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찾아간 부천공고의 한 교실. 학생들은 대부분 '반삭' 머리지만, 방학을 앞두고 단속을 피해 머리를 기르려고 시도하는 학생들도 종종 있었다.
권박효원
"완전 스님 같은 '반삭' 머리, 정말 '쩔어요.' 쪽팔려요."
"지나가는 여자애들이 웃어요. 감옥에서 나왔냐고 해요.""걸리면 X터지게 맞아서 엉덩이가 무지개색 돼요. 쌍욕도 들어요.""기르고 싶으면 자퇴하래요. 그게 학생한테 할 말이에요?"경기도교육청에서 발표한 학생인권조례 초안에서 학생들이 가장 관심을 보이는 대목은 두발 자유화다. 22일 부천공고의 한 2학년 교실에서 만나본 학생들 역시 두발 단속에 대해 격렬하게 불만을 쏟아냈다.
이 학교의 단속 기준은 '앞머리 7㎝, 옆이나 뒷머리는 살이 보일 정도'. 두 달에 한 번 꼴로 검사를 하고 눈에 띄는 대로 수업시간 중에도 단속을 하는데, 교사가 만졌을 때 손가락 위로 머리가 삐져나오면 불합격이다. 아이들은 이를 '반삭'이라고 표현했다. '반 삭발'이라는 뜻이다.
단속은 자연스럽게 강제이발과 체벌로 이어진다. 처음 한두 번은 위협과 욕설만으로 끝나지만 여러 차례 걸린 학생은 '사랑의 매'를 맞는다. 저녁 7시 반까지 차가운 교실에 남아 있도록 벌을 받기도 한다.
올해 교직 6년차인 김진 교사는 "교사들도 폭력과 체벌에 무감각해진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생활지도 교사들도 '면학 분위기 조성'을 위해 두발 단속을 하는 것은 아니다. 관행대로 학교 지침에 맞춰 업무를 수행하는 것뿐이다.
학생회가 두발 관련 설문 돌려도 징계감올해 부천공고에서는 '두발 규제 완화'를 공약으로 내세운 학생회가 당선됐고, 학교도 생활규정을 개정하기로 했다. 그러나 갈 길은 멀다. 학교 측은 '앞머리는 눈썹까지, 옆머리는 귓불까지, 뒷머리는 칼라에 닿지 않을 길이'로 규정을 바꿀 방침이고, 학생회는 '길이는 자유, 파마·염색 금지'를 추진하고 있다.
이 같은 개정 과정에서 학생 의견 수렴은 쏙 빠져 있다. 최근 학생회가 새 규정에 대한 학내 설문을 실시했지만, 학교 측은 "징계감"이라면서 제재에 나섰다. 학생회 활동은 생활지도부의 동의를 받아야 하며, 머리를 기르기 위해 설문지를 돌리는 것은 잘못된 행동이라는 설명이다.
이 학교는 실업계 고등학교라서 지역에서도 두발·복장 단속이 심하기로 유명하다. 불량 학생이 많다는 사회적 편견 때문에 오히려 더 엄격하게 규제하는 것이다. 그러나 인문계 고등학교 중에도 단속이 '빡센' 경우는 많다.
수원의 한 인문계 학교에 다니는 학생은 "기준이 150~180㎜고 한 달에 한 번씩 단속을 한다, 걸려서 학생부장 선생님에게 따귀를 맞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자주 이발소에 가기 귀찮은 학생들은 아예 바리깡을 사서 직접 머리를 밀기도 한다.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라온 사례에서도 두발 단속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