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돼먹은 엄마들, 우리 엄마 아니에요!

[아줌마 드라마 뒤집기 116] 드라마 속 어머니, 현실성 결여

등록 2009.12.07 13:29수정 2009.12.07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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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에서 우리는 늘 어머니의 은혜를 느끼며 자라왔다. 드라마 속에서 어머니는 자식을 위해 최선을 다하며 입을 거 입지 못하고, 먹을 거 제대로 먹지 못한다. 그것을 보고 우리의 어머니와 아버지가 눈물을 훔치는 것은 우리의 어머니들이 진짜 그렇게 살아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드라마를 보며 세상을 떠난 '내 어머니'가, '우리의 어머니'가 떠올라 눈물을 흘리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 드라마 속 어머니들은 눈물을 흘리게 하기보다는 분노를 치밀게 만들기 일쑤다.

이상하게도 몇 해 전부터 드라마 속 어머니들이 독하고, 못 되고, 자기 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어머니들도 당최 현실에서 보기 극히 드문 어머니들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물론 간간이 어머니의 은혜를 느낄 수 있는 어머니들의 이야기도 등장하고 있지만 그것도 이젠, 너무 감정과잉이 아닐까 싶다.

어머니, 이름만 들어도 눈물나는 어머니

 한평생 자식을 위해 희생하던 엄마는 자신의 이름 석자를 찾으려 애쓰는 모습이 현실적이었던 <엄마가 뿔났다>
한평생 자식을 위해 희생하던 엄마는 자신의 이름 석자를 찾으려 애쓰는 모습이 현실적이었던 <엄마가 뿔났다>kbs
사실, 어머니라는 존재가 어려서부터 우리의 일상생활에 깊이 파고들어와 있다는 건 부인할 수 없다.

등교 준비부터 학교를 다녀와서는 야식 준비까지. 그러면서 우리들의 대화상대가 되기도 하고, 우리들의 투정을 한없이 받아주기도 한다.

그렇게 어머니 품에 마음껏 안겨있다, 결혼을 하고 자식을  낳고 보니 엄마의 역할이 이루 말할 수 없음을 몸소 깨닫는다.


출산의 고통부터, 낳아서 기르는 동안 내내 아니 시집장가를 보내도 똑같을 것만 같다. 그래서일까, 이제야 어느 정도 어머니의 사랑을 깨닫기 시작했다.

그래서 우리는 드라마 속 어머니를 보면 한없이 미안하고, 한없이 고마워한다. 이 이야기는 아마도 우리 세대라면 누구나 느끼는 감정일 것이다. 오죽하면 "아마 네가 어렸을 때 기억이 온전히 남아있다면 나한테 함부로 못 할 거야"라는 내레이션이 흘러나오는 광고까지 나왔을까.


이런 이유로 드라마 속에서 따뜻한 모성이 넘치는 엄마의 모습은 우리에게 친근하게 다가왔다. 하지만 이제 그 모습은 어느 정도 감정의 과잉이 아닐까 싶다. 그렇게 자식들에게 모든 기준을 맞추고 살아가는 어머니들이 조금씩 변화하고 있으니 말이다.

<엄마가 뿔났다>와 <달콤한 나의 도시>에서처럼 자신의 이름 석자를 찾고 싶어 하는 어머니들이 등장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다. 요즘은 손자들을 늙어서까지 당연하게 돌봐주는 어머니들은 드물다. 돌봐준다 해도 내 새끼가 힘들어하니, 울며 겨자 먹기로 하루 종일 봐주는 것이다.

철부지, 독하고 못된 어머니들 왜 이래요?

 요즘은 친엄마가 맞는지 의심케 하는 막장 엄마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요즘은 친엄마가 맞는지 의심케 하는 막장 엄마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imbc,kbs,sbs
그러니, 한없는 모성애를 보여주는 어머니의 모습도 가히 현실에 맞는 어머니 상은 아니다.

그렇지만 또 역으로 드라마 속에서 못되고, 독하고 이기적이며 철없는 모습도 현실적이지 않다. 아니, 이런 모습을 가진 어머니들도 있을 것이다. 없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너무 지나치게 한 방향으로 어머니들이 그려지고 있다는 점이다. <보석비빔밥>의 피혜자, <수상한 삼형제>의 계솔이와 같은 철없는 어머니들의 모습은 정녕 이해하기 힘들다.

사실, 현실에서 자식보다 못난 어머니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이들이 보여주는 모습은 철부지다 못해 뻔뻔한 속물 근성을 보여준다.

