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음식 가나따안코코넛과 고구마로 만든 필리핀 전통음식 가나따안. 우유에 조롱박 모양의 작은 떡을 버무린 모양. 맛은 차고 달콤하다
최석희
라오 가족은 코코넛과 고구마로 만든 필리핀 전통음식 '기나따안'을 만들어 왔다. 우리식으로 이야기 하면, 조롱 모양의 떡을 우유에 타놓은 모습이고, 맛은 달콤했다.
배추를 직접 절이지 않으니 일이 한결 수월했다. 토요일에 절임배추를 3층으로 옮기고, 아침에 모여서 찹쌀로 풀을 쑤고 무와 파, 갓을 다듬어 김치 속을 준비했다. 이날의 요리사는 한국음향의 전정미 조합원이다.
요즘 한국음향이 폐업을 해, 마음이 편치 않을 텐데, 일요일임에도 기꺼이 오셔서 진행해 주셨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김장에서 제일 어려운 게 배추 속을 버무리는 거라고 한다. 처음에는 고춧가루와 액젓 양념을 버무리고 나중에 무와 풀을 넣고 거의 온몸으로 버무리는 게 제일 고되다고 한다. 작은 체구의 전정미님이 하루 종일 고생했다.
이날 이벤트에서 영어를 좀 한다고 하는 딸 윤영이가 시급 만원에 통역을 해주었다. 아뿔싸, 통역을 하는데 처음부터 막히는 게 아닌가? 일상적인 대화야 하겠지만, 멸치액젓, 매실, 발효를 영어로 뭐라고 하는지 허둥댄다. 인터넷 시대라, 바로 인터넷에서 찾아서 어렵게 어렵게 이야기를 나눴다.
딸은 김치를 담기 전에는 '필리핀사람들 영어는 발음이 달라 안 한다'고 빼더니, 김장을 함께 담고는, "이주노동자들이 생각보다 훨씬 밝았고, 한국인들과 잘 어울려 얘기를 나누는 모습이 보기 좋았"단다. 평소 한국사람들이 외국인을 무시하고 욕해서 한국인에 대해 안 좋은 감정이 있을 거 같아 걱정했는데, "김장을 담글 때도 한국 문화의 한 부분인 음식에 대해 궁금해 하고 이것저것 물어 보고, 한국 문화가 좋다는 모습에 놀랐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