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국보법 위반' 딱지 붙여 더 자랑스럽다"

간디학교 동아리 <역사사랑> 회지 펴내... 학생들 촛불집회 등 다양한 활동 담아

등록 2009.12.29 13:45수정 2009.12.29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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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디학교 최보경 교사가 최근에 나온 <역사사랑> 회지를 들어보이고 있다. ⓒ 윤성효

2년 가까이 '국가보안법 철폐' 투쟁을 벌인 산청 간디학교 학생들이 회지를 내고 그동안 활동내용을 담았다. 간디학교 동아리 '역사사랑'은 최근 <보경쌤과 함께 하는 역사사랑>을 펴냈다.

'보경쌤'은 간디학교 최보경(35․역사) 교사를 말한다. 최 교사는 국가보안법 위반(찬양·고무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되어 현재 창원지방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은 최 교사를 기소하면서 간디학교 동아리 '역사사랑'이 펴낸 회지도 문제 삼았다. 검찰에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라는 '딱지'를 붙였지만, '역사사랑'은 후배들에 의해 계속 발간되고 있는 것이다.

최 교사의 국가보안법 사건이 불거진 것은 2008년 2월부터. 경남지방경찰청 보안수사대가 최 교사의 집과 교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창원지검은 지난해 8월 최 교사를 불구속 기소했고, 공판은 지난해 9월부터 시작해 지난 12월 1일까지 13차 공판(2차 연기․취소 포함)이나 열렸다.

최 교사 사건은 1년 5개월 가량 재판이 진행되었지만, 검찰측 증인 심문도 끝나지 않았다. 최 교사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자 간디학교 학부모·교사와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대책위를 꾸려 활동하고 있다.

학생들은 '간디학교 학생대책위'(BK Lover)를 만들었다. 학생들은 지난해 8월부터 진주 차없는거리 등지에서 방학을 제외하고 한 달에 한 차례씩 '국가보안법 철폐 촛불문화제'를 열고 있다.

학생들은 시민들에게 홍보물을 나눠 주기도 하고, 거리 설문조사를 벌이기도 한다. 또 재판부에 낼 탄원서도 받고 있으며, 문화제 때는 노래와 춤을 추며 시민들의 관심을 끌어들이고 있다. 또 학생들은 학교에서 돌아가며 점심을 굶는 '릴레이 단식'을 2년째 해오고 있다. 재판이 열릴 때마다 학생들도 방청하는데, '최보경 교사는 무죄'라는 뜻으로 흰옷을 입기도 한다.


"분명 변화가 생기지 않을까"

동아리 '역사사랑'은 이번 회지에 '국가보안법 철폐'를 주장했다. '역사사랑' 안현진(2년) 회장은 "많은 사람들이 촛불문화제를 하고, 서명운동을 하고, 하고 하고 또 했지만 사회는 변한 게 없는 것 같은 느낌이 종종 든다"며 "지금은 별 효과가 없어 보이더라도 하다 보면 분명 변화가 생기지 않을까? 뭐 그렇게 믿고 싶다"고 말했다.

회지 편집부장 박민성(2년) 군은 "사회에 무관심했던 내 시선을 바깥으로 돌려주었고, 좁았던 나의 공간이 역사사랑의 2년을 통해 더욱 넓어졌다"면서 "이젠 우리 끼리가 이야기하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다른 그 누구라도 함께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가보안법"에 대해 쓴 유희원(1년) 학생은 "아직도 우리는 릴레이 단식을 하고 진주에서 문화제를 열고 목요일마다 흰 티를 입는다"면서 "이 사건은 언젠가는 끝나겠지. 하지만 무죄가 된다 하더라도 이 통일의 시대에 국가보안법이라는 모순 덩어리 법이 딱 버리고 서 있는 한 이런 일은 계속 될 꺼다"고 말했다.

진주현(3년) 학생은 촛불문화제를 <오마이뉴스>에 기사로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간디학교 학생들의 보경쌤 지키기는 시민들의 관심과 응원이 끊이지 않는 한, 보경쌤의 무죄 판결이 날 때까지 쉬지 않고 계속되지 않을까?"라고 밝혔다.

'역사사랑' 회원들은 "시국선언"이란 제목으로 글을 써놓았다. 유희원 학생은 "집에 가는 날, TV를 보다가 대학 교수들의 릴레이 시국선언을 보게 되었다"면서 "(정부는) 여전히 국민의 목소리를 듣고 있지 않다. 네가 우리말을 듣는다면 전교조를 희생양으로 삼아 반발을 낳는 그 방법보다 훨씬 빠르고 효율적으로 시국선언은 사라질 거야. 네가 그토록 싫어하는 촛불집회도 사라질거야"라고 해놓았다.

학생들은 "대학 5년생이 무슨 말일까"(안현진), "미디어법, 잊혀지고 있지 않나요?"(박민성), "일제고사와 모의고사"(안재형), "세종시"(박민성), "4대강 살리기"(정성현), "쌍용차 파업"(김대일), "쌍용자동차"(김자연), "친일 인명사전"(안재형), "용산참사"(유희원), "위안부 역사 왜곡"(김자연) 등에 대해 설명하면서 각자의 견해를 밝혀 놓았다.

최보경 교사는 "역사사랑은 자랑 그 자체다"는 제목의 글에서 "역사사랑은 매년 회지를 남겼고 이것은 역사가 되었다"면서 "초창기 각종 전국대회 공모전에서 1등을 휩쓸었고, 회지를 본 많은 분들이 역사사랑 때문에 자녀를 간디에 보내기로 마음 먹었다며 후일담을 했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그러나 국가보안법에 걸린 역사사랑 회지다"며 "그런데 나는 이것이 더욱 자랑스럽다. 검찰마저도 인정해주는 역사사랑 회자가 아닌가. 비록 지금은 불행한 시대에 국가보안법이란 거물과 싸우고 있지만 후세 역사는 분명 역사사랑을 기억하게 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지도교사는 다음과 같이 글을 맺는다.

"역사사랑은 자랑 그 자체다. 역사사랑은 간디에서 내가 존재하는 이유였고 지금도 그렇다. 지난 10년 오직 참된 역사를 위해 달려온 역랑인들아. 선생님은 너희들이 자랑스럽구나."
#간디학교 #동아리 역사사랑 #국가보안법 #최보경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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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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