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 인사도 받지만 끌려가 난도질도 당했죠"

[2009 올해의 뉴스게릴라상③] '책동네 안방마님' 김현자 기자

등록 2009.12.30 17:20수정 2010.01.01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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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2009 올해의 뉴스게릴라상' 수상자로 김행수 김용국 김현자 기자를 선정했습니다. '올해의 뉴스게릴라상'은 한 해 동안 최고의 활동을 펼친 시민기자에게 주어지는 상입니다.

시상식은 2010년 2월 22일 <오마이뉴스> 상암동 사무실에서 치러집니다. '올해의 뉴스게릴라상' 수상자에게는 상패와 상금 100만원씩을 드립니다. 이 자리에서는 '2010 2월22일상'과 '2009 특별상', 시민기자 명예의 전당, 제4회 대학생 기자상 시상식도 함께 열립니다. 수상하신 모든 분들께 축하인사를 드립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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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란 사랑이다'라는 말을 항상 마음에 품고 산다는 김현자 기자 ⓒ 김대홍


김현자 기자와 처음 인사를 나누던 날. 반갑게 다가와 먼저 인사를 건네는 그녀와 <오마이뉴스>에 시원하고 담백한 서평을 올리는 김현자 기자를 일치시키기 위해 잠깐의 시간이 필요했다. 솔직히 그녀가 써낸 몇몇 서평을 읽으며 그녀가 혹시 '그 남자'가 아닐까 상상의 나래를 펴기도 했었다. 그것은 분명 수묵화처럼 간결하고 차분한 그녀 특유의 문체 때문일 것이다. 

2009 올해의 뉴스게릴라로 선정되었다는 소식에 그녀는 더 없이 기뻐하며 무엇보다도 먼저 지인과 독자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댓글과 쪽지, 이메일로 애정의 격려를 보내주신 독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악플이 달리는 기사가 뜨면, 안부 전화로 격려해주신 지인 독자분들께도 감사드리고요. 멀쩡한 기사를 아고라로 끌고 가 난도질 하신 분들에게도 감사드리고요. 몇 천개가 넘는 악플을 선물하신 독자님들께도 감사드려요. 덕분에 성장할 수 있었다는 생각을 자주 했거든요."

그렇지 않아도 며칠 전 딸과 함께 청룡영화제를 보다 딸에게 찔리는 소리를 들었다는 그녀. 엄마의 수상소식을 엄마보다 더 기다렸던 딸에게도 이번 수상 소식은 좋은 선물이 아닐 수 없다.

"얼마 전 청룡영화상을 함께 보던 둘째가 제게 '엄마는 몇 년이 되도록 왜 소식이 없어?'라고 묻는 거예요. 몇 년 전 상(2월 22일상)을 탔으면 몇 년이 지난 지금은 그보다 더 발전했다는 증거인 더 큰 상을 하나 타든지, 그렇게 기사를 많이 썼으면 책이라도 한 권 냈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거지요."

사춘기 딸의 당돌한 기습질문에 잠시 당황했었다는 김현자 기자. 이제는 어깨에 힘 좀 주고 약간은 우쭐해 하며 "엄마 어때? 대단하지?"라며 자랑스러워해도 좋을 듯하다.

거칠지만 따뜻한 손 가진 그녀, 김현자


2005년 2월 첫 기사를 시작으로 2009년 12월까지 580여 개의 기사를 써낸 김현자 기자. 평균 2~3일에 한 꼭지씩 기사를 올린 셈이니 그 꾸준함과 부지런함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쓴 기사의 3할 이상이 서평인 그녀는 자타공인 '책동네 안방마님'이 분명하다. 하지만 더 놀라운 점은 그녀가 누가 봐도 책을 잡을 만큼의 여유 있는 환경 속에 있지 않다는 것이다. 

