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복을 스스로 정리? 하는 첨보는 모습본인 옷을 정리하는 것을 본적이 없는데..휴가 나오면서 입고 나오 A급의 군복을 스스로 정돈하는 모습에서 변한 모습을 보는 것 같다.
양동정
우리집 아이는 1989년 1월생이다. 군대 가기 싫어서 세살 때부터 다니던 병원까지 찾아가 진단서를 발급받는 등 나름 백방으로 노력을 하다가 지난 7월 7일 춘천에 있는 한 보충대에 입대했다.
입대하는 날, 그렇게 군대 가기 싫어하는 아이라 가족이나 본인 모두 끌려가는 송아지 심정이 아니었나 싶을 정도로 심난했었다. 특히 36년 전 꼭 같은 과정을 겪은 나는 내색을 할 수는 없었지만 과연 군 생활을 잘 견디어 낼지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동해안 최전방에서 6주간 신병교육 기간 중 교육대 홈페이지에 올라오는 훈련병소식이나 군복입고 먼지 뒤집어 쓴 사진을 볼 때마다 점점 안심이 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한더위 때 실내에서 제식훈련을 하는 사진을 보고는 정말 군대 좋아졌다고 느끼면서도 저렇게 편하게 훈련받아서 강한 전투력을 갖출 수 있을까 의구심을 갖기도 했었다.
무사히 신병교육을 마치고, 배속될 부대 의사와 본인 희망 등을 고려하여 배치 받은 곳이 동해안 최전방 수색중대라고 한다. 입대한지 약 2개월 쯤 지났을 때 첫 번째 면회를 갔더니 민간인 티가 많이 벗겨지기는 했지만 아직은 철부지 아이 같아서 어떻게 견디어 낼까 하는 걱정을 떨쳐 버릴 수가 없었다.
그러던 아이가 5개월 만에 첫 휴가를 왔다. 아이 말에 의하면 최전방 비무장 지대에서 민정경찰이라는 명찰을 달고 GP에 올라가 2달 근무하면 4~5일 정도 휴가를 준다고 한다. 그리고 복귀하여, 약 한 달 동안 교육을 받고 다시 GP에 올라가 두 달을 근무하는 모양이다.
그러니 첫 번째 GP근무를 마치고 나온 첫 휴가인 셈이다. 휴가 전날 전화를 하여 잔뜩 들뜬 목소리로 "아빠! 내일 휴가 출발한다. 맛있는 거 많이 먹어야겠어!"라 하기에 "맛있는 것이 뭐냐?" 했더니 의외로 먼저 탕수육이 먹고 싶단다. "애는 애구나! 무슨 탕수육이 맛있다!"고 하면서도 속으로 "그 정도는 얼마든지 사주지!"라 하면서 전화를 끊었다.
8일 오전 11시쯤 되니 벌써 동서울터미널에 도착했다는 전화다. 새벽 6시반에 중대를 출발한 소대원 열 다섯 명이 같이 버스에서 내렸단다. 수색중대는 소대 단위로 GP근무를 들어가기 때문에 휴가도 소대 단위로 한꺼번에 나온단다. 물론 귀대할 때도 모두가 터미널에서 만나 같이 귀대를 한다고 한다.
내가 군대 생활할 때는 포대장, 대대장한테 하는 휴가 신고가 끝나면 하루가 다 지나가서 얼마나 아까웠는지 모른다. 혼자 첫 휴가 나왔다가 귀대하면서 지독히 들어가기 싫었던 아픈 추억이 있었기에 나름 많은 걱정을 했는데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