피혜자는 늘 사고를 치면서도 자식들에게 돈을 바라고, 자식들의 결혼은 무조건 상대 집안의 경제적인 능력을 최고로 친다. 특히 큰 딸에게는 너는 남자에 빌붙어 살 팔자가 아니니 혼자 성공하라고 조언 아닌 조언을 하는 어머니다. 계솔희는 늘 딸 도우미로부터 돈을 뜯어내면서도 뻔뻔함으로 무장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못된 어머니들과 독한 어머니들도 있다. <천만번 사랑해>에서 손향숙은 무섭기 그지없다. 자기 아들이 남편 회사의 대물림을 위해서 대리모까지 기용해 손자를 만들려는 욕심 많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아내가 돌아왔다>에서 박여사는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아들 상우를 이혼시키는 이해할 수 없는 캐릭터도 등장했다.

이들 대부분은 이상하게 자신의 욕심이 자식들보다 앞서 있다. 자신들의 욕심을 자기가 길러주었다는 이유로 자식들이 채워주기 바라며, 그것을 자식들이 해야 한다고 굳건히 믿고 있다. 그래서 자식들이 자신 뜻대로 되지 않을 때 심한 배신감에 휩싸여 분노하는 모습을 보인다.

과연 이런 어머니들이 현실 속에서 몇이나 될까? 아주 극히 드문 캐릭터를 드라마 속에서는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 극악무도한 어머니들로 그리고 있다. 마치 대다수 어머니가 그런 것처럼. 그래서 쉬이 고부갈등도 변함없이 그려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요즘 어머니들은 대단히 자식들에게 얽매이지 않는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자식들 뒷바라지가 소홀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가고 함에 따라 어느 정도 자식과 정을 떼고 홀로서기를 하려는 어머니들도 많다.

영애씨, 어머니가 바로 이 시대의 어머니

 잔소리도 많지만 자식 일에 누구보다 가슴 아파하다가도 당당히 길러준 댓가를 요구하는 <막돼먹은 영애씨>의 엄마, 그래서 사랑스럽다.
잔소리도 많지만 자식 일에 누구보다 가슴 아파하다가도 당당히 길러준 댓가를 요구하는 <막돼먹은 영애씨>의 엄마, 그래서 사랑스럽다. tvn

그런 면에서 <막돼먹은 영애씨>의 엄마 모습이 아주 현실적이다. 극중에서 <막돼먹은 영애씨> 엄마는 1시즌부터 큰 딸 영애에게 아침마다 잠을 깨우며 잔소리를 퍼부어 댄다. 이렇게 말이다. "다 큰 년이 술이나 쳐 마시고 방이 꼴이 이게 뭐야!"라고.

아침부터 고래고래 소리치며 일상을 시작한다. 하지만 잔소리로 시작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침밥을 굶겨 보내는 어머니는 아니다. 자식을 원수처럼 여기지만 해줄 건 해주는 어머니다.

또 노처녀 영애를 시집보내기 위해서 선 자리를 알아보기도 하고, 재수하는 아들을 위해서 관절이 좋지 않으면서도 삼천배를 드리러 절에 간다. 그러면서도 자식들에게 끊임없이 잔소리를 한다. 더불어 영애에게는 당당하게 돈을 요구한다. 이 정도 키워준 것에 대한 보답 차원에서 영애 어머니는 딸 영애에게 살림살이에 쓸 생활비를 내놓으라고 한다.

즉, 온전히 자식들에게 희생하는 어머니의 모습은 아니다. 줄 건 주고, 받을 건 받는 오히려 요즘 세대의 어머니 모습이다. 그래서 과거의 어머니 모습도 너무 감정을 과잉 공급하는 것이며, 독하고 못 되며, 철부지 같은 어머니는 또 너무 극단적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영애 어머니는 자식들이 밖에서 무슨 일을 겪으며 한편으로 눈물을 훔치며 가슴 아파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영애가 계약직으로 전락한 사실을 알고 내내 마음을 졸이던 어머니는 정직원에 대리로 승진했다는 사실에 누구보다 기뻐하며 자신의 딸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옷을 사러 갔을 때도 창피하지만 딸 자랑을 늘어놓는다.

그런가 하면 온전히 자식들에게 희생하는 것처럼 보이던 어머니는 서대문구청에서 컴퓨터 강습을 배우기도 하며 자신의 여가생활을 누리며 살아가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처럼 영애씨의 어머니는 우리 주변에 흔히 볼 수 있을 법한 모습을 아주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그래서 영애씨의 어머니를 보면 마치 우리의 어머니를 보는 것 같아 웃음이 나오기도 하고,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상하게 이런 어머니의 모습은 <막돼먹은 영애씨>에서 밖에 볼 수 없다. 드라마 속 어머니들의 모습이 이렇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는 공감할 수 없는 어머니들을 보면서 감동할 수 없는 이유이다.

하루 빨리 제작진이 이러한 사실을 깨닫고 우리의 어머니를 되돌려 주었으면 한다. 현실적이면서 그 안에서 우리가 공감하고 웃고 울 수 있는 그런 어머니를 말이다.

덧붙이는 글 | 다음 블로그에도 송고합니다.


덧붙이는 글 다음 블로그에도 송고합니다.
#막돼먹은 영애씨 #어머니 #천만번 사랑해 #보석비빔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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