오마이뉴스에서는 책동네 기사를 주로 썼으니 혹자들은 참 뱃속 편한 여자다 싶었을지도 모릅니다. 남편 내보내고 커피 마시면서 유유자적 좋아하는 책이나 읽고… 그런데 전 매일, 일요일도 정해놓고 놀지 못하고 일을 했습니다. 낮에는 가게서 전동드릴 들고 작업을 했고, 시트커버 끼우고, 액세서리 붙여주고, 눈 속에서 체인팔고… 그러느라 늘 손이 거칠었습니다. 그리고 집에 정신없이 와서 아이들 챙기고 늦은 밤에 책 읽고…. - 김현자 기자의 블로그 <무지개와 프리즘>에서

2005년 오마이뉴스 세계시민기자포럼에서 그녀가 반갑게 내민 손을 잡았을 때의 느낌을 잊지 못 한다. 나 역시 집안일을 할 때 고무장갑 끼는 걸 싫어해서 손이 많이 상했다고 생각하는 편인데 내손에 잡혀 있는 그녀의 손은, 오히려 잡고 있는 내가 무안할 만큼 거칠었기 때문이다. 거칠지만 따뜻하고 힘 있는 손을 가지고 있는 그녀. 내가 당황했음을 눈치 챘는지, 그때 그녀는 이렇게 말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제 손이 좀 거칠어요. 지금도 일하다가 잠깐 짬을 내서 왔거든요. 자동차를 만지다 보니 손이 이렇게 망가졌네요. 일을 하는 틈틈이 책을 읽다보니 읽은 책에도 기름때가 묻어 있어요. 바쁜 날 읽은 부분은 기름때가 진하고, 덜 바쁜 날엔 연하고 그래요."

고생한다는 이야기를 마치 남의 이야기하듯 담담하게 하던 그녀에게 처음부터 나는 기가 꺾였었다. 지금이나 그때나 그녀는 여전히 철없는 내 모습을 돌아보게 할 만큼 속이 꽉 차 보이는 여인인 것은 분명하다.  

"두 번의 화재와 교통사고, 책으로 이겨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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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자기자와 함께 ⓒ 김대홍


2004년 이웃집 화재로 살던 집이 전소되는 예기치 못한 불행을 겪게 되었다는 그녀. 결혼 초 첫 번째 화재를 겪은 후 노점까지 해가며 일군 새 보금자리가 또 다시 잿더미가 되고나니, 남은 것이라고는 세상에 대한 원망과 피해의식 뿐이었단다. 하지만 그 시절, 영영 헤어날 수 없는 늪으로 빠져드는 자신을 잡아 준 것이 바로 <오마이뉴스>였다고.

"두 번의 화재와 죽음 직전까지 갔던 교통사고 등 결혼과 함께 힘든 일이 참 많았습니다. 지켜보는 주변사람들까지 힘들어하고 절망할 정도였지요. 책이 힘이 된다는 것을 내 삶이 순탄할 때는 절실하게 알지 못했습니다. 아니 잊고 있었지요. 그런데 힘든 순간에 나 자신을 절망으로 내몰지 않고 우뚝 일으켜 주는 힘은 이전에 내가 읽은 책을 통해 얻은 자신감이더라고요."

이처럼 절망의 나락에서도 기름때 묻은 책을 놓지 않았던 그녀는 자신의 블로그 명인 '무지개와 프리즘'처럼 <오마이뉴스>라는 프리즘을 통해 마침내 무지개 빛깔의 자신을 드러내고 있다.

배 아파 낳은 자식처럼 어느 것 하나 쉽게 써 본 일 없는 580여 편의 기사. 열손가락 깨물어 아프지 않은 손가락은 없어도 더 아픈 손가락은 있는 법이다. '지금까지 써 온 기사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기사가 무엇이냐'고 물으니 그 많은 서평을 제치고 사는이야기 중 몇 편을 꼽는다.

2006년 가을 지하철 기관실에 직접 탑승 취재해서 쓴 '지하철 운전하다 화장실이 급하면?'. 아는 사람 단 한 명 없이 무작정 현장에 뛰어들어 만들어 냈다는 3편의 지하철 관련 기사는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특유의 '게릴라 정신'이 오롯이 담긴 땀 냄새 나는 기사가 아닐 수 없다.

