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0월 1일 오후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린 건군 60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육군 장병들이 분열을 하고 있다(자료 사진).
남소연
"허름한 여관에서도 주말이라고 방 하나에 7만 원이나 불렀고, 음식 값도 서울에 비해서 터무니없이 비쌌다. 1박 2일 면회 다녀오는 데 50만 원 가까이 써야 했다."
몇 달 전 강원도에서 군 복무 중인 아들을 면회하고 온 서아무개(53)씨는 터무니없는 물가 때문에 놀랐던 경험을 이렇게 말했다.
군부대 인근 지역의 비싼 물가는 외박을 나온 병사들의 주머니 사정을 더욱 어렵게 만들기 일쑤다. 욕조도 없는 허름한 샤워시설만 갖춘 여인숙 방이 하룻밤에 4만 원, 닭볶음탕 한 그릇이 5만 원이나 하는 등 한번 외박 나간 병사들 대부분이 자신의 월급을 웃도는 10만 원 이상을 쓰고 들어오는 일이 다반사다.
부대 단위로 장병들의 편의를 위해 운영하는 복지회관은 매점과 식당, 목욕탕과 객실 등을 갖추고 있지만 그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해 병사들 대부분에겐 그림의 떡이다.
'군인'복지기금에서 소외된 군인, 그 이름은 병사복지회관과 복지매장 등 장병들의 복지시설 확보사업 비용은 군인복지기금에서 충당된다.
군인복지기금은 군에서 운영하는 복지 및 체육시설의 운영 수입금을 재원으로 해서 정부재정 여건상 일반회계에서 부담할 수 없는 군 복지사업을 자체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설치된 사업성 기금으로 장병들이 발생시킨 수익금을 장병들의 복지를 위해 환원하는 제도다.
즉 장병 복지에 필요한 금액 전부를 일반회계에서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국가재정 여건상 일정 부문에 대해서는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수익자가 부담하고 있는 것으로, 2010년도 군인복지기금 수입에서 국방예산으로 지원되는 일반회계전입금은 모두 417억 원이다.
이러한 군인복지기금의 2010년도 운용계획을 보면 '복지시설 확보' 사업비로 311억7400만 원이 계상되어 있다. 문제는 그 내역이다. 7곳의 골프장을 신·증설하는 데 272억7600만 원, 콘도·호텔 보수에 38억5500만 원이 편성돼 있는 것. 이에 반해 정작 병사들이 많이 이용하는 복지매장에는 고작 4300만 원이 편성되어 있을 뿐이고, 복지회관 관련 예산은 단 1원도 배정되어 있지 않다.
즉 주로 부사관급 이상 간부들이 이용하는 시설에 관련 예산의 99% 이상이 쓰이고, 병사들을 위한 예산은 채 1%도 안 된다. 이런 편성은 병사들의 낙후한 복지여건을 개선할 여지를 크게 제약하는 것이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국회 예결위 검토보고서도 "군인복지사업 수행확대를 위해 복지시설과 수익성 확보가 필수적이라 하나 병사들을 위한 사업에 재원 배분이 미흡하고... (중략) 병사들에 대한 복지수혜 제공을 위한 다각적 노력이 필요할 것"('2010회계연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검토보고' 551쪽)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예산 부족을 이유로 병사들의 월급까지 동결하면서 '고통 분담'을 요구한 군이 골프장 관련 예산을 편성한 데 대해 시민사회단체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은 "경제가 어려운 여건에서 국가재정에 부담을 주면서 골프장 신·증설 등에 막대한 예산을 쓰는 것은 누가 봐도 타당성이 없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