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성서적 정책 질주하는 기독교적 정부

종부세 및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정부 움직임 당장 중단해야

등록 2009.12.23 11:44수정 2009.12.23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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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부는 지난 16일 '2010년 업무 계획' 보고를 통해 대통령에게 "부동산 세제 정상화 차원에서 종합부동산세(이하 종부세)를 지방세로 전환·추진할 계획이며, 내년 11월부터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한다.

 

또한 조세연구원에 용역 보고서를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보고서를 바탕으로 내년 11월까지 국세인 종부세를 폐지하고 지방세인 재산세로 통합 운영할 예정이라고 한다. 게다가 기획재정부는 내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완화해 주고 있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와 관련, 한시적 완화 조처를 연장하거나 심지어는 영구 폐지까지도 검토하기로 했다고 한다.

 

MB정부의 종부세·양도세 무력화 행보

 

기실 정부는 출범 전부터 여당과 더불어 종부세와 양도세에 대하여 어떻게든 무력화하려는 행보를 꾸준히 보여 왔다. 4대강 사업 외에는 정부가 이처럼 꾸준한 행보를 보인 것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리고 그 행보의 결과물도 충분했다.

 

세부적인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선진국 대비 처참할 정도로 부족했던 보유세 실효세율을 명함이나마 내밀 수 있을 정도의 수준에는 올려놓을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참여정부의 최대 성과물 중 하나로 평가받는 종부세를, 이명박 정부는 정권 최대의 숙원 사업인 양 출범 후 1년도 채 안 돼서 깨끗하게 형해화(形骸化)했고, 부족하나마 부동산 불로소득 환수를 위한 보유세의 대체물이라고 할 수 있는 양도세 또한 갖가지 방법으로 그 영향력을 최소화해 놓은 것이 그것이다.

 

이제 정부가 국세인 종부세를 지방세로 전환, 폐지하는 것과 더불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까지 함께 고민한다고 하니, 드디어 이 같은 행보를 매듭지으려는 듯하다.

 

부동산 불로소득, 본질상 토지 불로소득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물질적·정신적 해악은 그 넓이와 깊이에서 상상을 초월한다. 양극화, 토지 과잉 개발 혹은 유휴화 등의 각종 경제 비효율, 개발 갈등, 주택 문제 악화, 보편적 정의감 훼손에 따른 사회의 도덕적 기반 와해, 심지어 미국발 세계 금융 위기나 두바이 사태 등과 같은 경제 위기 촉발 등 일일이 나열하기도 힘들 정도다. 따라서 토지 불로소득의 확실한 환수가 관건인데, 토지 불로소득의 가장 적절한 환수 수단이 보유세(특히 토지 보유세)임은 경제학 교과서의 기초 상식과 같은 내용이므로 그 당위성을 논하는 것 자체가 새삼스러워 보인다.

 

그리고 현재 우리나라에 있는 비(非)국지적 부동산 불로소득 환수 수단이라고 하면 실효세율이 여전히 미미한 재산세와 더불어 종부세 그리고 아직은 미약한 보유세에 대한 대체 수단인 양도세 정도임을 감안할 때, 금번 정부의 움직임은 그간 정부가 보인 행보와 함께 부동산 불로소득 환수 의지가 없음을 확실히 방증한다고 해도 큰 무리가 없을 듯싶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부동산 불로소득의 폐해, 그리고 그 대책으로서 보유세를 비롯한 불로소득 환수 세제의 중요성을 생각할 때, 정부의 행보는 '상식에 대한 명백한 역주행'이다. 효율성과 형평성, 그 어느 쪽을 살펴봐도 그 타당성을 눈 씻고 찾으려야 찾아볼 수가 없다.

