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한국 사진, 어떻게 변화했나

'한국사진의 변화된 지형을 중심으로'

등록 2009.12.15 15:13수정 2009.12.15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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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한국사회는 두 전직 대통령과 종교를 초월한 전 국민의 정신적 지도자였던 김수환 추기경이 작고를 하면서 특정한 시대를 상징적으로 마감하였다. 이와 마찬가지로 한국사진도 크고 작은 여러 뉴스들 중에서 한국사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예고하는 징후들을 발견 할 수 있었다.

 

그 중에서 올해는 유난히도 대규모 사진전시회가 많이 개최되었는데, 상당수가 대규모 자본이 개입된 수익성을 목적으로 한 전시였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자본이 개입된 유명 해외 미술가들의 전시회가 연이어서 개최되었는데, 이제는 사진전시회에도 자본이 개입하여 전시문화의 경향에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을 반영하는 대표적인 전시가 '유섭 카슈'전, '제1회 포토코리아 슈팅 이미지'전, '20세기 거장'전 등이다. 전시뿐만 아니라 사진가들을 위한 상에도 자본이 개입하기 시작하였다. 한진 그룹에서 자본을 투자한 '일우 사진'상을 제정하여 한국사진의 지형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된 것이다. 이와 같이 한국사진은 현재 새로운 시대를 앞두고 있는 전초전적인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사진의 지난 역사를 살펴보면 전체적으로 발전과 성숙의 역사였다. 하지만 체계적으로 기초가 다져진 발전이었다기보다는 탄탄한 기초가 없는 급조된 상황의 연속이었다. 그래서 한국사진의 독창적인 전통과 사진미학이 있다기보다는 모방의 역사였고, 미성숙의 역사였다. 하지만 사진가, 평론가, 사진관련 저널, 사진전문 갤러리 등 한국사진의 여러 주체들이 각고의 노력을 하여 사회적인 인식과 위상이 높아진 것도 부인 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사진은 사진제도가 미처 제대로 갖추어지기 전에 한국미술의 힘에 의하여 미술시장에 진입하게 됨으로써 균형적인 발전을 하지 못하고 사진의 본질과 가치가 균형 잡힌 시선으로 평가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특히 최근에는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보편화로 인한 매체환경의 변화 때문에 전통적인 사진은 설자리를 거의 잃어버리고 있다. 한국사진은 현재 매체환경과 사회문화적인 배경의 변화가 작가들의 활동방향과 사진계의 지형에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특히 대규모 자본과 상업화랑의 영향력은 한국사진의 새로운 모습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 11월19일 인사동에 있는 대형식당 누리에서 '사진비평 상 10주년'과 평론가 김승곤 선생 고희를 맞이하여 사진계 만찬모임이 있었다. 몇 몇 사진계 원로들과 비평가들 그리고 '사진비평' 상을 수상한 적이 있는 젊은 작가들, 다큐멘터리 사진가들을 중심으로 한 젊은 작가들과 중견 작가들이 참석 하였다.

 

그 외에도 사진잡지 관계자들과 김승곤 선생과 인연이 있는 사진계 인사들도 모임에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현재 작가로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면서 동시대 한국사진의 경향을 주도하고 있는 40대 초반 이하 젊은 작가들은 거의 참석하지 않았다. 그것은 세대 차이에서 발생한 현상일 수도 있지만, 그들의 관심사가 다른 곳에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젊은 작가들을 비롯한 여러 작가들이 전업 작가로서 활동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적인 장치가 한국사진계 내부에는 전무하기 때문에 그들의 관심은 영향력 있는 미술 전시기획자와 상업화랑에 있는 것이다. 너무나도 당연한 현실이고 현상이다. 한국사진의 역사가 계속해서 계승되어지고 역사 속으로 사리지지 않으려면 한국사진계가 독자적으로 사진을 표현매체로 사용하는 작가들과 그들의 작품을 폭 넓게 수용 할 수 있는 인프라하와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한국사진은 현재 작가들 외에도 전시기획자, 이론가, 사진저널, 사진전문 갤러리 등 여러 제도적인 주체들도 새로운 지형을 형성해가고 있다. 이와 같은 현실에 대해서 얼마나 제도로 파악하고 이해하고 있느냐에 따라서 작가들의 지형과 질서도 달라 질 것이다. 40대 이하 젊은 작가들은 대부분 현실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 그래서 현재까지는 변화된 문화적인 지형에 잘 적응하면서 자신의 활동방향을 정하여 미술시장에 진입하는데 성공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의 40대중반 이상 작가들은 현실에 대한 부정확한 파악과 인식의 부족으로 인하여 변화된 한국사진의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데 실패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작가로서 꾸준한 활동을 하고 있는 사진가들도 만나기가 쉽지 않다. 이러한 현실로 인하여 2000년대 한국사진은 성숙된 모습을 보이면서도 지난 역사와의 단절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1990년대 이전의 한국사진의 모습은 역사 속에서 사라지고 잊혀지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현실을 극복하려면 한국사진계가 주축이 되어 공적인 사진제도를 마련하여 한국사진의 역사와 전통을 체계적으로 계승하는 작업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사진은 가장 젊은 매체이자, 진보적인 매체이다. 하지만 예술로서의 진정성과 공공성을 자본의 힘으로 인하여 상실한다면 문화예술의 발전과 성숙에 긍정적인 기능을 할 수 없다.

21세기는 말 그대로 문화예술의 시대이다. 동시대 현대미술의 가장 최전선에 있는 사진을 비롯한 미디어 아트가 진정성과 자존감을 유지하려면 자본의 힘으로부터 독립하여 공공성과 진정성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가능해야만 사진문화의 지속적인 발전과 성숙이 가능하다. 또한 한국문화예술의 사회적인 영역확장과 긍정적인 발전을 위한 길이기도 하다.

2009.12.15 15:13ⓒ 2009 OhmyNews
#한국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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