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없는 녹색성장은 그린워시(green wash)'그린워시'는 녹색으로 홍보나 선전을 하면서 실제로는 녹색이 아닌 기업이나 정부의 거짓말을 의미하는 단어이다.
손형진
이번에 정부가 나서서 유치하고자 하는 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이하 기후회의)도 마찬가지이다. 지금 기후회의가 열리는 이곳 코펜하겐에는 1만 5천명의 대표단이 참여한 가운데 총회가 열리고 있고 2012년 만료될 교토의정서를 대체할 새로운 합의를 끌어내기 위한 열기가 뜨겁다. 지난 일요일엔 6만명 이상의 시민들이 모여 기후위기를 극복할 합의를 반드시 만들어낼 것을 촉구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이는 등 긴장감도 고조되고 있다. 18일 열리는 정상회의를 위해 오바마 대통령을 비롯한 전세계 110개국 정상들이 참여한다. 이명박 대통령도 올 예정이다.
그러나 이곳에서 한국정부가 내어놓을 전략과 카드는 참으로 옹색하기 짝이 없다. 2050년까지 1990년대비 50% 이상의 온실가스를 감축해야 지구의 기온이 파국을 막는 마지노선인 산업화 이전에 비해 2도씨 이상 높아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과학자들은 진단했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주요 선진국들은 1990년대비 40% 이상을 2020년까지 감축해야 한다. 그런데 한국정부가 가지고 있는 패는 2020년까지 2005년대비 4%를 감축하겠다는 것이다. 이 목표는 1990년 대비 91%나 증가한 수치이다. 정부가 이 수치를 내놓은 근거는 한국이 개발도상국이라는 데 있다.
그러나 온실가스 배출 세계 9위 국가이며, 내년에 선진 20개국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나라, 경제규모 세계 10위권의 나라인 대한민국이 개발도상국 수준의 온실가스 감추목표를 내놓는다는 것을 누가 동의할 수 있겠는가? 동의여부를 떠나 지구 전체의 생존을 위한 온실가스 감축노력은 하지 않고 무임승차를 하겠다는 정부의 태도가 윤리적으로 도저히 용서받을 수 없는 일 아니겠는가?
이러고도 기후회의를 한국에서 유치하겠다고 한다. 녹색운동을 하고 있는 입장에서 기후회의 유치 자체를 반대할 생각은 없다. 더구나 2002년 남아공에서 열린 지속가능한발전을 위한 세계정상회의(WSSD) 이후 필자를 포함한 녹색운동가들이 2012년 열릴 WSSD 회의를 서울에서 개최하는 방안을 심도깊게 논의한 바도 있다. 이 같은 환경회의 유치가 한국의 환경보전 정책을 강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못하고 있다. 람사르 총회 유치 노력을 할때도 한국의 환경단체들은 한국정부가 총회 개최국의 지위에 걸맞는 노력을 전제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결과는 앞에서 이야기한 대로 국제행사 유치는 말 그대로 행사에 그치고 환경 정책은 훨씬 후퇴하고 말았다. 환경보전 의지가 없는 환경행사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4% 감축안으로는 어림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