 

기독교적 정부가 추구하는 비성서적 정책

 

현 정부와 기독교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현재 대통령의 교회 직임과 이로 인해 실제로 대선 때 다수 기독교인들의 지지가 당선에 큰 역할을 했다는 점, 의도 여부는 차치하고 당선 후 구성된 정부 요직 상당수에 기독교인이 임명된 점 등 제반 사항들을 감안할 때, 현 정부에 배인 기독교 이미지는 지우려야 지우기가 어려울 정도로 진하게 배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적어도 경제 상식 선에서는 납득하기 힘든 정부의 정책 기조를 기독교인들에게 있어서 가장 분명한 판단 기준이라고 할 수 있는 성서를 바탕으로 평가해 보는 것도 나름 의미가 있을진대, 적어도 부동산 정책에 있어서는 사정이 매한가지인 듯 싶다.

 

가장 대표적으로 야훼의 거룩함을 닮는 것이 삶의 최상의 목표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기독교인들에게, 그 거룩함을 닮기위한 세부 지침서라고 해도 무방한 성서의 레위기서 속 성결법전(Holiness Code; 레 17장 ~ 26장)이 지니는 의미는 매우 특별하다. 주지할 점은 이러한 성결법전의 중심부에 다음과 같은 다분히 사회적인 문구가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이다.

 

"토지를 영구히 팔지 말 것은 토지는 다 내(야훼) 것임이니라. 너희는 거류민이요 동거하는 자로서 나와 함께 있느니라"(레 25:23)

 

이는 토지는 인간이 창조한 것이 아니므로 맘대로 사고 팔 수 없으며 인간은 그 땅의 나그네요, 청지기와 같이 살아야 한다는 명령이다.

 

하지만 토지 불로소득의 개인 전유를 방치하고 심지어 조장하는 현재 기독교적 정부가 추구하는 부동산 정책 방향은, 이러한 성서의 명령과는 거리가 있어도 한참 있어 보인다. 오히려 시장이라는 미명하에 불로소득을 강구하도록 부채질하는 '탐욕의 시스템'에 가까운 모습이다. 하지만 성서는 또한 여러 곳에서 "탐심은 우상숭배"(골 3:12)임을 분명히 하고 있으니, 현재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기독교적인' 정부가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부동산 정책이 우상숭배를 방조하거나 심지어 조장하는 모양으로 이해한다면 지나친가?

 

아울러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를 고려하고 있는 현 '기독교적' 정부는 "가옥에 가옥을 이으며 전토에 전토를 더하여 빈틈이 없도록 하고 이 땅 가운데에서 홀로 거주하려 하는 자들은 화 있을찐저"(사 5:8)라는 성서의 경고를 과연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인가?

 

성서의 얼마나 많은 부분이 토지에 대한 정의로운 가르침을 근거로 하고 있는지를 확인한 독자라면, 적은 지면으로 인한 이러한 짧은 인용이 허다한 관련 내용 중 빙산의 일각일 뿐이기에 성서의 얼마 안 되는 문구를 현실에 경강부회(牽强附會)한 것이 아님을 쉬 동의하시리라 생각한다.

 

정부의 완고한 모습 걱정, 부디 바른 판단 기대한다

 

걱정스러운 것은 정부가 이처럼 상식적이지도, 그렇다고 종교적 입장에서 그다지 성서적이지도 않은 작금의 부동산 정책 방향을 돌이킬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구약성서 열왕기상의 '나봇의 포도원 사건'을 살펴보면, 토지에 대한 비성서적 가르침을 포함하여 이른바 대토지 사유제의 고대적 근거라 할 수 있는 바알주의를 히브리 사회에 공고화한 것으로 평가받는 아합 왕이 등장한다.

 

눈여겨 볼 대목은 이처럼 평가받는 아합도 토지에 대한 성서의 가르침이 그 심중에 있었기 때문에 자신의 포도원 보상 제안에 대한 나봇의 단호한 반응에 "근심하고 답답하여 왕궁으로 돌아와 침상에 누워 얼굴을 돌리고 식사를 아니했다"(왕상 21:4)고 한다. 하지만 당사자들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기독교적' 이미지로 통하는 현 정부에게서는 아쉽게도 이러한 고민의 흔적조차도 찾아볼 수가 없으니 이를 어쩐다?

 

정부가 어디에서 근거를 찾든지 이제라도 현명하고 바른 판단을 내리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뉴스앤조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9.12.23 11:44ⓒ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뉴스앤조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종부세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기독교적 정부 #불로소득 #보유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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