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사업, 함안뿐만 아니라 보 주변지 대부분 습지화"

박창근 교수, 대한하천학회 세미나에서 주장... "낙동강 제2권역 8개 보 주변 모두"

등록 2009.12.09 17:39수정 2009.12.09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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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향이 잘못되면 속도는 의미가 없다."

박창근 관동대 교수(시민환경연구소 소장)는 인도의 간디가 했던 말을 인용하면서, 정부가 추진하는 4대강 정비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급할수록 돌아가는 지혜가 필요하다"면서 "물은 정답을 알고 있고, 대부분 전문가들도 알고 있지만 말을 안 하고 있을 뿐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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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하천학회는 9일 오후 창원 캔버라호텔에서 '4대강정비사업 낙동강 함안보'와 관련해 세미나를 열었다. ⓒ 윤성효


박창근 교수는 "정부는 물 부족과 홍수방어, 수질개선을 위해 4대강사업이 필요하다고 하나 이는 억지춘향이며 병 주고 약 주는 방향을 선택했다. 병은 줄 필요가 없고 약만 주면 된다"면서 "4대강사업은 원칙도 철학도 없는 사업이고, KICT(한국건설기술연구원)는 상식이 부재한 보고서를 작성했는데 국책연구소의 연구 중립성이 필요하고 언젠가 그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창근 교수는 9일 오후 창원캔버라호텔에서 열린 대한하천학회의 "함안보 건설에 따른 지하수위 영향과 대책"이란 제목의 세미나에서 발제했다. 박 교수는 이날 세미나에 참석하지 않은 한국수자원공사와 경남도청을 비난했다. 대한하천학회는 두 기관에 공문을 보냈지만, 두 기관은 토론에 참석하지 않았고 그 대신 방청하면서 자료를 챙기고 발제 내용을 듣기만 했다.

박 교수는 "4대강사업과 관련해 지하수 문제가 심각하다. 이 자리에 경남도와 수자원공사 관계자가 있겠지만, 경남도와 수자원공사는 그렇지 않다고 적극적으로 발표해야 함에도 참여하지 않은 것은 유감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런 식으로 문제를 회피해서는 안 된다. 서로 머리를 맞대고 풀어야 하는데, 전문가가 문제를 제기하면 뒤에서 맞니 안 맞니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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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후 창원 캔버라호텔에서 열린 대한하천학회의 '함안보' 관련 세미나에 경남도청 관계자들이 참석해 방청하고 있다. ⓒ 윤성효


그러면서 그는 "경남도와 수자원공사는 2~3주 전까지만 해도 지하수위 상승과 관련해 아무런 대책이 없었다. 함안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니까 그제야 준비를 했다"면서 "정부가 내놓은 계획에 보면, 함안보뿐만 아니라 낙동강에 들어서는 8개 보의 강변에만 42평방미터가 습지화되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이것은 굉장히 축소한 것이고 지천의 수위상승은 들어 있지 않다"고 말했다.


또 그는 "4대강사업 환경영향평가에서는 주변지역 지하수위 상승에 대해 전혀 언급이 없었다"면서 "그런 환경영향평가를 믿을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4대강정비사업 환경영향평가의 문제점을 계속 지적했다. 박창근 교수는 "평가서는 1개월 만에 초안이 만들어져 심의에서 통과되었다. 초스피드다. 보통 평가서는 4개월을 조사해야 한다"면서 "낙동강 제2권역에 들어간 평가서 용역비가 23억 원이었는데, 4대강사업 전체로 보면 200억 원이 넘는 국민예산이 그냥 날아간 것이다. 보고서는 짜깁기이고 10년 전 자료를 이용했다. 급하게 만들다 보니 그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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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근 관동대 교수. ⓒ 윤성효

박 교수는 "4대강사업은 토목분야에서 볼 때 확실하게 국가재정법을 위반했다. 4대강사업은 불법과 탈법, 편법으로 이루어졌다"면서 "지금 정부는 함안보를 설치한 뒤 문제가 생기면 대책을 세우겠다는 주장인데 그렇게 하면 때가 늦다"고 강조했다.