'딸 남친의 문자메시지 "언제 생리하니?"' 역시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있을 것 같단다. 포털사이트에까지 전송되어 자극적인 댓글이 많이 달리기도 했지만, 기사를 통해 아이와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생겼고, 그 결과 지금은 엄마 마음까지 헤아리는 착한 딸이 되어 가고 있다며 은근히 딸 자랑까지 덧붙인다.   

악성 댓글에도 흔들리지 않는, 내공 빵빵 시민기자

어린 시절부터 책을 좋아했기 때문에 <오마이뉴스> 독자로도 책동네 기사를 가장 좋아한다는 그녀. 자신이 쓴 기사 대부분이 책동네에 포함 될 정도로 서평에 많은 노력을 쏟고 있기에 서평을 통해 얻은 보람도 적지 않았을 듯했다. 

"인터넷서점 순위밖에 있던 책인데 오마이뉴스에 쓴 내 서평 '13억 중국인 울린 장한청년 장윈청' 때문에 3위까지 올랐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가 가장 보람 있고요. 제 서평을 통해 책을 알고, 사서 읽었는데 도움이 많이 되었다며 고맙다는 쪽지를 받을 때도 큰 보람을 느끼지요. 반면 어떤 기사는 아고라로 끌려가 난도질을 당하기도 하고 포털에 걸려 악성 댓글 시달리는 경우도 있지만 지금은 그런 것까지 재미와 보람으로 생각하게 됐어요."

시민기자 4년 만에 악성 댓글에도 흔들리지 않는 내공을 가지게 되었다니 이미 프로가 아닐 수 없다. 그런 그녀에겐 20년 가까이 자동차용품점을 하고 있는 남편과 내년이면 고3, 중3이 될 두 자녀가 있다. 때로는 남편 뒷바라지보다, 아이들 뒤치다꺼리보다 기사쓰기가 먼저였을 터. 가족들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라는 타이틀을 가진 그녀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했다.

"남편은 자랑스러워하는 만큼 항상 많이 미안해하고요. 아이들도 엄마를 무척 대단해하고 자랑스러워해요. '인터뷰나 취재 때문에 휴일에도 나간다. 늦는다' 그러면 배려해주고 알아서 밥 챙겨먹고… 제 딸도 기사 두 꼭지를 쓴 시민기자랍니다. 올 겨울방학 목표가 서평 10꼭지라고 하던데요."

시민기자이기 이전에 한 남편의 아내이며 두 아이의 엄마인 그녀. 역시나 가족 이야기를 할 때 가장 밝고 행복해 보인다.

2010년, 한 건 크게 할 것 같은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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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자 기자 ⓒ 김대홍

'삶이란 사랑이다'라는 말을 항상 마음에 품고 산다는 시민기자 김현자. 된통 깨지기를 여러 차례. 그로인해 편안한 삶에서 어려운 지경으로 내몰리는 아픔도 경험 했지만 오히려 그러는 중에 삶은 최대한 열심히 살아 볼 가치가 있고, 이유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가족은 물론 세상과 사람, 사물에 대한 지독한 사랑이 그녀의 삶을 든든하게 지탱해 준 힘이었던 것이다.

김현자 기자는 자동차용품점 일을 남편이 홀로 맡게 된 후부터 프리랜서로 교정 등 책 관련 일을 하고 있다. 책 관련 일을 하다 보니 작은 소망 하나를 가지게 되었단다. 그동안 프리랜서 일을 통해 얻은 정보와 자료를 바탕으로 기사도 쓰고 그것을 모아 자신의 이름을 단 책을 엮고 싶다는 것이다. 차분하고 꼼꼼한 그녀의 성격으로 보건데 뭔가 큰 것 하나를 터뜨릴 것이라는 기대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또 하나의 소망은 내년에 고3, 중3이 되는 두 아이가 원하는 대학과 고등학교에 각각 입학하는 것이란다. 2010년 한 해 역시 간절한 소망과 기도 속에 치열하게 살아내게 될 그녀에게, 먼저 아이들을 키운 선배 수험생 엄마로서 그녀의 팬을 자처하는 동료 시민기자로서 축하와 함께 마음으로부터 격려와 응원을 보내고 싶다.
#올해의뉴스게릴라 #시민기자 #책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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