직으로 꺾여 있고 크기도 작아 농기계 운행은 불가능하고 고작 사람이나 왕래할 정도"라면서 "마을과도 200여 미터 정도나 떨어져있어 주민들이 무단 횡단할 수밖에 없다"고 불합리한 점을 설명했다.
광주-고흥간 도로, 벌교읍 고읍리를 외딴섬으로
▲도로가 놓이면서 외딴섬으로 변한 벌교읍 고읍 인근 마을
서정일
낙안면 P모씨는 공사 관계자가 "공사비용 등의 증가로 도로 자체를 높이는 문제와 평지 통로박스 설치는 불가능에 가깝다"는 말을 남겼지만 가능한 여러 가지 방법을 검토한다는 측면에서 이 부분을 고민해 본다고 해도 문제점은 여전히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근 벌교읍 고읍리를 예로 들면서 "광주-고흥간 고속화도로를 건설하면서 벌교터널앞 구간을 약 10여 미터 높여 공사를 하는 바람에 평지 통로박스는 설치돼 있지만 마을이 도로에 묻혀 들판에서 보면 완전히 외딴섬 마을이 됐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현재 857번 도로가 갓길이 없어 문제지 크게 불편한 사항을 겪고 있는 것이 아니기에 그 비용을 이 지역 다른 곳에 이용하거나, 만약 낸다면 기존 도로는 갓길만 정비하고 그대로 놔두고 벌교천을 따라 낙안천으로 올라오는 코스를 검토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벌교천 따라 낙안천으로 올라오는 코스, 왜 제외했나?
▲낙안 상송저수지에서 시작해 벌교 앞바다까지 내려가는 낙안천, 벌교천의 모습
서정일
주민들의 이유 있는 집단 반발과 인근 사례가 말해주듯 벌교-낙안 4차선 확장 공사는 완료된 후 여러 가지 문제점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그럼에도 기존 2차선 도로 노선을 고집하려는 행정의 움직임에 나름의 이유가 없는 것은 아니다.
'기존 2차선 도로를 확장할 경우 신설이 아니기에 공사비가 절감된다는 점인데 만약 하천을 따라 도로를 건설할 경우 말 그대로 4차선 도로를 새롭게 놓는 결과며 복토비용까지 겹쳐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는 설명이다.
벌교-낙안 4차선 확장 문제가 공청회 이후 지역에 뜨거운 감자로 등장했다. "특정한 곳만 이득을 보고 피해는 우리가 보냐"는 볼멘소리는 접어두고라도 현실적으로 똑같은 사례를 통해 불편과 고통을 당하고 있는 인근 벌교읍 칠동마을과 벌교읍 고읍리가 낙안면 교촌마을의 미래가 되지 않도록 깊은 고민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낙안군과 낙안군 폐군(廢郡) |
현재의 순천시 외서면을 비롯해 낙안면, 별량면 일부, 보성군 벌교읍 그리고 고흥군 동강면, 대서면 일부의 땅은 옛 낙안군이었다. 하지만 101년 전인 지난 1908년 10월 15일, 일제는 항일투쟁무력화, 동학혁명진원지분산, 침략거점도시화를 위해 낙안군 자체를 없애버리고 주민들을 인근 지역 세 곳으로 강제 편입시켰다 |
덧붙이는 글 | 남도TV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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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 위한 도로 확장, 인근 주민은 어쩌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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