'녹색'이란 말에 대해서도 견해를 밝혔다. 박 교수는 "인터넷에서 검색해 보면 녹색이란 말이 온갖 것에 다 붙어 있다"면서 "환경-경제-사회정의의 3개축을 같이 고려한 게 '지속가능한 성장·개발'인데 지금 정부가 말하는 녹색성장은 환경-경제 축만 갖고 있다. 4대강사업은 하천을 죽이는 사업이다"고 밝혔다.

올해 발생한 논산천(신흥교), 원주천보, 논산 한삼천교 직하류보의 유실 현장과 1999년 발생한 연천댐 붕괴 사례도 소개했다. 박 교수는 "하천에 어떠한 구조물을 설치해도 홍수 때에는 위험하다"며 "엄청나게 큰 돌과 콘크리트 구조물도 홍수 때에는 날아가버렸다. 하천에는 어떤 구조물(을 설치해)도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스위스와 독일의 하천 보전 사례를 소개했다. 박창근 교수는 "스위스나 독일은 하천 폭을 넓히는 방향으로 가고 있고, 준설하지 않는다"면서 "그러나 우리나라는 거꾸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정부는 일본 요도가와 하천의 사례를 들며 준설해서 성공했다고 하는데, 지난 여름 현장에 가서 보니 정부의 설명과 달랐다"면서 "일본은 이전에 있는 제방을 40m 더 넓히면서 하천 주변에 있던 주택을 옮겼다. 이전에 있던 하천을 거둬내는 작업을 했던 것인데, 우리 정부는 그것이 준설이라고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국토해양부가 지난 7월 턴키 입찰대상 기업들에게 설명한 자료를 분석해 보면 '다기능보 기본구상'이 있는데, 그 자료를 자세히 살펴보았더니 갑문이 들어 있었다"면서 "갑문 설치는 운하를 하려는 것이다. 낙동강 물이 남아 도는데 수심을 6m 이상 유지한다는 것은 운하를 하겠다는 것 말고는 다르게 설명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지금 정부 방침은 낙동강에 9개의 호를 만들겠다는 것으로, 그러면 '낙동강'이 아니라 '낙동호'가 되는 것"이라며 "4대강사업은 공학적 검증과 사회적 합의 등의 과정을 거쳐 3단계로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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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근 관동대 교수와 박재현 인제대 교수는 9일 오후 창원 캔버라호텔에서 열린 대한하천학회 세미나에서 발제했다. ⓒ 윤성효


박재현 교수 "낙동강 인근 지하수 변화 클 것"

이날 세미나는 양운진 경남대 교수가 사회를 맡았고, 박재현 인제대 교수가 "함안보 설치 후 인근 지역에 발생하는 지하수위 영향 검토"에 대해 발제했으며, 조현기 '4대강정비사업 함안보피해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과 김창수(창녕 도천면 송지리)씨가 토론했다.

박재현 교수는 "낙동강의 하천 연변에는 충적층이 잘 발달되어 있어 하천수와 지하수의 교류가 활발한데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설치되는 신설보로 인하여 낙동강 인근 지하수의 변화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 그는 "경남도는 침수 예상지역에 대해 시추와 지하수위, 지하수 사용량 등을 정밀 조사하고 그 결과를 분석한 뒤, 피해를 극복할 수 있는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4대강정비사업 18공구사업인 함안보 공사는 지난 11월 GS건설이 시작했으며, 경남 함안군 칠서면~창녕군 길곡면 사이의 낙동강에 높이 13.2m, 길이 953m로 설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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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근 관동대 교수가 9일 오후 창원 캔버라호텔에서 열린 대한하천학회 세미나에서 4대강 정비사업을 비판하면서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 윤성효


#4대강정비사업 #낙동강 #함안보 #박창근 관동대 교수 #박재현 인제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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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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