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때문에 울고 돈 때문에 웃는다. 어떻게 우리는 가정경제를 설계해야 할까. <영화 : 작전>
작전
포도재무설계는 처음 민주노총 조합원들을 상대로 일을 시작했다. 생산직 조합원들은 뜻하지 않은 사고를 당할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나 오토바이로 출근한다고 해서, 용접공이라서 보험 가입이 거부됐다. 이후 겨우 보험사와 연결이 됐을 때는 조합원들이 거절했다. 이유는 "들 만큼 들어서 더 낼 돈이 없다"였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재무설계를 시작한 이유는 대표이사가 가진 신념 때문이다.
"근로자가 가정을 꾸려나가고 미래의 삶을 관리하는 방법을 모르면 아무리 임금을 올려받아도 그들의 생활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다."이런 바탕에서 만들어진 회사인 만큼 직원 이력도 독특하다. 라의형 대표이사는 노동운동가 출신이다. 현대자동차에서 해고된 그는 배추장사와 식당 영업을 하다 아파트 단지 새시 공사를 했지만 IMF로 망했다.
이 책을 쓴 이광구 이사는 학생운동과 노동운동을 거쳐 생활협동조합을 하다 크게 망한다. 이후 대우자동차, M&A회사, 부동산회사를 거쳐 포도재무설계에 들어왔다. 두 사람과는 다른 측면에서 인생 쓴 맛을 본 이들도 있다.
허남돌씨는 증권사 직원으로 일하며 하루 만에 165% 수익이 나는 것도 봤고, 일 년 만에 여섯 배나 오른 새롬기술 종목도 가진 적이 있다. 그 때 화려한 기억 때문에 결국 주위 사람들 돈까지 끌여들여 투자를 했지만 결국 빚만 남기고 접어야 했다.
김재현 이사는 한때 부모가 서울에서 5층 주상복합 건물을 소유했다. IMF로 파산해 시골로 내려가 비닐하우스 생활을 한다. 보험일을 하며 4년 만에 부모님께 아파트를 장만해 드리지만 새로운 도전을 위해 재무설계 분야로 직장을 옮긴다. 대신 소득은 1/3으로 줄었다.
최재철씨는 5년간 무역업을 하며 대략 10억 원쯤 모았다. IMF 환란에 재산은 0이 돼버린다. 이후 일당 5천 원 받는 인력시장 생활을 거쳐, 카센타에서 타이어 펑크를 때우며 월급 100만 원을 받는다. 이후 현대광업에서 월급 140만원을 받으며 일하다 재무설계에 몸을 담게 된다.
뼈빠지게 번 돈 제대로 관리하자돈을 제대로 관리하고 계획하는 것을 모르면 아무리 벌어도 소용없다는 게 이 책이 주는 교훈이다. 주위에서 너무 쉽게 볼 수 있는 사례는 장기 헬스권이다.
3개월, 6개월, 1년짜리 할인 헬스권이 많이 팔린다. 사람들은 싸다는 점 때문에 많이 가입하지만 실제 이용한 날수를 따져 보면 오히려 한 달짜리 회원권을 산 사람들이 더 돈을 아꼈다는 게 통계결과다. 장기 할인권은 바로 사람들이 대체로 얼마 이용하지 않는다는 행동심리를 분석한 데 따른 만들어졌단다. 이게 바로 행동경제학이라고.
똑똑한 체하지만 결국 돈을 굴리는 이들이 만든 함정에 빠져 다들 허우적대는 것은 아닌지. 이 책에서 돈 때문에 울고 우는 사람 여럿을 보면서 드라마 여러 편 본 듯한 기분을 느꼈다. 책을 덮고 난 뒤 통장과 각종 계약서를 꺼내 계산서를 두드렸으니 적어도 나에겐 이 책이 자극이 된 셈이다.
희망통장 콘서트 - 가정경제의 미래를 그리는 사람들 이야기
이광구 지음,
정보와사람,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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